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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국립공원
1966년 한라산 천연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바 있는 한라산은 1970년에 일곱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2002년에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고 200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그리고 2008년에는 물장오리 오름 산정화구호 습지가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어 보호 관리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오름 공화국 한라산 그리고 최정상의 백록담
이러한 漢拏山은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해발 1,947.3m)으로 산정에 서면 은하수를 잡아당길 수 있을 만큼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70년 3월에 국내 일곱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1002년과 1007년에 분화했다는 기록과 1455년과 1670년에 지진이 발생하여 큰 피해가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처럼 화산활동에 의해 지표 대부분이 현무암으로 덮여있고 정상에는 지름 약 500m에 이르는 화구호인 백록담이 있으며, 360여 개의 측화산, 해안지대의 폭포와 주상절리, 동굴과 같은 화산지형 등 다양한 지형 경관이 발달했다.
특히 한라산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소화 산체인 오름이 368개나 산재해있다. 또한 한라산은 난대, 온대, 한대 또는 고산식물의 보고로, 한라산 특산종만 73종이나 되며, 약 2000여 종 이상의 식물이 장생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상징, 한라산
한라산 등산로는 성판악 구간(9.6㎞), 관음사(8.7㎞), 돈내코(7.0㎞), 어리목(6.8㎞), 영실(5.8㎞) 등 다섯 구간이 있는데, 등산 당시에 정상탐방이 가능한 코스는 성판악과 관음사 구간의 둘 뿐이고 나머지 세 구간은 모두 남벽분기점까지만 등산이 가능하여 탐방이 가능한 두 구간을 오르내리기로 하였다.
완만하게 오를 수 있는 성판악에서 백록담 정상을 거쳐 비교적 가파른 계단 길인 관음사로 내려오는 길이다.
“총 산행거리가 19km가량 되는데 괜찮겠어?”
“와보고 싶었던 곳이에요. 잘 인도해 주세요.”
아내와 모처럼 제주도에 왔다. 여행 둘째 날, 한라산에 오르기로 했는데 흔쾌히 동반한다. 한라산은 고산 기후와 해안 기후의 상호작용으로 예상치 못한 기상악화를 접할 수 있고 해발고도와 바람에 따른 온도의 변화가 심한 곳이다. 세밀하게 기상예보를 살펴 무난한 날을 택하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산행을 하는 아내와 함께인지라 조금은 조바심이 생기는 것이었다. 성판악 탐방안내소를 출발하는 아내의 걸음이 경쾌하기는 하다.
한라산의 허리를 관통하며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제1횡단도로의 중간지점인 성판악은 해발 750m 고지에 위치하였는데 이 도로에서 가장 높은 지대이자 남북 제주를 가르는 고갯마루이다. 산 중턱에 널 모양의 암벽이 둘려있어 마치 성벽처럼 보여서 성널 오름이라고도 부른다.
“백록담이 보고 싶었거든요.”
아내는 백록담으로 향하며 무척 들떠있다.
“그렇게 서두르면 중간도 못 가서 지칠걸.”
한라산 탐방로 중에는 가장 긴 길이다. 편도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고 적혀있는데 그보다 더 걸릴지, 아니면 중도에 포기할지는 체력 안배에 달려있다. 그래서 잔소리를 했는데 다행히 거침없이 거무튀튀하고 송송 구멍이 뚫린 현무암 탐방로를 잘 내딛고 있다. 오르막길마다 정비가 잘되어있기도 하고 거리를 가늠할 수 있도록 곳곳마다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나무데크를 오르고 양옆으로 울창한 숲을 끼고 탐방로에 깔린 두툼한 포대와 돌밭을 골고루 밟으며 오르게 된다. 시야가 가려져 조망은 전혀 기대할 수가 없다. 성판악에서 4.1km 지점인 속밭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사라오름 입구까지 1.7Km 구간을 비교적 편안하게 걷는다. 사라오름 입구에 다다를 즈음에서야 제대로 산길을 오르는 느낌을 받게 된다. 아내에게 사라오름 정상을 구경시켜주고 싶었지만 아내의 표정이 거기까진 무리라고 표현하고 있다.
계속 직진하여 진달래밭 대피소에 이르러 숨을 몰아쉬며 휴식을 취한다. 9.6km 중 7.3km를 올라왔다. 오후 한 시까지 통과해야 정상탐방을 허가하는 진달래밭 대피소인데 아침 일찍 출발해서 시간에 쫓길 염려는 없었다.
“잘 걷네.”
“힘드네요.”
대피소 한쪽 편에 앉아 간편식으로 허기를 보충하고 백록담으로 향한다.
