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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감악산 출렁다리

장한림 2022. 3. 2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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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경기 파주시 적성면 설마천로 238(설마리 산21-1)
 

https://www.youtube.com/watch?v=flq-mRRBwe8 

 

 

 

출렁다리로 거듭난 경기 5악, 감악산

 

                  

서울과 개성의 중간지점에 있는 경기도 북서부의 파주시는 북쪽으로 임진강이 연천군을 끼고 흘러 한강과 만나는 한강 하류 지역으로 군사분계선이 지나는 임진각과 판문점이 이곳에 있다.

1970년 후반에 미군이 일부 철수하고 기지촌이 쇠퇴하면서 대규모 신도시가 건설되었고, 남북화해의 분위기를 타며 인구가 증가하고 더불어 땅값도 오르기 시작했다.

경기 5 악의 하나로 산세가 험하고 폭포, 계곡, 암벽 등이 발달하였으며 파주시에서 가장 높은 감악산紺岳山은 양주시 남면, 연천군 전곡읍에 걸쳐 있는데 바위 사이로 검은빛과 푸른빛이 동시에 비춰 감색 바위산이라는 의미로 그 명칭이 생겼다고 한다. 

인근 주민들은 감악산을 신령스러운 산으로 인식해 왔는데 태조실록에 의하면 조선 시대 궁중에서 봄과 가을에 국가의 안정과 평안을 위하여 별기은別祈恩이라는 산신제를 지냈다고 한다. 

 

         

이 산에도 임꺽정이 활개를 

    

감악산 가는 길, 설마리에 영국군 전적비가 있다. 6.25 한국전쟁 때 UN군으로 참전했던 영국군이 2개 대대의 병력으로 중공군 3개 사단을 거의 전멸시킨 설마리 전투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신년 초, 다섯 해가 지나 다시 찾은 감악산은 감회가 새롭다기보다는 낯선 분위기에 다소 어리둥절하다. 관광지로서 시설투자는 물론 주변 면모를 일신하여 예전에 느꼈던 오지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친구 병소, 호근이와 함께 첫 신년 산행지로 출렁다리가 생긴 감악산을 찾았다. 잘 지은 만남의 광장 오른편 계단을 올라 출렁다리 쪽으로 향한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다리를 건널 수 있을까?”

 

호근이의 우려가 쓸데없는 기우였음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알게 된다. 눈을 맞으면서도 많은 사람이 출렁다리를 건너가고 있다. 함박눈이 펑펑 뿌리는 붉은색 다리에 다양한 색상의 파카와 점퍼가 출렁이는 광경이 이색적이다. 

감악산 출렁다리는 도로로 인해 잘려 나간 설마리 골짜기를 연결하여 길을 이어놓았다. 강원도 원주의 소금산에 출렁다리가 생기면서 으뜸의 자리를 내어주었지만 길이 150m, 폭 1.5m의 무주 탑 산악 현수교로 주변 산세와 적절히 조화된 모습이다.

 

“정말 멋지네.”

“오늘 분위기에 딱 맞는 산이야.”

 

하얀 겨울산의 출렁다리를 호기롭게 건넌다

 

 

다리를 건너면서 지붕이 하얗게 덮인 운계 전망대와 범륜사를 보게 된다. 다리를 건너 능선 계곡 길을 버리고 운계 폭포와 범륜사를 지나 정상으로 향하는 등로를 택하자 수북이 쌓인 눈길을 걸어 올라가 숯가마 터에 닿게 된다. 

1960년대 말까지도 이곳에서 참숯을 구워 내다 팔았다고 한다. 감악산에는 숯가마 터 흔적이 여러 곳에 남아있다. 조금 더 올라 화전민이 주거했던 묵은 밭에 이른다. 이 높은 곳에서 밭을 일구고 숯을 구우면서 살았으니 얼마나 생활력이 강했던가.

 

“넌 편하게 사는 거야.”

“내가 왜?”

