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6일부터 북악산 전면 개방

2022년 4월 6일(수)부터 청와대 뒤편 북악산 전면 개방

 

 

http://pf.kakao.com/_Gqxhnb

채널 추가하시고 산과 관련한 역사, 전설, 문화 등을 자유롭게 두루 접해보세요.

 

 

백악산으로 불리던 북악산은 조선의 도읍 한양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 중 북쪽에 있기 때문에 북악산北岳山이라 불렀고 남쪽으로 마주 보고 있는 산을 남산南山이라고 불렀다.

높이 342m의 북악산은 남쪽으로 완만한 평지를 이루고 뾰족한 삼각형 형상으로 주변 산들에 비해 도드라져 보인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신망이 두터웠던 무학대사에 의해 왕가의 기운을 받은 명산으로 칭송되었으며 그 아래 조선왕조의 궁궐을 세우고 도읍으로 정하게 되었다.

조선왕조는 산 정상부에 백악산신을 모시는 신사를 만들었다. 태조 4년인 1394년에 북악산 밑에 경복궁을 축성하였으며 대한민국 건국 당시 대통령 집무실인 경무대도 이곳에 위치했고 지금까지도 청와대가 북악산 아래 위치하고 있다.

1969년 1월 21일, 1.21 무장공비 침투 사태로 꽁꽁 막아 놓았던 북악산이 일부 김신조 루트를 개방한데 이어 내일부터 여의도 면적의 4.7배에 이르는 5.2km의 탐방로를 모두 개방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가 당시 공약사항이기도 했지만 곧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하기로 결정되면서 북악산이 부리나케 전면 개방되는 듯하다.

 

이참에 1968년 1.21 사태가 어떤 사건인지 게재해 보기로 한다.

---

“나, 청와대 까러 왔수다. 박정희 모가지 따러 왔시요.”

 

 

나라의 심장부까지 공비 침투를 허용하다 

 

“국립공원이 안보공원입니까? 북한산 밀랍인형들, 즉각 철거하세요”

“천안함 침몰 사태랑 연평도 포격을 벌써 잊은 겁니까. 안보의식 때문에 철거하는 거 반대합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립공원관리공단 국정감사에서 북한산 밀랍인형을 놓고 당시 민주당과 한나라당 의원이 언쟁을 벌였다. 

 

사모바위 아래 굴에 설치한 공비들의 밀랍인형

 

북한산 비봉능선의 사모바위 아래에는 1968년 1·21 사태 때 청와대를 습격하려고 남파된 무장 공비 일당이 숨어있던 굴이 있다. 그 자그마한 굴에 그때 은신했던 공비들의 밀랍 인형을 만들어놓았는데 그걸 치우라느니 그렇게 못하겠다느니 설전을 벌이는 거였다.   

경복궁 북쪽에 솟아 있는 북악산은 그때의 공비 침투사건으로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되었다가 2006년 서울성곽 탐방로로 꾸며지면서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 공비들의 침투로를 일컬어 김신조 루트라고 부르는데 그 침투로의 막바지 부분이 북악산 정상 부근이다. 그곳엔 그들과 우리 경찰병력의 총격 흔적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공비들과의 총격으로 인한 총탄 자국이 바위에 그대로 남아있다

 

 

1968년 1월 21일, 북한 민족보위성 정찰국 소속인 124 군부대의 특수공작원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려고 서울까지 침투한 사건을 통칭하여 1·21 사태라고 부른다. 잦은 도발로 남북 간에 갈등과 반목이 심했던 때였다.

일요일인 이날 전국이 충격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일이 벌어진다. 31명의 북한 특수부대원들이 청와대 인근까지 침투한 것이었다. 다른 날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계가 소홀할 수밖에 없는 휴일인 데다 그다음 날이 대입 시험을 치르는 날이라 안보에 대한 주의력이 분산될 수 있었음을 노리고 침투한 거였다. 

“나, 청와대 까러 왔수다. 박정희 모가지 따러 왔시요.” 

