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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삼경을 되짚어 보다 5_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

장한림 2022. 5. 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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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키를 재서 우열을 가린다 한들

전국시대 때의 위魏나라는 한韓나라와 조趙나라 사이에서 위급한 상황을 많이 겪은 약소국에 속했다. 그런 시기에 위나라 왕위에 오른 혜왕惠王은 군비를 튼실히 하고 백성을 사려 깊게 보살피면서 국력을 키워나갔다.

“우린 이제 예전의 위나라가 아니야.”

군사력이 예전 같지 않게 강해졌다고 판단한 혜왕은 이웃 한나라와 조나라를 선제공격하여 승리를 거두자 제齊, 초楚, 진秦나라 등 강대국과도 당당히 맞서 싸웠다.
혜왕은 다른 나라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때마다 패전국의 백성이 자기 나라로 건너와 살기를 바랐고 또 그렇게 되리라 믿었다. 전쟁은 그렇게 승리를 취함으로써 강국으로서 도약하는 게 일반적이기도 했다.

“전쟁에서의 승리만큼 중요한 게 내 백성들이 잘 사는 것이야.”

혜왕은 나라를 잘 다스려 백성들에게 칭송받는 훌륭한 임금으로 존재하고 싶었다. 그런데 정작 백성들은 혜왕의 국정운영 방식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혜왕에 대한 지지율은 지속적 하락세였던 것이다.
그 무렵 왕도 정치론을 전파하기 위해 천하를 주유하던 맹자가 위나라를 방문했다.


“고명하신 선생께서 이 나라까지 찾아오셔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혜왕은 맹자를 반갑게 맞이하여 융숭하게 대접하며 고심하던 바를 털어놓으며 그의 고견을 듣고자 했다.

“과인은 백성을 위한 인의를 펼치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하는데 도대체 백성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소이다. 이게 무슨 연유입니까?”
“어떻게 인의의 정치를 펼치셨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보시지요.”
“흉년 때 구호 양곡을 넉넉히 풀어 백성들의 기근을 해결하는 등 백성들의 어려운 살림을 일일이 보살피곤 했지요. 그런데도 백성들은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더군요. 또 나라 인구가 늘어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우리 백성이 다른 나라로 이주하더란 말입니다. 어째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어 답답해하던 참이었습니다.”

혜왕의 넋두리에 귀를 기울이던 맹자가 말문을 열었다.

“적의 화살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한 병사가 지레 겁을 먹고 도망쳤습니다. 한 50보쯤 도망치는데 100보쯤 앞에서 먼저 도망친 병사가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50보 도망간 군사가 앞서 도망가는 병사한테 비겁한 놈이라며 욕을 했습니다. 전하께서는 이런 경우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50보든 100보든 그게 무슨 차이가 있겠소. 도망가는 건 다 마찬가지 아니겠소?”

혜왕의 답변에 맹자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지금 이곳 위나라나 다른 이웃 나라나 정치는 크게 다를 게 없습니다. 불과 50보 100보의 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말에 혜왕이 발끈했다.

“어찌 그렇게 서운하게 말씀하시오. 난 이웃 나라 왕들보다 훨씬 더 세심하게 백성들을 보살피고 후하게 대하는 편이오.”

맹자가 정색을 하고 혜왕의 말을 받았다.

“지금 백성들은 계속되는 전쟁에 고달파하고 있습니다. 전하께서 아무리 백성을 잘 돌본다 해도 툭하면 전쟁을 일으키니 그 보살핌이 전혀 소용없는 것입니다. 전시에는 이 나라 저 나라 모두 백성들이 핍박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정 백성을 생각하신다면 전쟁을 멈추십시오. 전쟁에 소요되는 물자와 제반 노력을 백성들 살림에 돌리신다면 정착민이 늘어남은 물론 백성들로부터 어진 임금이라는 칭송을 받을 것입니다.”

실제로 위나라는 해마다 치르는 전쟁으로 국력이 급격히 소모되는 중이었다. 남자들이 대부분 전쟁에 동원되는 바람에 일손이 부족해져 논밭은 황폐해졌고, 먹을 양식이 부족하여 굶어 죽는 일이 속출하자 살기 위해 이웃 나라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런 중에 임금의 작은 생색이 백성들을 만족시킬 리 만무였던 것이다.

“선생의 말씀을 들으니 내 생각이 얼마나 짧았는지 크게 반성이 되는구려.”

혜왕은 맹자의 말에 크게 깨우침을 얻고 더욱 어진 인의의 정치를 베풀었다.
전국시대 때 ‘양혜왕’ 편에 나오는 이 일화에서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가 유래되었다. 대수롭지 않을 정도의 작은 차이가 있을지언정 큰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우리 속담에 도토리 키재기와 유사한 의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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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마태복음 7장 3절)에 이런 말이 나온다.

“어찌하여 남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남의 집 닭장에서 닭을 훔친 자가 남의 외양간에서 소를 훔친 자에게 도둑놈이라고 한다면 그 누가 고개를 끄덕이겠는가.
지역색이 판을 치던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성향은 대체적으로 진보와 보수로 고착화된 듯하다. 그런데 이렇게 서로 다른 정치적 취향이 서로 틀리다거나 그릇된 것으로 취급되어 종종 피아彼我의 입장으로 양분되고 있음을 접하게 된다. 그래서 친한 이들일수록 정치와 종교는 화두로 삼지 말라고 한다.
내 생각과 다른 상대의 생각은 깔아뭉갤 대상이 아니다. 그건 똑같이 상대에게도 깔아 뭉개질 수 있는 내 생각이기 때문이다.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칼 융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어떤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지 잘 안다. 그러나 자신이 그 콤플렉스에 사로잡혀있는지는 모른다.”

자신이 50보의 위치에 있을 때는 100보 거리가 큰 차이로 보인다거나, 남의 티가 도드라지게 보이는 현상은 자신만의 콤플렉스에 사로잡혀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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