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산,
아득히 높고 끝없이 멀어
숨 죄는 깔딱 고개,
허리 붙드는 좁은 능선
걸음걸음 내딛을 때마다
오래도록 흐르고 아직도 내내 흐르는
그 세월처럼 여겨지더라.
그날들,
고독이 가장 가까운 벗이었고
일그러진 고통 당연한 삶 아니었던가.
분노와 미움, 안쓰러움과 설움
축축이 젖어 뿌옇던 먹빛시절
무심의 희열로 말려가며
셋이나 되는 백두대간 봉우리 황급히 내딛는데
지난 날 아린 통증
오로라 화사한 섬광만큼은 아니더라도
푸근한 빛으로 바꿔
희열로, 열정으로 되살리려 애썼지 않았는가.
짓눌린 삶의 무게
정든 이들과 나눠지고 사랑하는 이들과 이고 지며
흐르듯 몸 맡겨 숱한 걸음 내딛지 않았던가.
높이 올랐기에 멀리 내다보라 혜안까지 일러주던
능선 곳곳 풀향 그득하고
미소 온화한 금강소나무 여운 아스라한데
여기 이 산 내리막,
조금 전 새긴 두타의 의미마저 벌써 망각한 것이던가.
칼바위 해넘이 하산 길,
자아위주의 이기, 쉬이 버려지지 않는 욕구
산등성이 휘감는 운무 속에서 다시금 꿈틀거리는 걸
어쩌지 못하누나.
아직도 겪을 숱한 날들,
어쩜 죽을 때까지도 고쳐지지 않을 속된 마음들이
되레 삶의 무게로 오지게 환원될까보아
어깻죽지부터 무릎정강이까지
전해지는 찌릿한 통증
여기,
속절없이 빠른 계류에 아주 흘려보낼 수는 없는 거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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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 잔의 독백
바람 지난 하늘에 홀로인 양
희미한 한여름 낮 보름달 자국
동풍 따라 서녘으로 떠밀리면서도
저 얼마나 여유롭고 아름답던가.
우울함이 극에 닿을 만 할 때
초록 미풍 벗 삼아 술이라도 한 잔 드셔보시게
제엔장! 세상에 우울하단 단어가 왜 생겼나 한다네.
넘어서서 탐 아니 내고, 남 맘 쓰라리게 아니하여
물 흐르듯, 서로의 가슴에 정 흐르게 하며 그냥 그렇게,
지금까지 살아 왔듯 살아가면 도저히 안 되고 마는 것인가.
단 한 번도 있는 놈 부러워하지 않았다네.
알고 보니, 그 치는 더없이 행복스러울 텐데도
늘 찡그린 모습으로
근심, 걱정 나보다 서른 배는 더 많더군.
높은 자리 욕심낸 적 단 한 번 있었던가.
먹어서 얹히고 말 뒷돈, 받은 적도 없거니와
주어서 냄새 풍기는 돈, 단 한 번도 준 적 없었다네.
캄캄한 밤, 속까지 태우며 하늘의 별 세다가
이름 모를 새 울음소리에 자장가 삼는,
가진 거라곤 꺼칠하게 삭은 몸뚱이 뿐인 사람들이나
휘황찬란 불 빛 아래
값 비싼 술, 멋진 음악, 섹시한 계집에 취해 흥청거리는,
있기는 하지만 어딘가 불안스런 사람들이나
하루 세 끼 혹은 두 끼, 먹고 자고, 깨고, 투덜거리는 건
아웅다웅, 생활에 찌들어 내뿜는 한숨이 대화보다
훨씬 많은 빈곤한 중생들이나 하염없는 갈구함이 무한한 건
크기가 다 같지 않을 텐가
하루를 웃음지어 주변을 밝게 하는 촛불 같은 사람을
보지 못한 자가, 어찌 눈을 떴다하여 세상의 모든 걸
다 보았다고 입 벌려 말할 수 있을 손가.
발길 돌아서면 가슴에서 꺼내 지울 수도 있는
한 움큼의 한 덩어리 남겨둔들 무엇하리.
이치를 깨우치고 나면 모두…
모두 다
허망한 욕심, 내려놓지 못한 어리석음 때문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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