 

침투한 31명 중 유일하게 투항한 북한 특수부대원이 밝힌 침투 목적이다. 무장 공비나 간첩이 생방송 기자회견을 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때까지 투항 공비 김신조는 전향하지 않은 상태에서 육군 방첩대(CIC, 현 보안사령부)에서 관리하고 있었다.

청와대 습격을 위해 선발된 31명의 북한 124군 특수부대원들은 빠른 속도로 청와대 500m 전방까지 침투했다. 그들이 메고 내려온 군장은 무려 20kg. 그 속에는 트렌치코트, 양복, 운동화 등 다양한 내용물이 들어있었다. 

 

“경기도 파주에서 마주쳤던 우 씨 나무꾼 형제 네 명을 살려준 게 결과적으로 실패의 원인이었다. 그들이 신고하지 않을 줄 알았다. 청와대 진입 직전에 군인들이 이동하는 걸 알아채고 작전이 실패로 끝나겠다는 걸 직감했다.”

      

김신조가 우 씨 4형제로 언급한 이들은 산에 나무하러 왔다가 침투공비들에게 잡혔다. 생사의 기로에 놓였으나 민간인을 넷이나 살해할 경우 침투사실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데다 한겨울 꽁꽁 얼어붙은 땅이라 시체 은닉에 시간을 낭비할 수 없어 이들을 회유하고 풀어주기로 한다. 

그러나 산에서 내려온 이들 형제가 신고함으로써 경찰은 미리 공비 침투를 인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경찰은 공비들 그림자조차 볼 수 없었다.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그들과 맞부딪칠 때까지는. 

훗날 김신조는 우 씨 4형제와 조우하였고 지금도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다고 한다. 

 

“나는 청와대 앞에서 군인과 경찰들한테 쫓길 때 총 한 발 쏘지 않고 남쪽 인왕산으로 도망갔다가 투항했다.” 

 

무장 공비 김신조는 기자회견에서 투항했음을 밝혔다. 김신조는 죽거나 혹은 살거나의 두 가지 갈림길에서 사는 길을 택했다. 달리 방법이 없어 투항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1·21 사태가 만든 영화 '실미도' 

1·21 침투 사태로 인해 무려 250만 명에 이르는 향토예비군이 창설되었고 군 복무 기간도 연장되었다. 국민 신원 확인을 위한 주민등록증도 이때 생긴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육군 3 사관학교와 전투경찰이 창설되었으며,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는 교련 교육을 실시하였고 대통령 경호를 강화하느라 인왕산과 북악산, 청와대 앞길까지 일반인의 통행을 금지했다.

1·21 사태가 생소한 이들도 설경구와 정재영, 안성기 등이 출연하여 히트를 친 영화 '실미도'는 기억할 것이다. 

북한에 보복성 공격을 가하기 위해 중앙정보부가 나서서 684 특수부대를 창설, 소집된 부대원들을 인천 근해의 무인도로 이동시킨다. 거기 실미도에서 대다수 중범죄자인 이들 훈련병들은 혹독하리만치 강한 훈련을 견뎌내야만 김일성의 목을 따러 평양에 갈 수 있었다. 

그러나 동서 냉전체제의 두 주역인 미국과 소련의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당초 김일성 궁에 침투시키려던 계획이 취소되었다. 미국의 동의 없이 독자적으로 수행할 작전권이 우리에겐 없었다. 아니 지금도 없다. 

이 바람에 낙동강 오리알처럼 내버려지다시피 한 부대원들이 실미도의 훈련소를 이탈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실미도를 빠져나온 다수의 훈련병들은 버스를 강탈해 영등포구 대방동까지 왔다가 영화에서 묘사한 것처럼 아군의 총격에 의해 죽거나 자폭하고 만다. 1·21 사태 이후 3년 여가 지난 1971년의 일이다.

 

http://pf.kakao.com/_uLNKb

채널 추가하셔서 자유롭게 공유하시기 바랍니다.

 

 

1·21 사태는 또 다른 것들도 죄다 뒤바꿔 놓는다  

청와대 습격이 미수에 그치고 그 이틀 후인 1월 23일, 미 해군 정찰함 푸에블로호가 동해 원산 앞바다에서 해양 조사선으로 위장 항해 중 북한 해군에게 나포됐다. 북한 해군의 무장 초계정 세 척과 미그기 두 대의 위협을 견디지 못하고 북한 영해로 끌려갔다.

