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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시대에서 거듭 깨닫다 17_ 호가호위狐假虎威

장한림 2022. 5. 1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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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가 금의 가치를 지니려면

 

“주변 제국들이 우리 초나라 재상을 두려워한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인가?”

초楚나라 선왕은 한韓, 위魏, 조趙, 제齊나라가 한결같이 재상인 소해휼을 두려워해 초나라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는 소문을 듣고 기분이 언짢아 대신들에게 물었다. 신하들이 전전긍긍하며 머뭇거리는데 강일이 나서서 대답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소해휼 재상의 권위는 모두 전하의 후광 덕입니다.”

강일은 호랑이와 여우의 일화를 사례로 들어 선왕에게 설명했다.
여우가 산중에서 호랑이를 만나 잡아먹힐 위기에 처했다. 여우가 꾀를 내어 당당하게 호랑이한테 말했다.

“네가 나를 잡아먹으면 하늘을 거역하는 것이 된다. 천신이 나를 이 산의 우두머리로 삼았기 때문이다. 믿지 못하겠다면 내 뒤를 따라와 봐라. 나를 보고 두려워하지 않는 짐승이 있는가 보아라.”

호랑이는 여우가 하는 짓을 지켜보다가 잡아먹어도 되겠다 싶어서 여우 뒤를 따라갔다. 그런데 너구리나 살쾡이는 물론이고 늑대나 덩치가 큰 멧돼지도 여우를 보고는 겁에 질려 내빼는 것이었다. 여우 말이 허풍이 아니라고 여긴 호랑이도 슬금슬금 여우한테서 벗어나더니 도망쳤다.

강일의 말에 선왕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귀를 기울였다.

“짐승들이 달아난 건 여우 뒤에서 따라오는 호랑이 때문이었습니다. 전하께서는 드넓은 국토를 보유하고 다른 나라가 넘보지 못하는 막강한 군사력을 지녔습니다. 그걸 책임진 초나라 재상을 북방의 제국들이 두려워하는 건 전하를 두려워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마치 짐승들이 호랑이를 두려워하듯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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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시기심이 동했던 재상 소해율을 여우로 비유하자 선왕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전국책戰國策 ‘초책楚策’ 편에 나오는 이 이야기에서 호가호위狐假虎威가 유래했다. 여우가 호랑이 위엄을 빌린다는 한자 풀이로 남의 힘을 빌려 거만하게 굴거나 위세를 떨치는 행동을 빗댄 고사 숙어다.
궁궐의 내시가 임금의 후광을 업고 권세를 휘두르는데 임금이 두고만 보면 그 권위는 내시의 것이 된다. 환관 조고가 왕인 호해를 등에 업고 결국 반란을 일으켜 왕권 찬탈까지 취한 사례를 들은 바 있다.
재벌 2세 혹은 3세가 터무니없는 사고를 일으키는 걸 뉴스에서 자주 접하곤 했다. 부모가 재산의 몇백 분의 1만큼이라도 자식 교육에 치중했더라면 하는 안쓰러움이 생기는 것이다.
호랑이가 여우 무서워 도망가는 것과 딱 닮은꼴이다. 호랑이를 뒤에 두고 고개를 빳빳이 세운 여우가 호랑이가 사라진 뒤에도 짐승들의 우두머리로 존재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사돈의 팔촌이라도 권력을 쥐고 있으면 안하무인식으로 호가호위하는 시절이 있었다. 이런 사람들이나 조직폭력배처럼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 약한 이들이 호가호위의 권세를 즐겨 써먹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hMGnfQYT4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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