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물을 만나다
유비는 와룡 선생을 곁에 두려고 세 번씩이나 먼 길을 발걸음해 그를 만나 정중하게 청했다.
“간신배들이 천하를 차지하려는 작금의 세상을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저는 만민 백성을 평안케 하고자 천하를 얻으려는 큰 뜻을 품었으면서도 지혜롭지 못해 세월만 허비해 왔습니다. 부디 저를 도와 세상을 구하게 해 주십시오.”
제갈량은 유비와 함께 하기로 하면서 천하를 셋으로 나누어 한쪽을 취하자는 천하삼분지계를 큰 그림으로 제시했다.
“북방에는 조조가 튼실한 터를 지니고 있어 그와 대적하는 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입니다. 동쪽 오나라와 연합하여 조조를 견제하며 서쪽에 터를 마련하여 나라를 세우면 천하를 취할 수 있습니다.”
“탁월한 묘책입니다. 이제까지 선생처럼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베려 들었습니다.”
유비는 제갈량을 굳게 믿으며 예를 갖춰 매사를 함께 논의했다. 그러자 관우와 장비는 몹시 못마땅해했다.
“제갈량은 아직 젊은 애송이입니다. 형님께서 과분하게 예의를 갖추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쓸데없는 말을 하고들 있구나. 우리가 공명 선생과 함께 하는 건 마치 물고기가 물을 얻은 것과 다르지 않다는 걸 모르겠는가.”
‘물 만난 물고기’라는 의미의 수어지교는 군신 간의 두터운 사귐, 사람 간의 친밀한 교류, 아주 가까워 떨어질 수 없는 친구 사이를 이르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살아서 내 목숨을 내어줄 수 있는 단 한 명의 친구를 두었다면 그는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인생에서 진정한 수어지교를 만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give & take가 일상화된 세상 아니던가. 이해가 상반되기 십상인 사회 시스템 아니던가.
베풂이 선행되지 않으면 수어지교란 언감생심 기대하기 어려운 세상일 수 있지만, 스스로 물이 되어 주판알을 튕기지 않고도 물고기를 받아들일 수 있는 이들은 드러나지 않은 곳에 얼마든지 존재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본 다는 건, 그런 일을 체험한다는 건 그 무엇에도 견줄 수 없는 카타르시스이다.
https://www.bookk.co.kr/search?keyword=%EC%9E%A5%EC%88%9C%EC%98%81
'세계 고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국지의 고사를 되짚다 7_ 허허실실虛虛實實 (0) | 2022.03.12 |
---|---|
삼국지의 고사를 되짚다 6_ 고육지책苦肉之策 (0) | 2022.03.11 |
삼국지의 고사를 되짚다 4_ 삼고초려三顧草廬 (0) | 2022.03.11 |
삼국지의 고사를 되짚다 3_ 오관육참五關六斬 (0) | 2022.03.11 |
삼국지의 고사를 되짚다 2_ 비육지탄髀肉之嘆 (0) | 2022.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