83명의 미 해군 승무원들이 11개월이나 붙잡혀 있다가 풀려났는데 미 해군 역사상 자국 군함이 타국 군에게 피랍된 최초의 사례인데 일명 푸에블로호 사건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북한과 협상에 나선 미국에 1·21 사태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받아달라고 요구했으나 미국은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푸에블로호 사건 당시 북에 납치된 미군 송환을 위해 내 목숨이 거래됐다는 얘기를 들었지요.”

 

팔순을 내다보는 서울 성락교회의 원로 목사 김신조는 몇 해 전 모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었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124군 부대가 대량 남파될 거란 내 말을 미군 CIC는 믿으려 하지 않았어요. 미군은 내 말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1·21 사태 이틀 뒤 첩보 활동 임무를 띤 푸에블로호를 보냈다가 원산 앞바다에서 북한에 납치됐지요. 나중에 안 일이지만 미국 정부는 김신조를 넘겨줄 테니 납치 선원들을 보내달라고 했답디다. 북측은 김신조가 누군지 모른다고 잡아뗐다고 하고요. 내 목을 건 거래 사실을 당시엔 까마득히 몰랐지요.” 

 

1968년 11월, 124군 부대 특수요원 120명이 또 남파되었다. 울진·삼척 무장 공비 침투사건이다. 124군 부대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미국 정부는 이 사건을 기화로 한국에 대한 태도를 전면적으로 바꾸게 된다. 한반도 방위 지원비 명목으로 1억 달러의 원조금을 제공하더니 남한 측 휴전선 목책을 철거하고 155마일을 철책선으로 깔게 하였다.  

 

“그제야 미국에서 내 말을 믿었던 거지요. 거리마다 콘크리트 탱크 저지선이 만들어지고 향토예비군 창설과 유격훈련도 그때부터 시행됐어요. 그때 군인들에겐 미안하지만 군 복무도 6개월 연장됐지요.”

     

현재 세계 10대 교회로 꼽는 서울 성락교회의 김신조 원로 목사는 슬하에 열한 명의 자손을 두고 다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으나 그가 투항하여 귀순한 후 북한의 부모를 비롯해 7형제가 고향 청진에서 공개 처형되었다고 한다.

 

 

적화통일의 주력부대, 주력 멤버    

1·21 사태를 주도한 북한 124군 부대의 창설 배경에 대해서도 창설 기수의 김신조 목사는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김일성이 6·25 전쟁 실패를 교훈 삼아 장기전 대신 속도전 수행을 위해 1만 명 규모의 특수부대를 창설했어요. 남한 8도를 육·해·공으로 침투해 단기간에 장악하기 위한 목적이었지요.”  

 

당시 김일성은 항일투쟁 동지인 김책의 아들이자 정찰국장인 김정태에게 특수부대 창설을 지시했다.  

   

“이젠 1950년 초반처럼 전군이 투입되어 머릿수로 싸울 때가 아니야. 일당 백의 특수부대원을 양성해야 된단 말이야.”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김일성은 전선戰線 없는 전쟁을 염두에 두고 육·해·공 특수부대를 일거에 침투시켜 한 달 이내에 남조선을 장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인민군이 대구·부산·대전 등을 동시 점령하고, 특수부대가 서울만 점령하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제주도를 제외한 육지 여덟 개 도에 특수요원 1,000명씩 침투시키는 계획이었다. 서울과 경기도에는 2,000명이 서해안과 육상을 통해 바로 투입하게 되어있었다. 당시 남한에는 제대로 된 무기 등이 갖춰지지 않았을 때였다.

1967년 4월, 김일성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은 김정태에 의해 북한 민족보위성 정찰국 소속의 게릴라전 특수부대가 창설된다. 이름하여 124 군부대가 바로 그것이다. 

