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에 진달래 낙화하고
산벚꽃 풍류에 흩날리니
오다만 봄이거늘 한여름 재촉하네
아차 싶어 놓칠세라 곳곳 자락 내려보니
초록으로 온청계산 속속들이 물들이네
시시때때 괸계없이
예가 무릉도원인 양 착각에 빠지는 건
사랑하는 내 벗들과 이 봄에,
그리고 산에 함께 있음일세
때 / 봄
곳 / 트럭터미널 들머리 - 옥녀봉 - 원터고개 - 1240계단 - 매바위 - 매봉 - 혈읍재 - 망경대(정상) - 석기봉 - 헬기장 - 이수봉 - 국사봉 - 운정저수지 - 청계산 주차장
https://www.youtube.com/watch?v=MyagyOLQlF0
청계산은 양재동 화물터미널을 들머리로 하여 옥녀봉(376m), 매봉(582m), 정상인 망경대(618m), 석기봉 (583m), 이수봉(545m), 국사봉(542m)까지 여섯 봉우리를 잇는 동서방향 능선이 T자로 뻗어있다.
전국 수많은 산에 옥녀봉이라는 이름의 봉우리가 있다. 내려오는 전설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청계산의 옥녀봉은 봉우리 모양이 예쁜 여성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평소엔 그런 것도 같았는데 오늘은 옥녀봉의 미모가 딱히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철쭉이 소담하게 피었고 산자락 곳곳에 왕벚꽃도 만발했다.
이제 신록의 계절은 4월부터 시작된다. 청계산 일대의 녹음이 물들기 시작한다.
지난 번엔 저 건너편 관악산에서 이곳을 바라봤었지.
서울이란 도시가 좋은 이유 중의 하나는 이같은 명산들이 가까이 있다는 것
여기말고도 청계산이란 이름의 산이 멀지않은 곳에 두 군데 더 있지. 포천 일동쪽의 청계산(849m), 양평 청계산(658m)
혈읍재에 닿자 다시 정여창이 등장한다. 성리학적 이상 국가의 실현이 좌절되자 청계산에 은거했던 그가 망경대 아래 고개를 넘다 통분해 울었는데 그 울음소리가 산 멀리까지 들렸다 하여 후학인 정구가 피눈물을 뜻하는 혈읍재라 명명했다고 한다.
바위 구간을 바로 가로 질러 청계산 주봉인 망경대望京臺(해발 615m)를 찍는다. 이곳 또한 조윤이 이성계를 피해 여기서 막을 치고 고려 수도 개성을 바라보며 망국의 한을 달랜 곳이다.
청계산은 조윤이나 정여창의 일화에서 보듯 도피 혹은 은둔의 장소였나 보다. 고려 말 포은 정몽주, 야은 길재와 함께 삼은三隱의 한 명인 목은 이색이 이 산에서 숨어 살았고, 추사 김정희도 제주도 귀양살이에서 풀린 뒤 옥녀봉 아래에서 말년을 지냈다고 하니 말이다.
어찌 되었건 청계산은 지조와 절개의 터전으로 그 유래에 깊이 스며들어 좋은 느낌을 지니고 싶은 곳이다. 지금은 도심의 허파이자 커다란 쉼표 역할을 하는 청계산이다. 그런 산이 패자의 음지로 폄하되는 게 싫다고나 할까.
정몽주, 김굉필과 함께 성리학의 대가라 칭송받았던 일두 정여창 선생은 갑자사화가 일어난 1504년에 죽은 후 다시 부관참시를 당했으니 두 번 살아나 두 번 죽임을 당한 셈이다. 그는 온갖 동물들이 드나들어 오막난이굴이라고도 불리는 청계산 마왕굴에서 은거하다가 밤이 되면 망경대 정상의 금빛이 감도는 샘물인 금정수를 마시며 갈증을 달랬다.
망경대에 닿자 갑작스레 몰아치는 바람에 진달래 마른 꽃잎이 떨어진다, 오다 만 봄이거늘 한여름 재촉하나 싶어 오던 길 돌아보니 곳곳마다 초록으로 속속 물들이는 중이다.
이수봉二壽峰(해발 547m)은 조선 연산군 때 세자 시절 연산군의 스승이던 정여창이 무오사화에 연루되어 이곳에 숨어 두 번 위기를 모면했다고 지어진 명칭이다. 그의 호 일두一蠹도 한 마리 바퀴벌레라는 자괴적인 의미를 지닌다.
정몽주, 김굉필과 함께 성리학의 대가라 칭송받았던 일두 정여창 선생은 갑자사화가 일어난 1504년에 죽은 후 다시 부관참시를 당했으니 두 번 살아나 두 번 죽임을 당한 셈이다.
청계산 마지막 봉우리, 국사봉(해발 542m)에 닿는다. 화강암 기단 위에 커다란 바위를 올린 정상석을 보며 그제야 굽었던 허리를 곧게 편다.
“나라가 망했는데 목숨을 부지하는 건 개와 다름없다.”
고려 충신 조윤은 그래서 고려 멸망 후 자를 종견從犬이라 지었다. 개는 그저 주인을 연모할 뿐이라는 의미이다. 진정한 충신의 오롯한 충심을 어떻게 가늠하겠는가마는 국사봉과 망경대를 오가며 망국의 슬픔을 곱씹었을 조윤의 가슴속이 얼마나 찢어지고 망가졌을지는 헤아려지고도 남음이 있다.
운중농원까지 내려오면서 청계산 횡단을 마치게 된다.
내려와서도 경쾌한 걸음, 날머리까지 모두 무사히 산행을 했다.
저 높이 망경대
올라서도 잠잠하더니
내려와 올려다보니
하회탈 내 친구처럼
만면에 웃음짓네
곧게 내리뻗어
가는 길 붙잡으려는 건
한줄 살갑게 속삭이는 산바람에
아아, 사랑!
아아, 우정!
속에 가누고도 펼쳐내기 인색했던
우리 친구들 사랑이었구나.
우리 횃불회 빛 초롱한 우정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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