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어머니의 품이다

등산과 여행은 과거와 미래에서 지금으로 복귀하는 움직임이다

등산과 여행의 모든 것

이야기가 있는 산/산에서 듣는 전설

민심을 아우르고 내면을 치유하는 산, 그러나 도적이 들끓는 산_ 방장산

장한림 2022. 6. 16.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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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의 산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 도봉산역이나 수락산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럼 많은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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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의 진산이자 호남의 삼신산, 방장산에서 호된 여름을 맞다

전북 고창, 정읍과 전남 장성에 걸쳐있는 방장산方丈山은 지리산, 무등산과 함께 호남의 삼신산으로 불려 왔다.

고창의 진산이며 고창을 지켜주는 영산으로 정읍의 두승산, 부안의 변산과 함께 전라북도의 삼신산이라고도 일컬어진다.

지리산을 달리 방장산이라고 부르듯 신이 살 것처럼 신비로운 산에 붙이는 이 이름은 청나라에 멸망한 명나라를 숭상하던 조선조 선비들이 그때까지 방등산이라고 부르던 명칭을 중국 삼신산 중 하나인 방장산과 닮았다 하여 같은 이름으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백성을 감싸줄 듯 산이 넓고 크다는 의미이다. 산이 높고 커서 절반밖에 오르지 못한다는 의미로 반등산으로 부르기도 했었다고 전해진다.

지리산가, 정읍사, 선운산가, 무등산가와 더불어 백제 5대 가요 중 하나인 방등산가가 전해오고 있다.

 

 

만석 거부의 대감, 장검 휘두르는 산적으로 변신

 

장성갈재에서 앙고살재까지 두 고개를 잇는 방장산행도 교통 편의상 산악회 일정에 맞춰왔다.

전라북도와 전라남도의 경계를 이루는 장성갈재는 예전부터 호남평야를 연결하는 교통 요충지로 갈재는 갈대가 많다고 하여서 붙여진 것이다.

순창에서 장성으로 넘나드는 길고 험한 이 고갯길에는 장성갈재의 장검 도둑이라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목숨이 아깝거든 돈 보따리를 내놓아라.”

 

만석 거부이며 큰 벼슬을 지냈던 박 대감한테 외동딸이 있었는데 지혜로운 사위를 들이고자 꾀를 내었다.

박 대감은 장날이면 장성 고갯마루에서 장검을 들고 지나는 이들의 돈 보따리를 빼앗았다.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죽이진 않으마. 이 돈 보따리를 찾고 싶으면 나를 다시 찾아와라.”

“찾아가면 제 돈을 돌려주시겠다는 겁니까요?”

“오냐. 나는 죽은 나무 고장에서 살고, 내 성은 살림 찌꺼기이며, 이름은 탈상 찌꺼기이다. 돈 보따리는 내가 잘 보관해두었다가 찾아오거든 돌려주마.”

 

대감은 빼앗은 돈 보따리마다 주인 이름을 표시해서 곳간 가득 쌓아두었으나 누구도 찾으러 오는 사람이 없었다.

 

“쯧쯧, 아무도 나를 찾아내지 못하는구나.”

 

그런데 돈을 갈취당한 한 장사꾼이 몹시 억울해하며 그 도둑놈이 누군지 골머리를 앓던 중에 아이들이 원님 놀이하는 걸 보게 되었다.

 

“어린아이들이 제법일세.”

 

지켜보노라니 원님, 이방, 호방, 병방 등을 서로 정해 송사를 풀어가는 모습이 그럴싸했다. 아이들의 놀이를 지켜보던 장사꾼은 원님을 맡은 아이에게 돈 보따리 빼앗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런데 돈을 빼앗은 놈이 도대체 어디 사는 누구인지 모르겠거든.”

“도적놈이 죽은 나무 고장에 산다고 하였으니 죽은 나무가 쓰이는 것은 장승이니 도적놈은 필시 장성에 살고 있을 것입니다.”

“장성에서 누굴 찾아야 옳단 말이냐.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지 않은가.”

“또 살림살이 남은 게 하나뿐이라 했으니 그건 바가지일 게고 그렇다면 성은 박가인 게 분명합니다.”

“그래? 수사망이 많이 좁혀졌는데.”

 

장사꾼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리고 탈상 찌꺼기는 탈상하고 남아있는 건을 말함인즉 장성에 사는 박건이라는 사람이 그 자일 것입니다. 가서 박건을 찾으세요.”

“내 가서 그놈을 찾게 되면 단단히 한턱 쏘마.”

 

꼬마 원님의 말을 들은 장사꾼이 부리나케 장성으로 달려갔다. 박건을 수소문하여 대궐 같은 집에서 도둑놈을 만날 수 있었다.

