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때마다 늘 새록새록 새롭기에 북한산을 오고 또 오게 된다
진달래 만발한 화창한 봄날에 의상능선을 코스로 잡아 국녕사로 왔다.
국녕사에는 국녕대불, 즉 합장환희 여래불合掌歡喜如來佛이 있다. 불상이 합장한 양식은 우리나라의 기존 불상 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데 지광이 중국 둔황석굴의 도상을 보고 재현했다고 한다. 총 24m, 80척에 달하는 동양 최대의 좌불상이다.
북한산의 수많은 코스 중 가장 힘든 곳이 의상능선 같다. 오르내림의 심한 기복이 마치 설악산 공룡능선을 축소시켜놓은 듯하다.
누가 사모바위 짝퉁이라고 깎아 불렀는지는 모르지만 나름대로 개성이 뚜렷한 바위다.
산을 좋아하는 수도권 주민들에게 북한산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주말과 휴일이면 수많은 산객들이 북한산과 도봉산으로 몰린다. 이곳을 경유하는 수도권 전철은 산행 열차가 된다. 힘들어도 찾는 곳이 바로 북한산국립공원이다.
진달래 능선, 의상능선, 칼바위 능선, 사자능선, 탕춘대 능선, 형제봉 능선, 응봉능선, 비봉능선, 숨은 벽 능선 등 수많은 능선에서 백운대를 비롯해 만경대, 인수봉, 노적봉, 향로봉, 비봉, 문수봉, 보현봉, 원효봉 등 40여 봉우리로 오르는 길의 조합이 600여 가지에 이른다.
산에 가면 그런 마음이 들곤 했는데 북한산에서는 특히 더 그러했다. 아침에 나갔다가 해지면 들어오는 가정처럼, 혹은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것처럼 모난 생각은 다 잊어버리게 되며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거였다. 그 실체가 무언 지는 알 수 없지만, 산에 들어선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느낌이 그득 드는 것이다.
머물러 쉼이 곧, 가고자 함이다. 산에서는 힘이 소모되기 전에 쉬어야 가고자 하는 곳까지 갈 수 있다. 거친 숨 몰아쉬면서도 지친 걸음 옮기는 데만 집착하다가는 볼 곳 보지 못하고 주는 것 받지 못하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해 반 토막 산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산은 언제 누구랑 오든 감동의 공간이다. 하지만 혼자와도 감동 넘치는 환희의 장소이긴 매한가지다.
뒤돌아보면 걸어온 산길은 살아온 삶처럼 회한에 젖어들게 할 때가 있다.
삶이 산과 다른 건 뿌듯한 성취감이 뒤돌아본 그곳에 반드시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자취가 사라진 행적은 얼마나 공허하고 슬픈가.
산과, 삶과 사람과……. 살아오면서 거듭되었던 기복, 그때마다 생겼던 사람들과의 갈등과 매듭에 대해 산은 어떻게 풀어야 현명한지를 가르쳐주었던 것 같다.
잊게 하고, 버리게 하고, 풀게끔 지혜를 주기도 했다. 지금도 그런 걸 사고하면서 걷게 되고, 걸으면서 하나씩 둘씩 정리시키고 있다.
북한산을 걸으면 늘 그런 생각이 든다. 세상에서 가장 생각이 다른 사람일지라도 함께 걸으며 생각을 맞추고 싶다는 생각, 이 길을 함께 걸으면 그가 누구든 그의 동떨어진 사고까지 흡수하고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사회, 정치, 이데올로기…… 다시 생각해도 군중들의 섞임에서는 현실성이 요원한 일이다. 여기가 산이기에 비루한 존재한테도 포용의 큰 의미를 잠시 심어주었을 것이다.
때 / 봄
곳 / 북한산성 주차장 - 국녕사 - 가사당암문 - 용출봉 - 용혈봉 - 증취봉 - 부암동암문 - 나월봉 - 나한봉 - 715봉 - 청수동암문 - 문수봉 - 대남문 - 대성문 - 보국문 - 대동문 - 대성문(back) - 형제봉 능선 - 형제봉 매표소 - 평창동
https://www.youtube.com/watch?v=1JMTj7rb-YA&t=1759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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