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떼지 않으니 입도 다물어지지 않는다.
눈을 돌리자 막 내려선 화채봉이 저만치 멀어졌다.
가히 남성적이고
가부장적이다.
화채능선의 화채봉에서 시발한 칠선폭포를 보게 된다. 천불동 동쪽 지구 칠선골에 깎아지른 듯한 바위 절벽에서 물줄기를 쏟아내는 중이다. 이런 폭포를 멀리서 눈으로만 혹은 사진으로만 감상해야 한다는 게 안타깝다.
칠선골도 계곡이 험준하여 출입이 어려운지라 여기 만경대가 아니면 볼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나무숲으로 파고드는 걸까, 빠져나와 제 근육을 보이려는 걸까.
공룡능선 천화대를 이 방향에서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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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몸집의 울산바위가 오늘은 왜소해 보이기만 한다.
큰 바위 세 덩어리가 더 큰 바위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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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만물상 관람을 마쳐야 한다.
공룡능선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다가 천불동 계곡의 상류인 양폭으로 빠진다.
양폭으로 내려가는 길도 미끄럽고 가파르다.
발 디딜 곳도 살펴야 하고 좌우로 펼쳐지는 풍광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자연 걸음이 더딜 수밖에 없다.
만경대에서 꽤나 긴 바위 암벽을 거듭 끼고 내려가게 된다.
등산을 하는 게 아니라면 여긴 오지 중의 오지였을 것이다. 그것도 험준하고 위험스러운.
다시 송곳 같은 바위가 나타나고
암봉 일대가 나타났다가는
너덜 돌길로 내려서게 된다.
희운각에서 내려오는 계단길과 왼쪽으로 음폭이 보인다.
이제 여기만 내려서면 정규 탐방로로 들어서게 된다.
얼마 만에 보는 정상 등산로인가. 사막에서 흙길을 접한 기분이다.
이제부턴 천불동의 암봉들을 보며 걷게 된다. 아직도 도착지인 소공원까지 6,5km가 남았다.
낯익은 광경들이 펼쳐진다. 멀리 출장을 갔다가 고향으로 온 기분도 들고
평지를 걷게 되니 정글 게릴라 전투에 참전했다가 휴가 나온 기분도 든다.
초록 바래고 단풍 고운 빛 퇴색하여
휘이잉, 엄동 모진 삭풍
회오리처럼 휘감아 돌다
귓전에 얼어
이명처럼 울리거든
그때도 난,
발자국 눈에 묻힌 산마루 지나리라
가파른 바윗길 무심히 오르리라
귀 먹어
아무 소리 듣지 못할지라도 이 산
흔적마다 주워 담아
책갈피 펼쳐가며
고이 꽂아 놓으리라
참 아름답게 여겼던 천불동이 왠지 2류로 밀려난 느낌이 든다.
적벽에 클라이머들이 오르기 시작하고
장군봉에도 암벽과 한 몸 되어 진한 스킨십을 한다.
내려와 뒤돌아보니 화채능선에서 보낸 한나절이 꿈처럼 아련하고 신기루처럼 아스라하다.
다시 뒤돌아보면
아득했던 그 산들
가파른 등성이마다
거친 호흡, 굵은 땀방울
없어져도 그만일
짧은 흔적이겠지만
나는 가슴 깊은 곳에
줍고 쓸어 담아
고이 여미고
가지런히 포개 놓게 된다.
눈에 가득 드리운 굵은 바위 봉우리들
마음 가득 채운 무수한 단애
내려와 다시 그 산 올려다보면
비록 어둠에 가렸어도
흔적마다 온통 그리움이다.
저만치 가다 또 한 번 온길 되돌아보면
달빛 흐릿한 어둠마저
감동으로 울림 되어
가슴속 쿵쿵거림은
금세라도 눈물 되어
내 두 뺨 적실 것만 같다.
때 / 늦여름
곳 / 설악동 소공원 - 안락암 - 권금성 - 봉화대 - 집선봉 - 칠성봉 - 화채봉 - 만경대 - 음폭 - 양폭 - 오련폭 - 천불동 계곡 - 귀면암 - 비선대 - 와선대 - 소공원 - C지구 주차장
https://creators.kakao.com/channel/_YxiJxjb/board/list/publish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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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xzFUiLCWA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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