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어머니의 품이다

등산과 여행은 과거와 미래에서 지금으로 복귀하는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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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사량도 지리산 출렁다리

장한림 2022. 3. 2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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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 지리산 출렁다리

 

주소 : 경상남도 통영시 사량면

 

사량도 지리산은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멋진 기암과 조망이 탁월한 100대 명산이다. 사량도 지리산의 향봉과 연지봉을 연결해주는 사량도 출렁다리가 설치되어 더 많은 탐방객이 찾고 있다.

사량도에서는 등산뿐 아니라 낚시, 수상 레저 등 다양한 활동도 즐길 수도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ewvV28WqRU&t=61s 

 


고귀한 순결로 승화된 옥녀봉

 

 

사량도蛇樑島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중간지점으로 경남 통영에서 서쪽으로 약 40분 거리의 뱃길에 위치하였으며 행정구역상 섬 전체가 통영시에 속한 사량면이다

섬의 모양이 뱀처럼 생긴 데다 뱀 또한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상도(윗섬)와 하도(아랫섬)1.5km 정도의 거리를 두고 서로 이마를 맞대고 있으며 수우도까지 포함해 세 개의 유인도와 여덟 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다.

상도에만 1000가구, 2000명을 약간 웃도는 주민들이 살고 있으며, 20만 명의 탐방객, 특히 주말이면 5000명이 넘는 인파가 주로 등산과 낚시를 위해 찾는다니 관광지로서도 확고히 자리매김한 섬이라 할 수 있겠다

상도에는 육지 산과 비교하면 높이나 산세는 작지만 탄탄하고 수려한 암릉으로 많은 등산객을 불러 모으는 산이 있다. 지리산이 바라보여 지리망산智異望山이라 불리다가 지금은 내륙의 지리산과 같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사량도 지리산은 상도에 동서로 길게 뻗은 산줄기 중 돈지리 쪽의 제일 높은 봉우리(해발 398m)를 지칭한다. 사량도에는 이보다 1m 더 높은 불모산이 있지만, 지리산을 대표적인 산으로 꼽고 있다

기암절벽으로 형성된 한반도 남단 최고의 비경, 통영 가오치 선착장에서 승선하여 출발을 기다리면서도 마음이 설레는 건 사진으로만 보아오던 지리산이 자꾸만 눈에 밟히기 때문이다

 

       

새소리, 바람 소리, 뱃고동의 절묘한 화음 

 

번뜩이는 불빛, 에메랄드 물빛

격한 신호음

온몸을 휘감더니 힘주어 

소매 잡아끈다.

강력한 끌어당김, 고혹적인 포옹

거부할 수 없는 카리스마,

순순히 몸을 맡기게 된다.

이끌려 내려진 곳,

바위 암팡지고  

물살 고요한 섬마을

난 이미

사량도 지리산 깊은 품에 안겨있다.

 

금평항으로 떠나는 여객선을 갈매기 떼가 배웅한다

 

사량대교가 개통되기 두 해 전, 여름휴가를 맞아 후배 계원이와 만나 서울에서 교대로 운전을 하며 통영 가오치항에 닿았다. 오후 3시 정각에 사량도 금평항으로 향하는 여객선을 탄다

하얗게 포말을 일으키는 선미에서 점점 멀어지는 뭍을 보고 드넓은 한려수도 바닷바람에 몸을 내맡기다 보면 약 40여 분만에 사량도에 도착하게 된다.

금평리에서 버스를 타고 20여 분 지나 돈지리 지리산 들머리 앞에서 내렸다.

 

승용차 타고, 배 타고, 버스 타고 와서 곧바로 또 산을 타네요.”

산에서 내려와선 파도도 타볼까.” 

 

강행군이긴 하다. 그렇지만 그만한 노력을 기울일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사량도 아니던가.

배낭을 들춰 메고 올려다보니 초록 수림 사이의 암릉이 꽤 야무지다. 내지와 접한 바다 수면은 여름 바다답지 않게 조금의 일렁임도 없이 잔잔하고 고요하기만 하다

산을 오르면서도 걸음이 더디게 이어진다. 맑고 푸른 해면, 그 위에 둥둥 뜬 것처럼 보이는 섬마을 풍광이 자꾸만 눈을 돌리게 만든다.

