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axUrN7nZ_u4
전라남도 고흥반도는 그 중앙에 운암산, 동쪽에 팔영산, 서남쪽에 조계산, 천등산이 있으며 남쪽으로 마복산 등이 있다. 해안선을 따라 개펄 막이를 해서 만든 간척지가 많은 곳이다.
2013년 1월 30일,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 발사체인 나로호가 3차 시도 만에 고흥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나로호 우주센터와 우주과학관, 청소년 우주체험센터 및 우주 발사 전망대 등 우주 항공 기반시설들이 집중되면서 명실상부한 우주 항공 수도로 입지를 다진 곳이다. 해마다 5월경 나로호 우주센터 일원에서 고흥 우주 항공축제가 열리는데 축제 기간에 우주센터 내의 나로호 발사 현장을 견학할 수 있고, 우주과학관 등에서 다양한 우주체험을 할 수 있다.
고흥군의 부속도서로서 예술의 섬으로 자리 잡은 연홍도는 부표나 밧줄, 노, 폐목 같은 어구를 활용해 미술작품으로 꾸며놓았고 조개나 소라껍데기를 활용해 정크아트 작품도 만들어 바닷가와 골목길에 설치해 놓았다. 말 그대로 ‘지붕 없는 미술관’이다. 남해의 청정해역 고흥을 다시 찾아 4년 만에 팔영산을 오른다.
본래 팔전산八顚山이었는데 중국 위왕의 세숫물에 여덟 개의 봉우리가 비쳐 그 산세를 중국에까지 떨쳤다는 전설이 전해지면서부터 팔영산으로 고쳐 불렀다고 한다. 전라남도 도립공원이었던 팔영산은 2011년 국립공원에 편입되면서 지금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팔영산 지구로 불린다.
하늘 접한 바다를 보며 암봉과 암봉을 잇다
“끝내주는 날씨야.”
“올라가면 다도해가 훤히 드러나겠는데.”
팔영산에서는 암릉 산행의 묘미에 더해 다도해 국립공원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으며 날씨가 쾌청한 날에는 대마도까지 볼 수 있다고 해서 기상이 좋은 날을 잡았다.
태영, 노천, 남영이와 팔영산을 다시 찾은 건 화사한 봄날, 남도의 호젓함과 암봉의 묘미를 함께 만끽하고 싶어서였다. 교대로 운전하며 먼 거리의 고흥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도 이른 아침나절이었다.
화엄사, 송광사, 대흥사와 함께 호남 4대 사찰로 꼽히는 능가 사입구 노변으로 길게 깔린 좌판에 산지 나물들이 골고루 올려있고 대개 연세 드신 할머니들이 앉아서 다듬고 있는데 그 모습들이 다감하다. 팔영산 여덟 봉우리의 개성 강한 마루금을 보며 걷는 평지 양옆으로 매화와 진달래가 곱게 피었다. 남도의 봄은 소란스럽지 않다. 햇살도 은은하여 다감하다.
“과장된 맛은 있어도 전혀 거부감이 생기지 않네.”
팔영산의 명칭 유래가 적힌 팻말을 읽어보노라니 저 봉우리의 그림자가 한양까지 드리웠다는 설에 웃음 머금고, 금 닭이 울고 날 밝으며 팔봉이 마치 창파에 떨어진 인쇄판과 같다는 표현에 고개를 끄덕인다.
팔영 소망탑이라는 커다란 석비를 왼편에 두고 산을 오르게 된다. 흔들어도 꿈쩍 않는 흔들바위를 지나 유영봉 아래의 마당바위에 이르자 하늘과 접한 바다가 보인다. 청명하고 봄기운 물씬한 날씨라 그런지 찾은 산객들이 무척 많다. 각지 사투리들이 웃음소리와 섞여 산으로, 들판으로, 바다로 흩어진다.
1봉인 유영봉에 올라서면 지나온 마당바위 쪽이나 진행할 성주봉 쪽이나 암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기 좋다.
‘팔영산 팔봉은 기러기가 나란히 날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물고기를 나란히 꿰어놓은 것도 같다. 구름 가운데 우뚝 솟아 기특한 자태를 뽐내며 봉우리가 서 있다.’
팻말에 ‘팔영산 만경암 중수기’라고 출처를 밝히며 그렇게 쓰여 있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팔영산의 모습을 잘 묘사한 듯하다.
‘유달은 아니지만, 공맹의 도 선비 레라. 유건은 썼지만 선비 풍채 당당하여 선비의 그림자 닮아 유영봉 되었노라.’
이렇게 유영봉에 대한 시구도 함께 적혀있다. 봉우리의 특색을 추려 봉우리 이름을 짓고 그에 관한 문구로 흥미도 가미시켜준다.
여기서 7봉까지는 봉우리의 표고가 약간씩 높아진다. 성주봉(해발 538m)으로 사뿐 건너뛴다. 암벽만 보면 꼿꼿하고 날카롭지만 철 계단도 잘 설치해 놓아 등로만 따라 걸으면 위험성은 없다. 간간이 바위틈으로 뻗은 소나무 외에 다른 나뭇가지는 아직 앙상해서 되레 등산객들의 옷차림이 산에 봄 색을 입히고 있다.