“나를 어떻게 알아냈는가?”

 

박건이 반가워하며 묻자 장사꾼은 꼬마 원님에 대한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네가 바로 그 원님이구나.”

 

박건이 아이를 만나보니 집안은 가난하지만 지혜롭고 덕이 있음을 알아보고 이 아이를 사위로 삼았다. 이 아이는 훗날 백제의 재상이 되어 나라를 중흥시켰다고 한다.

순창문화원이 발간한 ‘순창의 구전설화’에 수록된 설화이다. 나이가 어리거나 평판이 낮은 사람한테서도 얼마든지 배울 것이 있음을 깨우치게 하는 설화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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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한 오르막, 격한 내리막

그 아이가 누구일까 궁금해하며 임도를 따라 들머리로 접어든다. 낙석 위험도 있고 길 폭이 좁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경고문을 보았는데 곧바로 급하고 좁은 경사면이 이어진다. 길게 늘어선 행렬까지 답답함이 없지 않지만, 활엽수 무성한 그늘숲길이 발목의 무거움을 덜어준다.

“지난번 왔을 때랑 다른 데요.”

 

그리 어려운 산행이 아닐 거라던 산악대장이 연신 땀을 훔치며 멋쩍게 웃는다. 숲길에 일행들의 거친 숨소리가 가득하다. 511m 봉에 도착해서 숨을 돌리며 재정비를 한다.

 

“산적이 많았다더니 이해가 되네요.”

 

누군가 툭 던진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남쪽 방장산 휴양림에서 20분쯤 오르면 방장 동굴이 있는데 고려사에 등장하는 도적들의 근거지이다.

혼란스러웠던 신라 말엽, 여기 방장산에는 산적들이 들끓었는데 이들은 산 아랫마을로 내려와 분탕질을 일삼았고 양민과 부녀자들을 산으로 끌고 가는 일도 많았다.

광활한 산악지대에 암릉이 가파르고 계곡이 깊어 도적들이 은거하기 좋은 곳이었다. 실제 그들이 진을 치고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방장동굴을 비롯해 기암괴석 암릉이 곳곳에 널려있다.

훗날 홍길동도 갈재와 방장산 일대를 주 무대로 활동했다고 알려져 있다. 홍길동 생가와 테마파크가 이 산 남쪽 그의 고향인 장성 아곡리 아치실에 있다. 옛날의 방등산, 지금의 방장산인 이곳은 도적 떼의 산이라 불린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

산적이 많다는 것만으로도 산세가 험준하고 숲이 깊다는 건데 초반부터 방장산은 그 웅장함을 증명하려는 양 방문한 이들의 기를 꺾는 것이었다.

511m 봉에서는 격하게 내리막이 이어진다. 급한 내리막은 그만큼 고도를 높인다는 걸 인식한 누군가가 크게 한숨을 내쉬자 몇몇이 웃음을 터뜨린다.

등산로까지 무성하게 삐져나온 산죽을 밟으며 걷고 바위틈 좁은 소로에 버겁게 올라서서 쓰리봉(해발 734m)에 닿았다.

 

 

 

 

틈만 나면 연거푸 물을 마시게 된다. 장성갈재에서 1.8km 거리에 불과한데 상당한 중압감을 받았다.

탁 트인 산정은 올라온 수고로움을 보듬어준다. 가쁜 숨을 가라앉히자 바람까지 불어주어 가슴이 후련해진다.

원래 서래봉 혹은 써레봉이었던 봉우리였는데 한국전쟁 때 미군이 여기서 전투를 치르는 중에 쓰리봉이라 발음하면서 그렇게 굳어졌다고 한다.

전망 바위에서 내려다보니 발밑으로 백암 저수지가 있고 그 위로 웅장하고 거대한 능선이 길게 펼쳐있다. 봉수대까지 시선을 던졌다가 다시 행보를 잇는다.

흙산임에도 기암들이 다양하게 산재한 방장산이다. 오밀조밀 연봉이 이어져 몸은 고되지만 걸음을 옮길수록 방대하고 육중한 여름 방장산의 초록 산세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눈 쌓인 겨울이라도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산악자전거, 패러글라이딩까지 즐길 수 있는 힐링의 산

 

675m 봉에 올라서서 연자봉, 봉수대와 방장산, 그 뒤로 억새봉과 벽오봉을 바라보고 다음 정착지인 봉수대로 향한다. 야생화 만발한 산길은 언제나처럼 산행의 피로를 덜어주고 들뜬 기분을 차분하게 보듬는다.

넓은 공터의 헬기장이면서 사면이 절벽인 봉수대에서는 가시거리가 길지 않은데도 지리산, 내장산, 무등산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아래로는 고만고만한 마을을 형성하고 있는 장성 일대가 아늑하게 느껴진다.