살펴보면 산기슭, 단애의 가파름이 여간 험준한 게 아니다. 깎아지른 기암절벽, 굽이굽이 사납게 휘어진 산허리는 쥐라기 공원에서나 보았음 직한 공룡의 등뼈를 연상케 하여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산줄기는 여전히 파도의 일렁임처럼 넘실대고 있다. 소금기 먹은 실바람 불어와 이 산, 들머리가 남해 끝닿은 해안이었음을 의식하자 섬 산은 스스로 그 존재를 부각하려 잠시도 주절거림을 멈추지 않는다.

오름 중에 내려다보면 돈지 포구는 여전히 반원 상태에서 느긋한 낮잠을 즐기는 듯하다. 육지 여느 산 못지않게 빼어난 산세에 걸음이 조심스러울 정도로 평탄치 않은 바위를 걷는데 하늘과 바다, 그 사이를 공중 부양하는 기분이다. 새소리, 바람 소리, 나뭇가지 흔들림 소리는 저 아래 뱃고동 소리와 섞여 절묘한 화음을 이뤄낸다

산길을 걷는 건지, 바다를 가르는 건지 그 혼돈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다. 지리산, 불모산, 가마봉, 옥녀봉을 잇는 이 산 약 6.5km 하늘길을 한껏 즐기고픈 것이다.

내지항 쪽 금북계 등산로로 갈라지는 능선까지 오르는데 적잖이 땀을 흘렸다. 가쁜 숨은 바다를 내려보노라면 금세 가라앉는다

산아! 바삐 끌어당기지 말아라. 바다야! 걸음 늦다고 밀듯 쫓아오지 말아라. 쫓기듯 바쁜 일도 없거니와 우린 이 섬 모든 주체를 두루두루 가슴에 담는 것 말고는 달리 욕심내는 것이 없단다.

345m 봉을 지나 지리산 바위 정상(해발 398m)에서 내려다보는 곳은 눈 닿는 곳마다 풍경화다. 날씨마저 좋아 원근 조화로워 초점을 어디에 맞춰도 그럴듯하게 구도가 잡힌다. 늦은 시간이라 우리 둘 외엔 산객들이 보이지 않지만, 적막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머릿속이 텅 비는 것 같아요.”

바깥세상 상념이 모두 사라지니까 편안하고 좋지?”

 

https://www.bookk.co.kr/aaaing89

 

장순영의 부크크 커뮤니티

장순영은 이러한 책들을 집필, 발행하였습니다. <장편 소설> 흔적을 찾아서(도서출판 야베스,2004년) 대통령의 여자 1, 2권(중명출판사, 2007년) 아수라의 칼 1, 2, 3권(도서출판 발칙한 상상, 2008년)

www.bookk.co.kr

 

섬 산 능선 올라 너른 바다 지르밟으니

어찌 이리 푸근한가.

발밑 세상 오염 찌꺼기 죄다 덮이는 듯하고 

구름 거닐듯 가볍기 그지없다.

가파른 암봉 찾아 유유자적 어제까지의 세상 

유예시키고자 함을 이 산은 

저 바다와 함께 진즉부터 알고 있었나 보다.

숨조차 고르기 힘들었던 아픔들, 

거기서 돋은 생채기와 고름까지도 보듬어준다.

 

무량한 별들조차 올려다보기 힘든 어지러운 후유증

씻어내고 큰 사랑 주려 산은 예까지 이끌어

물길 밟게 해 주며 온 통의 시름 거둬간다.

상스럽기 한량없는 무원칙이 요동치는 세상 한복판, 

파렴치하기 이를 데 없는 작태들 틈바구니에서 

비록 허우적거릴지라도 사리를 가늠할 수 있는 분별로 

자존감 놓치지 말라 점잖은 훈수를 둔다.

순결하고 투명하여 찬란하기까지 한 깊은 헤아림으로 

얄팍한 사람들 속 가늠조차 말라한 수 가르침을 준다.

목젖까지 차오른 혼잣소리, 내뱉지도 못하고 

가슴으로만 되뇌었던 고뇌에 찬 외침을 산은, 

한 마디도 파열시키지 않고 묵묵히 들어준다.

