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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산행_ 문장대에서 천왕봉까지 기암묘봉을 섭렵하는 가을 속리산

장한림 2022. 11. 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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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가 떠난 산에 막 도착한 가을도 떠날 채비를 하네. 떠나려는 계절을 붙들며 법주사에서 문장대와 천왕봉을 찍고 내려서다

 

 

 

충북 보은군에 소재하여 경북 상주시에 걸쳐 있는 속리산俗離山은 사적 및 명승 제5호이며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서기 784, 신라 중기의 고승 진표가 속리산에 이르자 밭을 갈던 소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는 것이었다. 이러한 광경을 본 농부들은 짐승까지도 그를 경배하는데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느냐며 진표를 따라 입산수도하였다고 한다. 속세를 떠난다는 뜻의 속리俗離는 그러한 유래에서 명명되었는데 따지고 보면 속세가 떠난 산이라 해야 맞을 법하다.

 

 

 

어떤 산이라서 오는 이 마다하고 가는 이 붙잡던 가마는 여기 속리산은 백두대간이 태백산에서 남서로 급하게 방향을 꺾어 누구나 쉬이 올 수 있게끔 한반도 남쪽의 심장부에 자리를 잡아 그야말로 탈속脫俗을 지향하게 하는 산이란 생각이 든다.  

 

 

 

나의 산행기_ 도서 정보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https://www.bookk.co.kr/book/view/135227종이책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스물 두 곳의 국립공원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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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긋불긋 물든 단풍 따라 극락에 올라서다 

 

 

숙박시설과 상가 등이 밀집하여 관광 취락을 이루는 내속리면에서 법주사까지 이르는 약 2km(5)의 양쪽으로 터널을 이룬 떡갈나무숲 길은 오리 숲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이 숲길이 있어 지루함을 덜어준다.

 

 

 

서기 553년 무렵 신라의 의신 스님은 인도 유학을 마친 후 흰 노새 한 마리에 불경을 싣고 돌아와 절을 지을만한 터를 찾는데 흰 노새가 지금의 법주사 자리에 이르러 걸음을 멈추고 우는 것이었다

노새의 기이한 행적에 산세를 둘러보니 아름다운 절경에 비범한 기운이 서려 있어 이곳에 절을 짓고 인도에서 가져온 경전, 즉 부처님의 법이 이곳에 머물렀다는 의미로 법주사法住寺라 이름 짓게 된다.

 

 

 

국립공원의 산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스물 두 곳의 국립공원이 지정, 관리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산들을 찾다 보면 그곳이 국립공원이고,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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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주사 경내에 높이 서 있는 미륵대불은 법주사야말로 불법佛法이 머무는 사찰이자 미륵신앙의 요람이며, 스스로 천하의 명찰임을 웅변하는 것 같다. 이 미륵대불은 신라 혜공왕 때, 율사 진표가 금동으로 처음 지었다고 한다. 그 후 시멘트로 불사를 했다가 붕괴 직전에 청동 대불로 다시 태어났다.

그 후 2000년 들어서는 원래 모습을 찾아주고자 금동미륵불 복원공사를 하여 황금 옷으로 갈아입히는데 80kg의 황금이 들어갔다고 한다.

 

 

 

부처님의 고귀한 권위를 금의錦衣로 덧칠하는 것 같아 그 내력을 읽고는 마음이 씁쓸해진다. 꼬불꼬불한 이랑 천지, 뿌린 씨앗조차 영글지 않는 속세의 삶으로 한 겹 가벼워지지 못한 걸음을 돌리려다가 정적 말고 다른 게 있으려나 하여 들른 사찰에서도 후련하게 자아를 깨우쳐줄 그 무어를 찾아내지 못한다

 

 

 

스친 이들 묵상과 함께 고요가 머물렀던 긴 세월, 번뇌 떨구었을 대사찰 곳곳은 산 중턱 말사와 달리 부의 내공이 뿜어 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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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주사를 나와 포장도로 3.9km를 걸어 세심정 삼거리에서 왼편의 문장대로 방향을 잡는다. 오른쪽 천왕봉 등산로는 내려오게 될 길이다. 속리산은 유난히 불교 색채가 짙은 산이다. 산행을 시작할 무렵부터 자그마한 돌다리에서도 부처의 가르침을 배우게 된다

 

 

 

是甚麽

매사 석연찮은 일을 섣불리 넘겨짚어 시행착오를 겪지 말고 확실히 알아서 행할 때 수고를 덜 것이며, 남의 얘기를 그릇되게 자기 것으로 만드는 건 제 발등을 찧는 결과를 낳을 것이니 확실히 알고 행함이 타인과의 불화를 없애고 만사형통에 이르는 길이라고 한다.

