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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좋은 말과 보기 좋은 얼굴이 싫을리야 있겠느냐만은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 추기는 얼굴이 잘생기고 키도 훤칠했다. 은근히 외모에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는데 나라 안 사람들이 외모에 대해 화두로 삼을라 치면 서공이라는 인물을 입에 올리는 것이었다. 서공을 본 적이 없는 추기는 주변 사람들에게 슬쩍 떠보곤 했다.
“서공이란 사람에 비하면 내 얼굴은 축에도 못 끼는 편이지?”
“무슨 말씀을요, 서공은 소문만 그럴싸했지. 전혀 공에 미치지 못하는 얼굴입니다.”
다른 이들도 물어보면 같은 대답 일색이었다.
“제가 서공을 직접 만난 적이 있는데 선생님이 훨씬 잘생기셨습니다.”
추기는 기분이 으쓱해져 외모만큼은 자신을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서공을 보게 된 추기는 놀라움과 혼란을 겪게 되었다. 자신과는 비할 바 없이 서공이 훨씬 잘생겼기 때문이다.
- 겨우 이 모습으로 주위 사람들 말만 믿고 우쭐댔으니 얼굴을 들 수 없을 지경이로다.
그 후, 제나라 왕과 독대한 추기는 다른 신하들과는 다른 말로 왕을 설득했다.
“지금 조정에서는 간신들이 듣기 좋은 말로 전하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사옵니다. 부디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혜안으로 살피시옵소서.”
왕은 추기의 말에 크게 공감해 아첨을 물리치고 잘못을 지적하는 충신의 말을 받아들여 올바른 정사를 펼쳤다.
추기는 서공과의 얼굴 생김 비교 후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다. 듣기 좋은 말이라고 그대로 받아들였다가는 크게 낭패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어질지 않은 사람은 그 사람의 얼굴과 말에서 금방 나타난다. 얼굴빛을 좋게 꾸미고 말을 교묘하게 둘러댄다.”
공자는 진심이 담기지 않은 말로 상대를 부추기는 사람은 어질지 않다고 보아 배척했다. 논어의 ‘학이學而’ 편에서 교언영색巧言令色을 언급했다. 공자는 다시 ‘자로子路’ 편에서 이렇게 단정했다.
‘성격이 굳세고 의연하며 소박하고 어눌한 사람은 어진 사람에 가깝다.’
공자는 무뚝뚝하더라도 가식이 없음에, 다소 말이 어눌하더라도 진실함에 중점을 두고 어짊仁을 평가했다(강의목눌剛毅木訥). 공자는 ‘리인里仁’ 편에서 “군자는 말하는 것은 어눌하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한다.”라고 언급함으로써 말보다 실천이 중요함을 강조했던 것이다.
여하튼 공자의 견해를 떠나서라도 군자는 듣기 좋은 말과 가식적인 행동으로 상대방을 현혹시키지 않거니와 그런 것에 현혹되지도 않아야 할 것이다.
사기의 ‘회남왕전淮南王傳’에 나오는 충언역이忠言逆耳는 충직한 말일수록 귀에 거슬린다는 뜻이다. 좋은 약이 입에 쓰다는 말과 함께 교언영색과 일맥상통하는 숙어라 할 수 있다.
단맛이 드는 약은 삼키기엔 좋겠지만 실제로 몸에는 효용이 없다는 것처럼 상대방에 대한 칭찬은 진정성이 담기지 않았다면 칭찬하는 본인을 위한 잔꾀에 지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듣기에 껄끄럽더라도 진심 어린 충고를 외면하고 아부성 칭찬에만 귀를 기울인다면 자기 발전에 절대적으로 해가 되는 일이 되고 말 것이다.
교언영색이 말이 많은 걸 탓하는 고사가 아니라 교활한 말을 경계하라는 의미이긴 하지만, 공자는 말이 많은 사람을 싫어했던 것처럼도 보인다.
성인聖人인 공자 가문을 빗대 ‘3대 출처出妻’라는 말이 생겼다. 공자와 그의 아들, 손자까지 3대에 걸쳐 아내를 내쫓았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남존여비사상이 지배적이었던 시대에 공자는 아내가 말이 많다고 해서 내쫓았다는 속설이 있어서 추론해 본 것이다.
한漢나라 때의 ‘대 대례기大戴禮記’에 칠거지악七去之惡에 대한 언급이 있다. 남편이 아내를 내쫓을 수 있는 일곱 가지의 큰 잘못을 지적한 것인데 시부모를 잘 섬기지 못하는 것, 아들을 낳지 못하는 것, 음란한 행위, 질투, 나쁜 질병, 도둑질과 함께 말이 많다는 것이 들어간다.
말을 잘하는 달변이나 말이 많은 다변은 그 자체로 나쁘지는 않지만 분명 주의를 기울여 듣는 이의 심정이나 상황을 신중하게 파악해야 한다. 주워 담지 못할 실수는 침묵하는 것보다 큰 위험성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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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듯 선거철이면 여당과 야당 후보들의 선거전이 한층 격렬해진다.
여야의 출마 후보들은 유권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이런저런 공약을 쏟아내며 자신에게 표를 몰아달라고 목청을 돋운다. 오직 당선만을 위해 교언영색을 남발하는 후보를 가려내야 하는 책임은 늘 유권자의 몫이다.
선거철이 되면 유권자들은 듣기 좋은 말로 다듬고 표심을 지닌 유권자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선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서는 후보자들과 접하게 된다. 이들 후보자 중에 진정성이 있는지를 골라내야 하는 게 매번 풀어야 하는 유권자들의 숙제이다. 그나마 ‘정답 없음’의 답이 나오지나 않는다면 큰 다행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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