 

올라와 내려다보면 교만 떨쳐내 높이 낮추라 하고,

심산 깊숙이 들여다볼라치면 나무보다 먼 숲길 열어 

포용의 큰 의미 되새기게 한다.     

내려와 올려다보면 산은,

애상을 자아내도록 흐드러져 쏟아지는 별들을 

눈에 밟히도록 밝혀주어 굳어 건조한 살갗 주물러주며 

긍정의 너른 의미 깨닫게 한다.

 

떠올리기 싫어 고개 젓던 까마득한 기억마저도 산은,

부챗살처럼 가득 모여들게 하더니 가슴

훈훈하게 문질러준다.

자비처럼 혹은 구원처럼 질곡 없이 노상

수채화 같은 삶이 

어디라서 있으랴마는 이곳 섬 산 바다 능선 길엔, 

그 무어라도 부르면 웃음으로 화답하고 

두들기면 청아한 고음으로 손뼉 치며 반응한다.

위안의 햇살과 감사의 바람을 넌지시 건네주더니

거기 더해 축복의 푸름으로 사위를 눈부시게 빛내준다.

 

그 눈부심 속에서 산은,

숱하게 거듭되는 까칠한 이별에 대해서도 

참하디참한 해학을 펼친다.

헤어짐조차 뜨거이 데우는 청초한 열정이야말로 

붉게 익은 풍요에 견줘 모자람 없음을 풍자한다.

아직도 덜 뜨거워져 띄엄띄엄 남은 봄의 자국들을 

한 점 아쉬움까지 스스로 소멸시키게 하니 말이다.

미처 털어내지 못한 계절의 흔적들은 더욱 낮아지고, 

서둘러 스러지며 되돌아올 때를 환희로 

기약하게 하니 말이다.

    

산은 다시 덧붙인다.

지나온 삶, 대개의 덩어리가 쌓인 위에 또 쌓인 

고엽들 마냥 부토되어 흘러간 사연일 뿐이며, 

별 가치 없이 수북한 에피소드의 되풀이와 

다를 게 뭐 있느냐고.

바위와 나무, 파도마저 잠재운 바다. 사량도 

모든 주체는 너나 할 것 없이 고개 끄덕이며 수긍한다.

 

그렇지. 이젠 맺어오던 것을 끊을 때가 아니라 

더욱 이어가야 하는 순간일 뿐이라고.

그렇고말고. 무어든 보낼 때가 아니라 포용하며 

무한으로 맞이해야 할 즈음에 우린 잠시 자릴

비울 뿐이라고.

 

그렇지 아니한가 말일세.

꾸룩! 푸른 물결 휘돌며 건조한 탁음 만들어내는 

저어기 갈매기 울음도 가는 안타까움에서가 아니라 

오는 반가움에서인 것을……   

  

 

  

바다를 디딤대 삼은 별천지에서 듣는 옥녀봉의 유래

 

정상에서 멀리까지 바다를 내려다보며 쉬었다가 일어선다. 촛대봉(해발 370m)으로 내려가는 길도 바짝 날을 세운 바위와 비탈 숲길로 이어진다

발밑으로 산을 품 삼고 바다를 마당 삼은 내지 마을이 평화롭다. 329m 봉을 거쳐 내지항과 옥동마을 갈림길에서 진행하여 335m 봉을 지나고 불모산을 눈앞에 두게 된다. 비바람에 마모되고 갈라진 사량도 특유의 바위를 계속해서 밟는다.

 

가파른 언덕을 올라 가마봉에 다다른다

 

깎아지른 바위 벼랑 사이로 해풍에 시달렸을 노송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가 하면 바위 능선을 끼고도는 숲길은 바다를 딛고 서서 별천지를 꾸미고 있다. 그렇게 달바위라고도 부르는 불모산(해발 399m)까지 와서 쉴 틈 없이 걸음을 서둘러 톱바위를 지난다.

바위벽에 박은 밧줄을 움켜쥐고 가마봉(해발 303m)을 오르자 가파르게 세워진 철제 계단이 놓여있다. 계단을 내려와 가다 보면 또다시 설치된 나무계단을 딛고 올라야 한다. 연지봉(해발 295m)이다.  

