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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계곡_ 대미산에서 거울처럼 맑은 계곡 물길 따라 용하구곡으로

장한림 2022. 7. 20.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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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산에 올랐다가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으로 지정 예고된 용하구곡으로 하산

 

충북 제천시와 경북 문경시의 경계에 있는 대미산大美山은 월악산 국립공원을 지나는 백두대간에 자리하고 있다. 조선 영조와 정조 때 발간한 문경 현지에는 대미산을 문경의 많은 명산들 중 가장 높고 으뜸가는 산이라는 의미로 문경 제산 지조聞慶諸山之祖라고 표현한 바 있다.

월악산 국립공원을 수차례 다녀가면서도 미답지로 남아있던 대미산과 문수봉의 탐방 기회를 이번에 산악회에서 마련해주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이지만 흔쾌히 따라나섰다. 오지의 심산유곡을 방문하는 것은 늘 설렘을 준다. 스무 명 남짓한 일행을 태운 버스가 고도를 높이며 엔진 소리를 키우자 잠을 자던 이들이 눈을 뜨고 창밖을 내다본다.

 

 

 

백두대간의 중심이자 월악산 국립공원 대미산으로

 

 

문경에서 동로면으로 이어지는 901번 지방도로의 여우목고개는 해발 620m에 자리 잡고 있다. 산악회 버스가 여우목고개에 닿을 즈음 아침 내내 뿌옇던 안개가 거의 걷혀가고 있다. 도로변 육각 정자 옆에서 산행 준비를 하고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고 가지런히 심어진 농작물을 보고 오르면서 절로 마음이 풍성해진다. 

문경새재가 열리기 전에 여우목은 하늘재(계립령)와 함께 한양으로 통하는 주요 관문이었다고 한다. 안내판에 1866년 초 흥선대원군이 천주교도들을 학살한 병인박해 때 30여 명의 가톨릭 신자들이 끌려갔다고 적혀있다. 병인박해로 인해 그해 9월,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에 침범하며 병인양요가 발발했고 이들을 물리쳐 1891년 척화비를 세워 서양에 대한 경계심을 고취하고자 했다. 

 

 

 

 

충청도의 산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 도봉산역이나 수락산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럼 많은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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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성지인 여우목고개에서 대미산으로 오르는 길을 운달 지맥이라 하는데 등산로는 좁고 가파르다. 드문드문 아름드리 소나무도 있지만, 대다수 잡목 숲길이다. 그나마 동자꽃과 원추리가 색감을 드러내 거친 분위기를 조율해준다. 여우목고개를 출발하여 900m를 오르자 봉분이 보인다. 자손들이 벌초하려면 땀깨나 흘려야 할 거란 생각이 든다. 

1039m 봉인 이곳에서 단풍취꽃과 간간이 분홍 며느리밥풀꽃도 눈에 담으며 왼쪽으로 내려서서 좀 더 나아가면 대미산黛眉山이 환히 드러난다.

 

 

 

 

명칭 유래 때문이겠지만 대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눈썹 모양을 그려내게 된다. 안개가 완전히 걷혀 햇살 창창한 완만한 능선을 지나 돼지등 삼거리(해발 950m)에 이르는데 돼지의 등처럼 펑퍼짐한 삼거리 안부 지점으로 여우목고개에서 1.8km를 올라왔고 대미산 정상까지는 1km를 더 가야 한다. 진초록 수림을 벗어나면 여지없이 뜨거운 햇볕이 작열한다.

그리고 눈물샘 삼거리를 지난다. 식수가 부족하지 않아 샘으로 내려가지는 않고 바로 지나쳐 1051m 봉에 이르렀다. 대미산을 800m 남겨둔 이 지점에서 우측으로 백두대간이 꺾여 황장산으로 이어진다. 

이곳 대간 갈림길에서 바위 능선을 타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바위 능선을 지나 부리기재에 닿는다. 이 지점에서 명전 계곡 전화 마을과 용하구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좌우로 갈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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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선객들뿐이어서인지 등산로도 잡풀과 넝쿨들이 많아 길이 선명치 않다. 그러다 울창한 낙엽송 수림을 지나면서 왼쪽에 용화 구곡을 두고 매두막, 하설산, 어래산으로 이어지는 방향은 지금까지 보다 길이 뚜렷하고 깔끔한 편이다. 

대미산 정상(해발 1115m)을 표시한 자그마한 자연석은 세웠다기보다 박혀있는 것처럼 보인다. 남한 백두대간의 중심에 있는 산이며 월악산 국립공원의 식구임에도 살짝 소외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우거진 나무들이 조망을 가려 인증만 하고 바로 문수봉으로 향한다.

 

 

 

 

국립공원의 산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스물 두 곳의 국립공원이 지정, 관리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산들을 찾다 보면 그곳이 국립공원이고,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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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을 따라가다가 오른쪽 아래로 심마니 계곡이 있다고 하니 순간 등산이 아니라 산삼이나 약초를 캐러 다니는 기분이 든다.

포암산에서 대미산으로 길게 이어진 능선은 직각으로 방향을 틀어 문수봉으로 연결되며 그 능선을 따라 충청북도와 경상북도로 갈라진다. 대미산에서 대간을 따라 30여 분 내려와 황장산과 문수봉으로 나뉘는 갈림길에서 왼편으로 길을 잡는다. 

 

 

 

 

백두대간 대미산에서 북쪽으로 약 900여 m 떨어진 지금의 1049.9m 봉에서 왼쪽의 문수봉으로 가는 길을 등곡 지맥이라 일컫는데 문수봉에서도 모녀재, 야미산, 갈미봉, 등곡산, 황학산과 장자봉을 거쳐 충주호로 떨어진다. 약 34km의 굴곡 심한 산줄기이다.