 

 

봉수대에서 보는 방장산 정상은 그리 멀지 않고 능선도 편안해 보이지만 그건 직접 가보아야 알 일이다. 역시 오르내림이 반복되며 쉽사리 닿게 하지 않는다. 능선 따라 조망권이 사라지지 않아 다행스럽다.

뒤돌아보아 봉수대와 쓰리봉도 꽤 멀어졌다 싶을 즈음에야 방장산 최고봉(해발 743m)에 다다른다.

 

 

신선이 산다는 방장산이다. 고창읍과 광활한 산야, 멀리 아스라하나마 무등산이 시야에 잡혀 신선이 거주할 장소로서 손색이 없을성싶다. 멀리 서해를 가늠하고 억새봉으로 향한다.

통신 철탑을 지나 고창 고개에서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길을 잡는다. 임도에서 길지 않은 너덜 바윗길을 오르며 깃발 펄럭이는 활공장에 도착했는데 여기가 억새봉(해발 636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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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패러글라이딩을 활공하는 이들이 있어 덤으로 멋진 구경을 하게 된다. 산행과 산악자전거, 형형색색 패러글라이딩에 자연휴양림에서의 산림욕까지 두루 즐길 수 있는 곳이 방장산이다.

도적의 산이라 불렸던 과거 시절과 달리 지금은 완전히 환골탈태한 모양새다. 애환과 굴욕으로 점철되었던 방장산은 이 시대 사람들의 힐링 명소로 거듭나는 중이다. 그렇게 방장산은 시절을 거듭 보내면서 찾는 이들의 필요에 따라 그 사람들 옆에 우뚝 서 있었다.

 

 

 

 

장순영의 부크크 커뮤니티

장순영은 이러한 책들을 집필, 발행하였습니다. <장편 소설> 흔적을 찾아서(도서출판 야베스,2004년) 대통령의 여자 1, 2권(중명출판사, 2007년) 아수라의 칼 1, 2, 3권(도서출판 발칙한 상상,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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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하게 변산반도를 내려보고 산 아래로 고창의 너른 평야와 신림저수지를 보며 풍성한 느낌을 받는다. 호남 곡창지대의 면모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억새봉을 뒤로하자 곧이어 산악자전거도로로 나뉘는 갈림길이 나온다. 방장산 시산제 제단이 놓여있으며 방등산가 비가 세워져 있다.

백제가요인 방등산가方等山歌는 한 여인이 이 산에 숨어든 도둑 무리에게 납치당했는데 남편이 구해주기를 애타게 기다렸으나 끝내 나타나지 않아 탄식하며 부른 노래로 가사는 전해지지 않으며 노래의 내력만 고려사에 기록되어 있다.

 

“남편이 왜 아내를 구하러 가지 않았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

 

노랫말이 알려지지 않아 후세 사람들은 나름대로 무성한 추측만 할 뿐이다.

 

“남편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표현했을까.”

“내 생각엔 천하에 의리 없는 놈이라고 욕하며 결혼을 후회했다는 쪽이 맞을 거 같은데.”

 

일행인 여성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를 듣다가 웃음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그러면서 그 여러 가지 이유에 대해 더듬어보게 된다.

도둑들이 무서워서? 산이 너무 험해서? 아내가 없어도 그리 불편하지 않아서?

합당한 명분이 되지 못하는 몇 가지 이유를 추론하다가 벽오봉에 닿는다. 아마도 방등산가의 노랫말은 당시 민초들의 고단한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을 것이다.

억새봉에서 조금 지나 멋진 소나무와 그 옆에 쌓인 돌무더기가 있는 곳이 방문산이라 표기되기도 하는 벽오봉이다. 여기서 산길로 들어서면 야트막한 고개 문너머재를 지나 갈미봉에 이른다.

갈미봉에서도 아주 잠깐 머물렀다가 우측 대나무 숲길을 따라 꾸준히 고도를 낮춘다. 다행히 도적무리들은 만나지 않고 방장산을 넘어온 듯싶다. 방장사로 들어서는 길을 지나쳐 날머리인 양고살재에 도착한다.

양고살재는 병자호란 때 고창 출신 박의 장군이 적장 양고리陽古利를 살해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청나라 장수 양고리는 누루하치의 사위로 청 태종에게 총애를 받던 명장이었으나 박의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다.

큰 고개 장성갈재에서 시작하여 앙고살재에 이르는 방장산행을 마치자 일행들 몇이 겨울 방장산행을 예정한다. 그들은 이미 하얗게 덮인 방장산을 걷고 있다.

 

 

 

산에서 역사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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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전설을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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