밧줄에 사다리에, 그것도 모자라 계단을 길게 지어 사람이 안전하게 오르도록 하는 곳이 우리나라 산의 콘셉트다. 자연 그대로의 보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수많은 나라와 특히 다른 점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산행인구가 증가일로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수선 떨 거면 아예 산을 비워라.”

 

산양이 절벽을 능란하게 오른다는 건 잘 알려진 일이다. 암벽 클라이머를 무색하게 할 정도의 여유로움으로 수직 낭떠러지를 오른 산양 두 마리가 마치 자연보호를 외치며 시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들 왼편으로 오르는 우리를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 가파른 바위를 가볍게 올라탄다.

옥녀봉(해발 261m)에 도착했을 때는 어둠이 바다를 덮으며 금평항에 불이 켜지고 있다.

사량도 주민들은 지금도 혼례를 올릴 때 옥녀봉이 보이는 곳에서는 신랑·신부가 서로 맞절을 하지 않는단다

또 신부가 가마를 타고 가다가도 옥녀봉 밑을 지날 때는 걸어서 간다고 하는데 이러한 풍습은 아마도 옥녀봉에 전해지는 전설 때문인 듯하다. 다소 살을 붙여 전설답게 꾸민 흔적이 엿보이지만, 그 내용의 요점은 이렇다

사량도 외진 마을에서 태어난 옥녀는 젖먹이 때 고아가 되었다. 가난 때문에 제대로 먹지 못한 엄마가 세상을 뜨자 그 슬픔에 시름시름 앓던 아버지마저도 눈을 감고 말았다.

 

쯧쯧, 가엾은 것. 기구한 팔자를 타고 났구나.”

 

옥녀를 가엾이 여긴 이웃의 홀아비가 옥녀를 데려다 키우며 친딸처럼 보살폈고 옥녀도 의붓아버지를 친아버지로 알고 자라게 된다

옥녀는 어엿한 처녀로 성장했고 아버지에 대한 효심도 지극했다.

 

하늘 아래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어.”

 

어여쁘고도 아름다운 처녀로 성장한 옥녀, 딸에게서 욕정을 느낀 아버지.

이런 아버지의 속내를 알고 슬픔에 잠긴 옥녀는 사람의 탈을 쓰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여겨 아버지의 욕정을 끊게 하고자 전전긍긍했다

 

옥녀야, 나도 내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겠구나.”

아버지! 내일, 동이 트기 전에 상복을 입고 몸에 멍석을 말아 짐승 울음소리를 내면서 네 발로 저 봉우리까지 올라오시면 아버지 요구대로 따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먼저 산봉우리까지 올라간 옥녀는 거기서 눈물로 밤을 새우며 새벽을 맞이했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면서 여기 올라오시진 않을 거야.”

 

그런데 아버지가 저만치 벼랑 끝까지 시킨 그대로 기어 오는 게 아닌가. 더는 피할 곳이 없었던 옥녀는 절벽 아래로 뛰어내려 스스로 숨을 거두었는데 그게 옥녀봉 명명의 유래라 한다

지금도 옥녀가 죽은 그 절벽에 사시사철 옥녀의 피가 흐르는 듯 붉은 이끼가 끼어있고 비가 오면 그 이끼는 더욱 붉어진다는 것이다.

아마도 근친상간에 관한 내용이라 쉬쉬 감추었던 전설이 이제는 그만큼 순결의 고귀함을 부각하는 섬마을 유산으로 전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금평리 진촌마을에 어둠이 덮어서야 하산했다. 어스름 노을이 질 무렵에도 이 산에 머물고픈 마음이 작지 않았었나 보다. 다시 올 날의 기약이 쉽지 않아 이곳을 기억의 곳간 모퉁이에 층층이 쌓아놓으려 했음이다

내일 아침 이곳을 떠나면 한려수도의 맑고 잔잔한 물길과 함께 다도해의 섬 그림자가 환상처럼 떠오르고, 기기묘묘한 형상으로 솟구쳤다가 바닥에 바짝 웅크린 바위 능선은 세속의 허망함을 느낄 때마다 속속 떠오를 듯싶다

 

                   

때 / 여름

곳 / 통영 가오치항 - 유람선 탑승 - 돈지리 마을 - 지리산 정상 - 촛대봉 - 불모산 - 연지봉 - 가마봉 - 향봉 - 옥녀봉 - 금평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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