 

 

 

마음을 알면 만법萬法을 알고 만법을 알아도 마음을 모르면 도통 모르는 일이니 먼저 마음을 깨우쳐 소리 혹은 형상 이전의 일을 알라는 난해한 의미의 이뭣고 다리를 지나 복천암을 오른쪽으로 두고 오르다가 잔돌들 수북하게 얹힌 두꺼비바위를 보게 되고 계속 이어지는 바위계단을 오르게 된다. 이어 69계단을 오르는데 오기 무섭게 가을이 떠날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널따란 평지에 다다라 한반도 지형을 닮은 바위를 보고 문장대에 이른다. 문장대文藏臺(해발 1054m)는 경북 상주 땅에 속하나 보다. 사람 키보다 큰 정상석에 행정구역상 주소가 적혀있다

하늘 높이 솟은 바위 봉우리가 구름에 가려져 운장대雲藏臺라고 부르다가 세조가 속리산에서 요양하던 중 꿈속에서 인근의 영봉에 올라 기도를 하면 신상에 밝은 일이 생길 거라는 말을 듣고 올라와 온종일 삼강오륜을 읽어 문장대라고 고쳐 불렀다고 한다.

 

 

 

충청도의 산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 도봉산역이나 수락산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럼 많은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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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석에서 철제 계단을 더 올라와야 실제 정상이다. 정상 주변은 온갖 형상의 기암 묘봉 전시장이다. 칠형제봉과 우측 끝으로 천왕봉까지 다양한 화강암 암릉과 기암 단애의 멋진 풍광이 줄줄이 이어져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저만치 늘재에서 조항산, 희양산을 잇는 백두대간 마루금이 선명하고 가깝게는 최고봉인 천왕봉에서 숱한 봉우리들이 커다란 물결처럼 넘실댄다

 

 

 

천왕봉과 비로봉, 길상봉, 문수봉, 보현봉, 관음봉, 묘봉, 수정봉까지 여덟 봉우리와 여기 문장대부터 입석대, 경업대, 배석대, 학소대, 신선대, 봉황대, 산호대의 여덟 개 대를 따라 만추의 낭만을 만끽하려 하니 가슴이 설렌다.

늘 그 높이만큼 솟아있는 봉우리들, 늘 그 자리에 멈춰있는 바위들, 제 위치에서 풍성함과 가녀림을 반복하는 숲과 나무들은 언제까지고 거기 그렇게 자연답게 존재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자연은 스스로 자, 그러할 연이 합쳐진 단어 아니던가. 역시 자연은 스스로 그러한 상태에 있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그때 가장 자연스럽고, 그때 가장 아름답다. 그때 비로소 사람과 가장 잘 어울린다.

 

 

 

또 다른 산이 있고 수많은 봉우리가 있으며 거기 사람들이 있기에 아름다움이 두드러진다. 속리산에서도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문장대이지만 주변에 그들 봉우리가 함께 함으로써 그 수려함이 더욱 빛을 발한다. 문명의 이기가 산에 이입되는 순간 진보할 수 있는 미래를 스스로 붙들어 매는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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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대에 올라와 보니 극락세계가 달리 있지 않음을 느낀다. 여기가 바로 극락이고 천상의 낙원이었다. 바람 고요한 문장대에서 소백산맥 늘어선 고봉들을 눈에 담고 저 아래 속세의 까칠함을 뇌리에서 떨쳐 내니 여기 말고 다른 곳에 또 극락이 있겠는가

 

 

 

속세를 떠나는 것, 어쩌면 대다수 인간이 꿈꾸는 미지 세계로의 귀환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존재가치가 삶에 의해 위협받을 때, 삶이 버거운 보따리처럼 짐스러울 때 훌훌 털어버리고픈 자유인이길 소망하지 않던가.

탈속의 본능이 있으므로 해서 많은 이들이 역마살 낀 것처럼 부랑의 길이건 구도의 길이건 떠나는 것이 아니겠나. 궁극에 이르지 못하고 다시 속세로 환원함이 세상살이 현실이기에 안타깝기는 하지만

 

 

 

장순영의 부크크 커뮤니티

장순영은 이러한 책들을 집필, 발행하였습니다. <장편 소설> 흔적을 찾아서(도서출판 야베스,2004년) 대통령의 여자 1, 2권(중명출판사, 2007년) 아수라의 칼 1, 2, 3권(도서출판 발칙한 상상,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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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가 떠난 산에 가을도 잠시 머물다가 떠난다  

 

 

