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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고전

제자백가에서 익히다 6_ 와각지쟁蝸角之爭

장한림 2022. 4. 2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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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도 아닌 달팽이 뿔 위에서 싸울수는 없다

 

“제나라 위왕을 단칼에 벨 수 있는 자객을 찾아보시오.”

 

나라 양혜왕과 제나라 위왕이 맺은 불가침 조약을 위왕이 위반하자 양혜왕의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저들의 방어벽을 뚫고 자객이 침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군사를 일으켜 일거에 쳐부수는 게 합당할 것입니다.”

 

공손연이 강경론을 제기하자 계자가 반대했다.

 

“지금 전쟁을 일으키는 건 백성들을 고되게 할 뿐이며 반드시 승리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러면 도대체 어찌해야 옳다는 말인가?” 

 

양혜왕이 답답해서 한숨을 내쉬는 걸 보며 화자가 대답했다.

 

“전하께서는 도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할 것입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요?”

 

대신들의 논의에 귀를 기울이던 재상 혜자가 도가에 통달한 당대의 현인을 알고 있다면서 대진인을 거명했다. 혜자가 대진인을 불러들여 양혜왕과 대면하게 했다. 대진인이 달팽이를 거론하며 화두로 삼았다.

 

달팽이의 왼쪽 뿔 위에는 촉 씨라는 자가, 오른쪽 뿔 위에는 만 씨라는 자가 각각 나라를 세우고 있었나이다. 그 둘은 서로 영토 다툼을 벌여 수만 명이 죽고 도망가는 적을 보름간이나 추격한 끝에 겨우 전쟁을 끝냈다 하옵니다.

“허허, 그런 터무니없는 얘기는 처음 듣는구려.”

“전하, 우리가 있는 곳을 포함한 이 우주에 끝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끝이 없지요.”

“그 끝없이 무궁한 세계에서 노니는 이한테는 우리가 사는 지상은 있거나 말거나 한 하찮은 곳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당연히 그렇겠지요.”

“그곳의 한 부분에 위나라가 있고 위나라 가운데 양이라는 도성이 있고 그 도성 가운데 전하가 계십니다. 그럴진대 제나라와 싸워 이겨 그들을 내쫓고 땅덩어리를 넓히겠다면 촉 씨나 만 씨와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대진인은 크고 넓은 우주와 세계에서 위나라나 제나라는 달팽이 뿔보다도 작은 존재임을 암시한 것이다. 졸지에 달팽이의 한쪽 촉수가 되고만 혜왕이 쓴웃음을 지었다. 대진인이 물러가고 혜자가 들어오자 혜왕이 대진인을 칭송했다.

이 이야기는 장자 ‘칙양則陽’ 편에 나오는데 여기서 와각지쟁蝸角之爭 혹은 와우각상지쟁蝸牛角上之爭이라는 말이 비롯되었다. 세상일은 달팽이 뿔 위에서의 싸움처럼 하찮은 일로 승강이를 벌이거나 인간 세계의 일이 보잘것없음을 비유하는 의미로 통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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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와각지쟁을 벌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다. 이해타산에 결부되면 칼을 들이대고라도 내 주머니를 챙기는 건 당연하고, 상대에게 쌓인 앙금이 있으면 일부러 시비를 걸어서라도 눌러 이기려 한다.

신이 아닌 사람이 사는 세계에서의 일은 도가의 현인들에게는 모두 와각지쟁의 한 틀로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사람이기에, 사람다운 다툼을 벌이려면 명분이 확실해야 하고 그 다툼을 통해 상대가 억울한 스트레스에 휘말리는 건 아닐지 고려해야 할 거란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움켜쥐었던 주먹이 스르르 풀릴 거란 생각도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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