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락펴락하며 상대를 다스리다
죽은 유비의 뜻을 받들던 제갈량은 새로 황제에 즉위한 어린 유선劉仙을 보필하며 중원中原에 진출해 천하통일의 꿈을 이루고자 했다.
그러나 중원 진출을 위해 배후인 서남 지방, 남만의 안정이 절실했던 제갈량으로서는 그들의 반란을 진압하는 게 큰 숙제였다. 다른 장수를 보내 진압한다 해도 언제 다시 변심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남만은 오늘날 중국 남부와 베트남, 미얀마 북부에 걸쳐 있던 거칠고 공격적인 나라였는데 맹획이 그 우두머리였다.
“내가 직접 나서 남만부터 잠재워야겠구나.”
고심을 거듭하던 제갈량은 우선 나라 안을 안정시키고 중원 쪽으로는 오나라와 연합해서 위나라를 견제하도록 방비해 놓은 다음 친정親征에 나섰다. 남만 정벌의 장도에 이르자 마속이 제갈량에게 충언했다.
“승상, 남만은 우리와 거리가 멀어 가파른 산세를 믿고 우리에게 오래도록 복종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그들을 친다 해도 곧 다시 배반할 것입니다. 승상의 군대가 들이닥치면 틀림없이 항복하겠지만 군사를 돌려 위나라를 칠 때면 우리 내부가 비었음을 알고 다시 침범할 게 자명합니다. 무릇 군사 작전의 승리는 적의 속마음을 복종시키는 것입니다.”
“그대가 내 속을 꿰뚫고 있구나. 나도 같은 생각일세.”
제갈량이 감탄하고는 마속과 함께 50만 대군을 이끌고 남만으로 진격했다. 자기 용맹만 믿던 맹획은 번번이 전투에 임하지도 못하고 제갈량의 꾀에 걸려 사로잡혔다.
“당신 꾀에 속아 싸움다운 싸움을 못해 봤소. 다시 당신과 싸워서 또 지면 그때는 정말 항복하겠소.”
제갈량이 맹획을 풀어주자 장수들이 물었다.
“우두머리인 맹획을 사로잡았는데 어찌 풀어 주십니까?”
“맹획을 사로잡는 일은 누워서 떡먹기보다 쉬운 일이오. 하지만 저 자를 진정으로 복종시키지 않으면 남만은 우리가 취할 수 없기 때문이오.”
싸움에 나선 맹획은 또 사로잡혔지만 여전히 굴복하지 않았다. 제갈량은 그를 풀어 주었다가 다시 잡기를 일곱 번이나 했다. 일곱 번의 전투가 끝나고 제갈량은 포로로 잡힌 맹획을 융숭하게 대접하고는 자리를 떴다. 대신 다른 장수가 들어와 맹획을 접대했다.
“승상께서는 이 땅의 많은 이들을 죽여 맹획 공과 얼굴 대하기가 부끄럽다고 하오. 그래서 저를 대신 이 자리에 보내시고 또 당신들이 전열을 갖춰 다시 싸울 수 있도록 풀어주라고 하시었소.”
그러자 맹획이 감복하여 눈물을 흘리며 항복을 고하고는 더 이상 맞서 싸울 마음을 품지 않았다. 제갈량은 맹획에게 촉나라 관직을 내려주었다.
제갈량이 맹획을 일곱 번 놓아주고 일곱 번 사로잡았다는 칠종칠금七縱七擒은 상대방을 자기 마음대로 쥐락펴락하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다. 자기가 부리는 사람들을 칠종칠금해 완전히 자기편이 되게끔 한다면 정치나 사업에서 크게 앞서갈 수 있는 인맥을 갖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사 속 숨은 이야기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화사일을 자기 일처럼 할 수 있을까!”
“부하들을 진심으로 따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조직이나 단체의 리더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과 설득 등 다양한 시도를 하지만 만족한 결과를 얻어내기란 쉽지 않다. 어떤 조직사회는 채찍으로만 다스리려다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렇다고 물질이나 승진 등 당근을 준다고 해서 온전히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진정성이 결여된 편법은 그예 불복과 거부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범죄자가 교화되지 않고 전과만 누적되는 경우에 비견할 수 있다.
진심으로 배려하며 상대의 마음을 어루만질 때 진정한 팔로우십을 이끌어 내지 않을까.
“그들의 복종을 어떻게 이끌어낼까?”를 고심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소 일곱 번은 노력하였는가?”라는 의문을 먼저 지녀야 하지 않을까.
진심과 신의가 확인되면 마음의 문은 열리고 진정한 의사소통이 되기 마련이다.
일곱 번까지도 사랑과 관용을으로 상대를 대한다면? 만나는 이들은 최후의 맹획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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