황장산에 왔다가 염두에 두었던 곳이 미답지였던 대미산과 문수봉이었다. 오늘 그 길을 걸으면서 가까운 거리에 황장산을 두고 지나치니 감회가 새롭다. 산과의 인연, 산으로부터 소개받는 또 다른 산, 그렇게 산이 주는 감회는 세상에서의 인연과는 확연히 다른 그 무엇이 있다.

이 길도 인적이 드물어 길이 선명하지 않다. 넝쿨과 잡목을 해치고 간간이 급경사 구간을 올라 숨 고르면서 내다보면 지나온 1039m 봉과 대미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인간세상이 아닌 별천지, 물길과 바윗길 용하구곡으로 내려서다

  

평탄하게 돌을 깔아놓은 전봉에 올랐다가 왼편으로 100여 m를 더 진행하여 문수봉文繡峯(해발 1162m)에 이른다. 문수봉은 백두대간이 대미산을 거쳐 더욱 고도를 높이면서 월악산 최고봉을 일으켜 세웠는데 주봉의 자리를 영봉에 내주고 충북 제천과 경북 문경의 접점을 꿋꿋이 지키고 있다. 

 

 

주변 고산 준봉 중 가장 높기는 하지만 기암과 암릉으로 형성된 인근의 산들과 달리 육산으로 풍수상 소가 엎드린 산세라는데 특이한 면을 지니지는 않았다. 산의 북서쪽으로 흐르는 성천과 광천이 이곳에서 발원된다고 한다. 

대미산, 문수봉과 함께 하설산(해발 1027.7m), 매두막(해발 1099.5m) 등 1000m가 넘는 고산들이 즐비한 이 일대는 1953년 한국전쟁이 끝난 후에도 수년간 인민군 잔당과 빨치산이 숨어들어 전투가 벌어졌다고 한다. 얼핏 둘러보아도 참으로 깊은 오지라는 걸 알게 된다.

발아래로 황장산과 대미산 능선이 한눈에 보인다. 단양의 도락산, 멀리 도솔봉과 소백산을 시야에 담고 청풍호수를 낀 금수산, 장회나루의 제비봉과 반갑게 눈인사를 나누고 문수봉과 작별한다.

 

 

 

 

문수봉과 매두막 사이의 안부 오두현 고개에서 양주동과 용하구곡이 갈라진다. 오두현에서 용하구곡까지 태고의 자연을 느낄 수 있을 터인데 용하구곡 상류는 자연휴식년제로 입산을 통제하여 제천시 덕산면 도기리 양주동으로 하산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때가 한여름인지라 용하구곡用夏九曲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월악산 송계계곡과 달리 개발이 덜 된 심산유곡의 용하수에 땀을 씻고 그간 찌들었던 속세의 이기를 털어냄이 마땅하단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문수봉 아래의 첫 동네인 양주동은 20여 모든 가구가 황기와 당귀의 약초 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이곳에서 용하계곡으로 들어서 계곡을 거슬러 오른다. 

월악산 주봉인 영봉 남쪽의 만수봉과 동남쪽 문수봉 사이에 있는 용하구곡은 주자학을 집대성한 중국의 주자가 자주 찾던 무의산을 본뜬 명칭이다. 아홉 개의 계곡이 너무 아름다워 무의 계곡이라 칭한 것을 항일 유학자인 의당 박세화 선생이 패러디해 마치 붓을 놀리듯用筆 여름을 가지고 논다는 의미로 용하구곡用夏九曲이라 이름 지었다. 

 

 

 

 

제천의 10경 중 한 곳이자 월악산 국립공원에 속한 용하구곡은 옛날 어느 선비가 이곳을 돌아보고 하늘과 땅도 비밀로 남겨둔 명소라고 극찬한 바 있다. 

대미산에서 발원되어 약 5km에 걸쳐 하류에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며 자연경관이 빼어난 지점에 구곡이 분포하고 있다. 높이 35m, 길이 100m쯤의 제1곡 수문동 폭포가 천연동굴 위로 쏟아져 내리고 제2곡 수곡 용담은 용이 꼬리를 틀 듯 포말을 이룬다. 그리고 3곡 관폭대, 4곡 청벽대, 5곡 선미대, 6곡 수룡담, 7곡 활래담, 8곡 강서대와 마지막 제9곡 수렴선대는 월악산 영봉에서 발원하여 산골짜기 넓은 바위를 타고 흘러 까마득히 산 아래로 낙하하며 멋진 폭포를 이룬다.

 

 

 

 

용하구곡은 구곡 입구인 용하동문을 비롯하여 제1곡부터 아홉 군데의 경관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한여름 속살을 줄줄이 드러낸 화강암 반석지대로 이어지는 계곡에 들어서면 시원함이 뼛속까지 스민다는데 피서객들이 많아 그 정도까지는 못 느끼지만, 겨울이라면 뼈까지 시릴 게 분명해 보인다.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에 계곡 사이로 멀리 월악 영봉이 고개를 들어 배웅해주니 가는 길이 가벼워진다. 언제든 마음만 내키면 올 수 있는 월악산 일대이기에 떠나면서도 크게 서운한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오래도록 단단하게 다진 친분 아니던가.  

 

 

 

 

때 / 여름

곳 / 여우목고개 - 돼지등 삼거리 - 눈물샘 삼거리 - 대미산 - 문수봉 - 부리기재 - 용하구곡

 

 

https://www.youtube.com/watch?v=1FmWjF1DRtU 

 

나의 산행기_ 도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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