“바닷가 전원생활이 이 산꼭대기에서 사는 것보다 얼마나 편하고 낭만적이냐는 말이지.”

 

석모도에 전원주택을 짓고 막 도심 생활을 옮긴 호근이다. 각자 원하는 생활 취향이 다르겠지만 평상에서 일탈을 추구한 친구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오른쪽 숲길을 지나 쉼터로 조성한 만남의 숲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NFC 스마트 안내판이 세워진 걸 무심히 보게 된다. 적힌 대로 휴대폰 슬라이드 바를 내려 NFC 읽기/쓰기 기능을 활성화한 후 터치하니 위급에 처했을 경우 자신의 위치를 자동 문자 신고해주는 기능이다.

 

“이젠 안심이야.”

“뭐가?”

“너희들이 빨리 가도 길 잃을 염려가 없어졌잖아.”

 

호근이의 밝은 표정을 본 병소가 “천천히 와. 먼저 갈게.”라고 내뱉고는 앞서 걷는다. 병소가 오른쪽 임꺽정봉으로 향하는 능선 길로 먼저 내딛는 바람에 왼쪽의 편안한 어름골재로 가는 길을 버리게 된다. 

능선에 들어서서 오르막 경사로를 거쳐 장군봉과 임꺽정봉을 마주한 암봉에 이르자 절벽 아래로 부도골과 신암 저수지 일대가 내려다보인다. 점점 약해지던 눈발이 멎으면서 시계가 훨씬 밝아졌다.

 

오름길에 본 임꺽정봉도 하얗게 덮였다

 

통천문이라고 일컫는 석문을 지나 장군봉(해발 640m)에 올랐다가 봉암사 갈림길이 있는 안부 부도골재를 통과하고 신선바위라고도 하는 병풍바위 밑에서 오른편으로 돌아 바위를 올라서면서 임꺽정봉(해발 676.3m)에 도착한다. 하얗게 펼쳐진 양주 들판과 눈에 파묻힌 듯한 마을이 아담하다. 

산 밑에서 올려다보는 임꺽정봉은 매처럼 생겨 매봉 혹은 응봉이라고도 부른다. 이곳 아래에는 너무 어두워 깊이와 넓이를 가늠키 어려운 굴이 있다. 설인귀 굴 또는 임꺽정 굴이라 부르기도 하며 일설에는 고려 말 충신 남을진이 고려 멸망 후 은거한 남선굴이라고도 전해진다. 남을진이 신선처럼 살던 굴을 줄여 칭한 명칭이다.

 

“설인귀는 왜?”

 

임꺽정은 경기도 양주 태생으로 지척인 이곳까지 활동지를 넓혔을 거로 추측할 수 있겠지만 평양성을 함락하고 고구려를 멸망시킨 당나라 장수 설인귀는 왜 등장하는 것일까.

설인귀가 고구려를 칠 때 이 굴을 중심으로 진을 쳤다는 전설도 전해지거니와, 조선 세종실록지리지 및 신 증 동국여지승람에는 지금의 파주시인 양주 적성현에 위치한 감악산의 산신을 설인귀라고 지목한다. 신라 사람들이 설인귀를 위해 사당을 세웠으며 이후 감악산의 산신이 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이들 세 사람의 공동명의로 된 굴에서 어름골재를 지나 감악산 정상(해발 675m)에 오르자 헬기장과 군 초소가 있는 개활지에 태극기가 펄럭인다. 사방으로 시야가 열려 청명한 날에는 임진강 너머로 개성의 송악산이 보이고, 동두천의 소요산은 물론 동북쪽으로 철원의 금학산과 고대산이 보인다고 한다. 오늘은 가까운 양주의 불곡산도 흐릿하고 북한산과 도봉산도 어렴풋하다.

