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어머니의 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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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어머니의 품이다_ 가야산 운해

장한림 2022. 4. 14.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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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어머니의 품이다.

기다림과 그리움 가득 담게 하는 충직한 본능

한 방울 물기마저 없애려 빨래 비틀 듯

세월에 영혼 담아 당신 몸 사르는 기도

산은 뒤늦게 불효에 통한케 하는

떠나신 어머니의 뒷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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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운해

 

가야산 만물상 구름 안개 타고 올라

거친 바위마다 눌러 밟으니 그 느낌 어찌 이리 정겨운가.

발밑 세상 오염 찌꺼기 죄다 덮이는 듯하고 구름 거닐 듯 가볍기 그지없다. 

 

숨조차 고르기 힘들었던 아픔들, 거기서 돋은 생채기와

고름까지도 봉우리마다 보듬고 또 보듬어준다.

무량한 별들조차 올려보기 겨웠던 어지러운 후유증 

씻어내고 큰 사랑 주려 가야산은 예까지 이끌어 

온 시름 거둬간다. 

 

상스럽기 한량없는 무원칙이 요동치는 세상 한복판,

파렴치하기 이를 데 없는 작태들 틈바구니에서 

비록 허우적거릴지라도 사리 가늠할 수 있는 분별로 

자존감 놓치지 말라 점잖은 훈수를 둔다.

 

순결하고 투명하여 찬란하기까지 한 깊은 헤아림으로

얄팍한 그네들 속조차 가늠 말라 한 수 가르침을 준다.      

목젖까지 차오른 혼잣소리, 내뱉지도 못하고 

가슴으로만 되뇌었던 고뇌 찬 외침을 

가야산은 한 마디 파열시키지 않고 묵묵히 들어준다.

 

올라와 내려다보면 교만 떨쳐내 높이 낮추라 하고,

골짜기 깊숙이 들여다볼라치면 나무보다 먼 숲길 열어 

포용의 큰 의미 되새기게 한다. 

 

내려와 올려다보면 산은,

애상을 자아내도록 흐드러져 쏟아지는 별들을 

눈에 밟히도록 밝혀주어 굳어 건조한 살갗 주물러주며 

긍정의 너른 의미 깨닫게 한다. 

 

떠올리기 싫어 고개 젓던 껄끄러운 기억마저도 산은,

부챗살처럼 모여들게 하더니 가슴 훈훈하게 문질러준다.

 

자비처럼, 혹은 구원처럼 질곡 없이 노상 수채화 같은 삶이 어디라서 있으랴마는

이곳 봉우리들엔,

그 무어라도 부르면 웃음으로 화답하고 

두들기면 청아한 고음으로 손뼉 치며 반응한다.

 

위안의 햇살과 감사의 바람을 넌지시 건네주더니

거기 더해 투명하고 투명한 명경지수로 사위四圍를 

촉촉이 적셔준다.

 

그 찬란함 속에서 산은,

숱하게 거듭되는 까칠한 이별에 대해서도 참하디 참한 

해학을 펼친다. 

 

지나온 삶, 대개의 덩어리가 쌓인 위에 또 쌓인

고엽들 마냥 부토抔土되어 흘러간 사연일 뿐이며, 

별 가치 없이 수북하기만 한 에피소드의 되풀이와 

다를 게 뭐 있겠느냐고. 

 

갈림길 고봉들 너나 할 것 없이 고개 끄덕여 수긍한다.    

그렇지. 이젠 맺어오던 것을 끊을 때가 아니라 

더욱 이어가야 하는 순간일 뿐이라고.

그렇고말고. 무어든 보낼 때가 아니라 포용하며 무한으로 

맞이해야 할 즈음에 우린 잠시 자릴 비울뿐이라고. 

 

그렇지 아니한가 말일세.    

꾸꾸루! 목청 다해 건조한 소리 만들어내는 산새 울음도 

가는 안타까움에서가 아니라 오는 반가움에서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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