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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시대에서 거듭 깨닫다 13_ 백아절현伯牙絶絃

장한림 2022. 5. 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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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자列子의 탕문湯問 편에 거문고 연주에 탁월한 백아와 그의 친구 종자기에 대한 일화가 기록되어 있다. 

춘추시대 때 진晉나라에서 벼슬을 하던 백아가 달빛이 사라진 깜깜한 그믐에 은은하게 비치는 달빛을 상상하며 거문고를 뜯었다.

 

“오늘 밤은 달빛이 참으로 아름답구나.”

 

백아는 깜짝 놀랐다. 백아는 다시 우뚝 솟은 산을 떠올리며 거문고를 탔다. 거문고 연주를 마치자 종자기가 감탄했다.

 

“훌륭한 연주일세. 마치 눈앞에 태산이 놓인 것처럼 장엄하였네.”

“이 사람아, 감탄은 내가 했다네. 어찌 거문고 소리를 듣고 내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정확히 맞춘단 말인가.”

 

백아가 다시 강을 주제로 연주하면 종자기는 도도하게 흐르는 황하에 비유하며 어김없이 청음 실력을 발휘했다.  

하루는 두 사람이 함께 놀러 나갔다가 소나기가 쏟아져 동굴로 피해 들어갔다. 마음이 울적해진 백아가 빗소리에 맞춰 거문고를 타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는 임우지곡霖雨之曲을 타고는 이어서 산이 무너지는 곡조의 붕산지곡崩山之曲을 연주하였다.

 

“필시 비 때문에 그러하진 않을 텐데 산이 무너질 정도로 애달파할 일이 그 무어란 말인가.” 

 

이렇듯 종자기는 백아가 표현하는 연주를 어김없이 꿰뚫고는 친구의 심정까지 헤아리는 것이었다.

 

“참으로 훌륭하구나. 내 거문고 소리는 결코 자네를 피해 갈 수 없구나.”

 

음악을 정확히 이해하는 종자기와 백아는 거문고만으로도 내면이 통하는 사이였던 것이다. 

그 후, 종자기가 병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백아는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았다. 그의 무덤을 찾은 백아는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거문고를 탔다. 슬픔에 겨워 애절한 곡을 연주한 백아는 거문고 줄을 끊어버렸다.

 

 “지금 탄 곡이 마지막 연주일세. 자네가 없는 세상에서 거문고를 타는 것은 어떤 의미도 없다네.”

 

그 후 백아는 운명할 때까지 거문고를 만지지도 않았다.

이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 백아절현伯牙絶絃이다. 백아가 거문고 줄을 끊었다는 말은 자신을 알아주는 참다운 벗의 죽음을 슬퍼한다는 의미이다. 

거문고 소리로 그 내용을 안다는 의미의 ‘지음知音’도 여기서 함께 비롯된 말로 서로 마음이 통하는 절친한 친구의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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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내면이 담긴 진실한 우정보다는 얕은 이해관계의 폭에 따라 친구를 저울질하는 현세의 단면을 떠올리며 고개를 숙이게 하는 일화가 아닐 수 없다. 

친구의 일면을 보며 깊은 속마음까지 파악하는 진솔함, 서로를 알아주고 위하는 완벽한 우정을 비유할 때 백아절현 또는 백아파금伯牙破琴이란 숙어를 인용한다. 

살면서 이 숙어를 자기 것으로 쓸 수 있는 친구들이라면 그들은 참으로 가치 있는 삶을 영유했을 거란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런 참다운 벗을 얻기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런 친구를 잃었을 때 홀로 남은 친구의 슬픔은 얼마나 절절한 슬픔일지.

 

 

https://www.youtube.com/watch?v=XBjukPDCN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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