“남도의 봄은 피리 가락을 타고 뿌려지는구나.”
“피리 소리에 봄을 맞으니 청춘으로 회귀하는 듯하구나.”
“기왕에 젊어졌으니 더는 늙지 않고 익어갔으면 좋을 인생이구나.”
“…….”
“노천이 앞에서 막혔으니까 서울 올라갈 때 노천이가 운전해야겠지?”
“그게 우리 룰인데 당연하지.”
그렇게 생황봉에 닿았다. 생황笙簧은 우리의 전통 관악기로 화음 악기이다. 생황봉(해발 564m)에 올라 다도해 푸른 바다에 눈 담그니 어디선가 고운 피리 소리가 들려온다.
‘열아홉 대나무 통 관악기 모양새로 소리는 없지만 바위 모양 생황이라 바람결 들어보세 아름다운 생황 소리’
3봉에 적힌 생황봉에 대한 시구다. 설악산 화채능선에서의 비경에 빠져 험한 암릉 길 걸으면서도 남은 길을 아까워했었는데 여기서 이어지는 4봉부터 8봉까지의 능선도 그다지 멀어 보이지 않아 지날수록 곶감 빼먹는 기분이 들게 한다.
3봉과 4봉 사자봉 사이에 능선을 벗어나 다도해를 가깝게 내려 볼 수 있는 봉우리가 하나 있는데 바로 선녀봉이다. 사자봉(해발 578m)에서 바라보는 바다를 바탕으로 한 선녀봉과 생황봉이 한 폭 그림처럼 멋지다.
다섯 신선의 놀이터로 묘사한 오로봉(해발 579m)과 천국으로 통하는 통천문에 빗댄 두류봉(해발 596m)으로 넘어오면서 보이는 기암절벽은 더더욱 그 모양새가 두드러진다.
“대마도가 보일 것도 같은데.”
남영이가 멀리 시선을 던져 대마도를 찾는다. 여러 섬 뒤로 멀리 여수시가 보이지만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대마도까지는 시야에 담지 못하겠다.
“대마도는 지도에서 보기로 하고 또 가세.”
아래로 길게 세워진 난간과 계단을 내려서서 다시 7봉으로 오른다. 1봉과 2봉에서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등산객들의 행렬이 이어지는 중이다. 칠성봉(해발 598m)에서 돌아보면 지나온 두류봉의 기골이 독보적일 만큼 장대하다. 8봉 아래 조망터에서 은빛 물든 너른 바다를 바라보며 숨을 돌린다.
‘물총새 파란색 병풍처럼 첩첩하며 초목의 그림자 푸름이 겹쳐 쌓여 꽃나무 가지 엮어 산봉우리 푸르구나.’
8봉인 적취봉에서 다도해에 걸맞은 바다 섬들을 내려다보고 적취봉 삼거리로 내려섰다가 깃대봉까지 간다. 적취봉에서 500m의 거리다. 팔영산의 최고봉인 깃대봉(해발 609m)과 아까 보았던 선녀봉까지 합치면 팔영산은 10개의 봉우리가 있는 셈이다.
깃대봉에서는 여덟 봉우리가 횡으로 늘어서 마치 가족사진을 찍는 모습으로 하나의 초점에 잡힌다. 봉우리들이 연이어 밀착한 팔영산이 하나의 실체로 드러난다.
“역시 산은 겉보기와 달리 그 속에 들어갔을 때 제대로 보게 되는 거 같아.”
“바다는 안 그렇겠나.”
“사람은 더더욱 그렇지.”
세상사 모든 게 충분한 답습과 반복이 있을 때 비로소 그 실상을 파악하는 것일 게다. 다시 삼거리로 가서 편백 숲길로 내려선다. 오밀조밀하긴 하지만 다니기에는 충분한 숲길이다.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는 과정과 숲으로 만들어진 결과를 단번에 느끼게 한다. 나무는 그 자체로 숲이라는 걸 체감하게 한다.
숲을 빠져나와 내려오며 올려다보는 진초록 편백나무 숲은 넓고도 빼곡하다. 서울의 명동이나 강남에 모인 군중들이 저처럼 일사불란하면서도 복수가 아닌 단수의 개념으로 인식될 수 있을까. 자기 생각과 다르면 틀렸다는 2분 법적 사고가 팽배한 사회조직에서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현상 이리라.
사람은 여럿이 있을 때도 고독할 때가 있지 않은가. 이기심이나 질시 등 서로 다른 생각 탓에 절대 단수의 개념으로 뭉쳐지지 않는 군중만의 특이성을 편백나무 숲에 빗대는 게 다소 서글퍼지기도 한다.
“사람은 사람이요, 나무는 나무로다.”
탑재를 지나고 야영장을 지나면서 처음 시작했던 자리로 돌아와 그때까지 나물을 다듬고 있는 할머니한테 다가가자 고루고루 담은 나물에 한 움큼씩을 더 담아주신다.
때 / 봄
곳 / 강산초등학교 - 선녀봉 - 1봉(유영봉) - 2봉(성주봉) - 3봉(생황봉) - 4봉(사자봉) - 5봉(오로봉) - 6봉(두류봉) - 7봉(칠성봉) - 8봉(적취봉) - 팔영산 깃대봉 - 능가사 - 팔영산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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