대남 적화공작을 수행함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유격전 활동을 전개하는 게 본연의 임무이다. 각 부대에서 임무 수행에 적절한 주특기를 감안하여 엄선된 2,400명의 정예병으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연산과 상원 일대의 8개 기지에 300명씩 분산되어 적 배치 상황 이론, 지뢰 극복을 위한 정찰 및 지형학, 정밀사격과 침투 훈련 등 다양한 특수훈련을 소화해 냈다.

     

“동무들은 우리 부대 내에서 군계일학이라 여겨 선발된 최고의 특수요원들이다.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1968년 1월 2일 민족보위성으로부터 청와대, 미국 대사관, 육군본부, 서울교도소, 서빙고 간첩수용소 등을 일제히 습격하기 위한 작전 준비 지시가 하달되면서 25명의 유격대원이 선발되었다. 그 해 1월 5일부터 황해도 사리원으로 이동하여 습격 훈련을 실시하였는데 김신조가 선발 요원이었음은 물론이다.

     

“동무들의 침투 장소가 정해졌다. 청와대로 간다. 가서 박정희를 죽이고 조국의 영웅이 되어 귀환하기 바란다.” 

     

1월 13일, 김정태 정찰국장은 전원 함경도 출신의 장교들로 구성된 31명의 최종 남파 특공대원들에게 청와대 기습과 요인 암살 지령을 내리면서 세부지침을 하달하였다.

밤 8시를 기해  청와대에 침투하여 3, 4분 안에 작전을 종료하고 차량을 탈취하여 문산 방면으로 도주하여 당일로 복귀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아먹는 식이었으나 정찰국에서는 이들의 능력을 믿었다.

      

“동무들의 위대한 과업이 아무쪼록 성공하길 기원하겠다. 건투를 빈다.” 

    

1월 17일, 개성에 집결한 남파 요원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살아 돌아올 것을 다짐했다. 다음날 새벽 국군 복장을 하고 수류탄과 기관단총 등 무기를 점검했다. 

체코제 PP 기관단총 1정, 실탄 300발, 소련제 TT 권총 1정, 대전차용 수류탄 8발, 방어용 수류탄 8발, 단도 1개씩이 각 개인의 휴대 화기였다.

 

http://pf.kakao.com/_DpNKb

채널 추가하시고 자유롭게 공유하시기 바랍니다.

 

완전무장하고 단 하루 만에 적지의 심장부까지

철조망을 절단하여 휴전선 이남으로 들어선 그들은 빙판인 임진강을 걸어서 건넜다. 문산 부근의 파평산 앵무봉을 거쳐 구파발 진관사, 북한산 승가사를 통과한 이들은 21일 밤 9시 30분 무렵 청와대 인근까지 잠입했다. 

한겨울 밤, 눈 쌓인 산악지대를 100미터마다 평균 30초 만에, 시속 12km로 이동하는 놀라운 속도였다. 상상조차 어려운 초고속의 행군을 했기에 남한 경찰에 그림자조차 보여주지 않은 거였다. 

목표를 눈앞에 두고 세검정 자하문을 통과하려다 초소에서 비상근무 중이던 경찰의 불심검문이 있기까지는 그랬었다. 

 

“우린 방첩 대원들이다. 훈련을 위해 야간행군 중이다.”

     

둘러대며 가던 길을 계속 진행하다가 연락을 받고 출동한 경찰 병력과 첫 접전이 벌어졌다. 공비들이 먼저 자동소총을 쏘며 수류탄을 던지고 도주하였는데 이때 현장을 지휘하던 종로경찰서장 최규식 총경이 총탄에 맞아 전사하고, 경찰관 두 명이 중상을 입었다. 

도주한 무장공비들을 쫓으며 경기도 일원까지 수색범위를 넓혀 군경 합동 수색전을 펼쳤다. 1월 31일까지 침투한 무장공비 31명 가운데 29명이 사살되고 김신조 한 명만이 투항하였으며, 한 명은 도주하여 북한으로 넘어갔다. 이 와중에 민간인을 포함해 30명이 사망하고 52명이 부상을 입었다. 

    

“우리하고는 하등 관계없는 일이요.”

     

당시 북한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발표하고는 시신 인수조차 거부했다.