 

           

전쟁의 상흔 깊이 배인 피아의 각축장  

   

호젓한 눈꽃 숲길이라고 하기엔 너무 써늘하고 무질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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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 울타리 옆 돌무더기 위에 정상 표지석과 그 위로 오래되어 허름한 비석이 있다. 향토유적 8호로 지정된 이 감악산 비는 새긴 글이 모두 닳아버린 몰자비沒字碑이다. 비스듬하게 서 있어 빗돌대왕비라고도 불리며 일설에는 설인귀의 공적을 기리는 사적비라고도 하고 광개토대왕의 비라는 말도 있다. 근년에는 신라가 한강 변을 차지한 후 세운 제5의 진흥왕순수비라는 설도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으니 역사학자들의 관심 대상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임진강을 끼고 있는 이 일대는 예로부터 군사적 요충지여서 전쟁의 상흔이 깊이 배어 있다. 삼국시대부터 한반도의 지배권을 다투던 고구려, 백제, 신라의 각축장이었고 1010년 고려 현종 때는 거란군이 임진강 장단까지 침입하였는데 감악산 신사에 펄럭이는 깃발이 마치 많은 군마가 늘어선 것처럼 보여 더는 남침하지 못하고 물러갔다고 한다. 또 한국전쟁 때는 고량포 싸움의 격전지였던 곳이다.

 

“풍파가 끊이지 않았던 곳이군.”

 

정상 바로 아래의 팔각정 전망대를 지나 내려가서 암릉과 노송이 잘 어우러진 까치봉(해발 560m)에 이른다. 이곳에서의 경관도 날만 좋으면 무척 수려한 곳이다. 북쪽으로 적성면 일대와 임진강이 보이고 멀리 북녘땅까지 조망할 수 있는데 오늘 함께 온 친구들이 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못 봐도 괜찮아. 추우니까 빨랑 내려가자.”

 

호근이의 성화에 운계 능선까지 단박에 내려선다. 여기서 손마중길 방향으로 내려가 운계 전망대에 이른다. 전망대에서 보는 출렁다리와 얼어붙은 운계 폭포는 한 폭의 겨울 산수화다. 감악산이 명산의 반열에 있다는 걸 증명하기에 족한 풍광이다.

보편적으로 느끼는 신년의 차오름 때문일까. 범륜사 지붕과 감악산 주 능선이 하얗게 덮였어도 왠지 모르게 정지되어 있지 않은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범륜사에서 백옥석의 관음상을 보게 되는 것도 특이하고 십이지상도 눈길을 잡아끈다. 

동물로 상징되어 자子를 쥐. 축丑을 소. 인寅을 호랑이 등으로 동물을 배정한 것은 2세기 경이라는데 자축인묘 진사오미 신유술해의 십이지는 시간 신과 방위 신을 나타내면서 불교와 결부시키고 있다.

또 나무화석이라는 걸 보게 된다. 화산 폭발과 지각변동으로 나무가 땅속에서 오랜 세월 묻혀있는 동안 주로 규토 성분의 광물질이 나무속으로 스며들어 화석화한 자연적 유산이자 보석이다. 전시된 목화석은 1992년 중국에서 반입되었다고 한다. 

범륜사를 나서며 올려다본 운계 전망대도 그림처럼 운치 있다. 전면에서 운계 폭포를 보고 다시 출렁다리 근처로 와서 처음 진입했던 만남의 광장에 이르며 백색 설산의 신년 첫 산행을 마치게 된다. 

 

                    

때 / 겨울 

곳 / 감악산 만남의 광장 - 출렁다리 - 숯가마 터 - 묵은 밭 - 만남의 숲 - 장군봉 - 임꺽정봉 - 감악산 - 까치봉 - 범륜사 - 운계 폭포 – 원점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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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영은 이러한 책들을 집필, 발행하였습니다. <장편 소설> 흔적을 찾아서(도서출판 야베스,2004년) 대통령의 여자 1, 2권(중명출판사, 2007년) 아수라의 칼 1, 2, 3권(도서출판 발칙한 상상,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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