“여기부터는 꽤나 가파르니까 보폭을 줄여서 걷는 게 좋을 거야.”
4년 전 겨울, 힘이 부치도록 하얀 눈밭을 걸어 오르던 때가 떠올랐다. 대피소를 지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시야가 트이고 바다처럼 파란 하늘이 펼쳐졌다. 백록담에 이르기 직전 마지막 가파른 계단에서 사방으로 넓게 펼쳐진 벌판이 보인다.
“쉬었다 갈까.”
막바지에 이르러 아내의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주저앉는듯하더니 금세 컨디션을 가다듬고 일어서는 아내가 갸륵하다.
“그래, 조금만 힘내. 바로 저기까지만 가면 백록담이 바로 아래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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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 구간에 이르자 불어오던 바람이 더욱 세차게 몰아친다. 밧줄을 잡고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 아내를 뒤에서 받쳐주지 않을 수가 없다.
부는 바람에 땀이 식어버리면서 정상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정상 주변 곳곳에 무리를 지어 모여 있다. 우리나라 최남단 섬의 한가운데 1950m 높이로 우뚝 솟은 남한 최고봉 한라산이다. 능히 은하수를 잡아당길 만큼 높은 산이라는 의미로 명명된 한라산은 금강산, 지리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삼신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산 아래 바다에서 올려다보면 방패를 엎어 놓은 형상의 한라산은 360여 개의 오름을 품고 동서로 길게 해안까지 뻗어있다.
물이 많이 빠진 백록담을 내려다보면서 아내는 희열에 젖었다. 제주도에 올 때마다 백록담을 보고 싶어 했으면서도 여러 가지 여건상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화산 분화구를 직접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롭네요.”
“남편한테 잔소리가 심하면 저기서 다시 용암이 솟을 수도 있다던데.”
“그래요? 잔소리 좀 줄여야겠군요.”
“하하하!”
한라산의 기생화산들은 분석으로 이루어져 화구에 물이 고이지 않는 데 백록담에는 물이 고여 있다. 예전에는 수심 5~10m의 비교적 많은 물이 있었으나 담수능력이 점점 떨어져 수심이 계속 낮아지고 있으며 바닥을 드러내는 날도 많아진다고 한다.
백록담은 옛 신선들이 백록주를 마시고 놀았다는 전설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도 하고 흰 사슴으로 변한 신선과 선녀의 전설 등에서 유래했다고도 전한다. 수많은 탐방객들이 올라와 정상의 희열을 맛보고 아직 휴화산인 백록담을 즐기고 있다.
신생대 3, 4기 무렵 화산 작용으로 생긴 분화구에 물이 고여 형성되었으며 약 140m 높이의 분화 벽으로 사방이 둘러싸여 있다. 총 둘레 약 3㎞, 동쪽에서 서쪽으로의 길이 600m, 남과 북의 길이 500m인 타원형 화구이다. 백록담 너머에서 드센 바람이 불면서 여기저기 앉아있던 까마귀들이 훼치며 하늘로 솟구쳤다.
통일이 되든 혹여 그렇지 않더라도 그네들이 남조선 동포들한테 백두산을 개방하여 천지까지 탐방하게끔 한다면? 뜬금없이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봄이건 엄동의 한 겨울이건 얼마나 많은 관광객들이 천지 주변을 에워싸고 있을 것인지 상상을 하다 일어선다.
“이젠 내려가야지.”
하늘에 드문드문 떠다니는 구름 사이로 제주도의 해안 전경을 내려다보고 관음사 쪽으로 하산한다. 제법 강하게 일던 바람은 내려오면서 잠잠해졌다. 삼각봉 대피소에 이르러 숨을 돌렸다가 식사를 한다.
“다 식었는데도 꿀맛이네요.”
“산에서는 뭘 가지고와도 입맛이 살아나니까.”
커피까지 마시고 고도를 낮춰 개미등을 지나 탐라계곡 대피소까지 내처 내려섰다. 완만하게 편안한 길을 지나면서 관음사 입구까지 도착했다.
“수고했어. 아주 잘 걸었어.”
“힘들긴 했지만 뿌듯한 산행이었어요. 오래 남게 될 거 같아요.”
"오래 기억에 두지 말고 또 다녀가면 되지. 그땐 관음사에서 올라가 보자고."
이제 한라산은 다녀오겠노라고 마음만 먹으면 예전에 비해 그리 먼 거리가 아니다.
때 / 초봄
곳 / 성판악 탐방안내소 - 속밭 휴게소 - 사라오름 입구 - 진달래밭 대피소 - 백록담 - 삼각봉 대피소 - 관음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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