 

 

살아남은 이들의 또 다른 삶     

 

당시 일촉즉발의 사태를 막아내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라의 심장부가 무장공비에게 침투를 허용했다는 사실이 시린 등골을 더욱 오싹하게 한다.     

1968년 당시 북한의 국민소득은 한 사람당 250달러로, 남한의 70달러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북한은 AK 자동소총과 탱크까지 만들었지만, 남한은 수류탄 만드는 게 고작이었다.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인 면에서 북한이 월등히 앞섰다.   

 

“남조선이 더 커지기 전에 장악하라.”  

 

김일성이 그렇게 지시했다는데 앞날을 제대로 내다본 것이라 하겠다. 

 

“남한에 정착하고 보니 1970년부터 경제가 발전하기 시작했지요.”

     

김신조 목사는 또 이렇게 말했었다.  

 

“나는 박정희 대통령을 죽이러 온 거지, 민간인이나 군인들을 죽이러 온 게 아니다.” 

    

당시 청와대 인근에서의 교전으로 총소리가 난 즉시 그는 남쪽인 인왕산으로 도주했다. 

    

“내가 영리하게 행동한 거지요. 동료들과 북쪽으로 같이 가면 총을 쏘게 될 수도 있고, 군경들의 병력이 북쪽으로 투입돼 살아남기 힘들다는 판단이 섰어요. 나는 생포된 게 아니고 투항한 겁니다.”  

 

투항 후 그가 방첩대와 함께 투항 장소에 갔을 때 두고 온  PP 기관단총과 TT 권총을 조사했는데 기관단총 30발과 권총 8발이 장탄된 채 한 발도 발사되지 않은 게 확인된 바 있다.

투항한 김신조 외에 침투 공비 한 명이 달아나 북한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된 바 있다.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시신 확인이 어려웠어요. 머리가 으스러지거나 화염 방사기에 까맣게 구워진 시신이 많았어요.”

 

김신조는 교전 중에 사살된 공비들의 시신을 군경과 함께 확인했지만 시체의 신원 확인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밀레니엄 시대에 접어들면서 남과 북도 화해의 무드가 조성되는 듯했다. 바야흐로 데탕트는 한반도에서도 무르익는 것처럼 보였다.

2000년 9월 11일, 서울 신라호텔 에메랄드 룸에서 칠보산 송이버섯 선물 전달 행사가 있었다. 송이버섯은 북한 측에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선물하는 거였는데 임동원 대통령 특보가 조선인민군 대장인 박재경 총정치국 부국장으로부터 전달받았다. 박재경 대장은 당시 특사로 남한을 방문한 김용순의 수행 책임자였다.

 

“바로 저 사람이야!”

 

김신조 목사는 송이버섯을 들고 서울에 온 박재경이 1·21 때 함께 침투했던 동료라고 주저 없이 말했다. 당시 김신조를 직접 조사했던 백동림 방첩부대 수사계장은 후에 북으로 도주한 군인의 이름과 그를 영웅시하는 내용을 북한방송에서 확인했는데 그가 박재경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2007년 10월 4일에도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노무현 대통령이 귀환 직전, 개성에서 박재경 인민무력부 부부장에게 송이버섯을 선물로 받았다.

 

“서른한 명이 내려왔는데 나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심적 고통과 자책에 시달렸지요. 더 힘든 건 초등학교 교과서에 무장 공비 김신조 사진까지 실려 자녀들이 공비의 자식이라고 손가락질받는 거였어요. 이래저래 남한에서의 생활도 정신적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어요.”   

 

아내의 끈질긴 설득도 있었지만, 교회에 가기로 결심한 것은 자녀들 때문이었다고 한다. 김신조 목사는 “아이들이 교회에 나가고부터 나를 멀리하지 않고 오히려 얼굴빛도 밝아지고 성격도 활달해졌지요.”라고 말하더니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그때부터 북한에서의 삶, 또 남한에서의 삶에 이어 세 번째 신앙의 삶이 펼쳐진 겁니다.”

 

https://www.bookk.co.kr/search?keyword=%EC%9E%A5%EC%88%9C%EC%98%81 

온라인출판플랫폼 :: 부크크

https://www.youtube.com/watch?v=h-szGYv68t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