천왕봉까지 3.2km. 전망대 아래 쉼터에서 좌측으로 길을 틀어 편안한 능선으로 접어든다. 문수봉(해발 1031m)에서 문장대를 뒤돌아보고 진행 방향으로 신선대, 비로봉, 천왕봉과 이들을 잇는 능선을 바라본다. 천왕봉 뒤로 구병산 마루금, 일컬어 충북 알프스 라인이 길게 꼬리를 뻗고 있다

 

 

 

주름 굵은 바위들을 눈요기하며 내려서면 신선대 휴게소에 닿아 칠형제봉을 전면에서 마주 볼 수 있다. 문장대에서 보았던 기암 묘봉들이 방향을 달리해 다른 모습을 창출한다. 눈이 바쁘니 걸음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공업대 삼거리를 지나고 계단을 올라 입석대에 닿자마자 선바위 경연장을 방불케 한다.

 

 

 

계속해서 기기묘묘한 바위 군락을 둘러보게 된다. 인기 만화 캐릭터인 아기공룡 둘리, 고릴라를 닮은 바위, 하늘을 기어오르는 거북이, 물개바위 등을 접하면서 천왕봉과 가까워진다.

 

돌의 형세가 높고 크며, 겹쳐진 봉우리의 뾰족한 돌 끝이 다보록 모여서 처음 피는 연꽃 같고, 횃불을 멀리 벌려 세운 것도 같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중환이 지리학에 대한 평생의 성과를 집대성한 택리지擇里志에서 묘사한 속리산 풍광이다. 그 풍광에 심취하고 솔솔 부는 하늬바람 들이마시면서 법주사 갈림길까지 다다랐다. 여기서 600m 거리의 천왕봉까지 갔다가 되돌아와 하산해야 한다

 

 

 

조릿대 무성한 소로를 걷다가 상고 석문을 지나고 속리산 주봉인 천왕봉(해발 1058m)에 닿자 절로 몸이 나른해진다. 집중력을 느슨하게 풀었을 때의 나른함이 몰려드는 데다 등산객들도 없어 잠시 눈을 붙였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지만, 스트레칭과 심호흡으로 몸을 일으켜 세운다

 

 

 

멀리 왼편부터 관음봉, 문장대, 문수봉, 신선대, 삼불봉과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속리산 주 능선이 북한산 의상능선과 겹쳐 유사성을 찾게 한다. 바위산의 봉우리를 건너는 능선의 이어짐이야 닮은 부분이 많긴 하지만 의상봉, 나월봉, 나한봉을 지나 문수봉까지 이어지는 북한산 역시 봉우리 명칭부터 불교 성향이라는 게 속리산과 닮았다.

문장대에 비해 수수한 천왕봉에서 잠시 머물다 거대한 바위 통로 상환 석문까지 냅다 내려서고 상환암도 통과한다. 그리고 돌길을 지나 순조 대왕 태실 입구에 닿는다

 

 

 

신시申時에 창경궁 집복헌에서 원자가 태어났으니, 수빈 박 씨가 낳았다. 이날 새벽, 금림禁林에 붉은 광채가 있어 땅에 내리비쳤고 한낮이 되자 무지개가 태묘太廟의 우물 속에서 일어나 오색 광채를 이루었다. 백성들은 앞을 다투어 구경하면서 특이한 상서라 했고 모두들 뛰며 기뻐했다.’

 

 

 

정조실록에서 순조의 탄생을 묘사한 기록이다.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비극을 생생하게 기억해서인지 아들 순조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다. 조선 왕실에서 드물게 복 받은 왕자의 탄생이라 할 수 있었다.

조선왕조에서는 자손의 태를 맑고 청정한 곳에 안치하였는데, 태실이 설치되면 그 태의 보호를 기원하는 제례를 지내고 태실 주위에는 금표를 세워 채석, 방목, 매장 등을 금하게 하였다. 순조 대왕의 태실이 이곳에 있고 법주사가 그 태실을 관리했었다

 

 

 

옛 광주, 지금의 서초구 내곡동에 자리한 인릉이 순조가 부인 순원왕후와 함께 안장된 곳이다. 3대 태종이 잠든 헌릉과 함께 헌인릉으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니 태어날 때나 죽어서도 순조는 여한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백성들의 민생에 세심했던 순조의 생애를 더듬으며 세심정 삼거리까지 내려오면서 실질적인 속리산행을 마치게 된다

 

 

 

    

때 / 가을

곳 / 속리산 주차장 - 탐방안내소 - 세심정 - 문장대 - 문수봉 - 청법대 - 신선대 - 입석대 - 천왕봉 - 산환암 - 법주사 – 원점회귀

 

 

https://www.youtube.com/watch?v=19A5g08lWk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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