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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지물도 무용지용이 될 수 있다
장주莊周가 본명인 장자는 송宋나라 출신으로 제자백가 중 도가道家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도가의 핵심을 이루는 노자와 장자의 사상은 이들의 이름 앞글자를 따서 '노장사상'으로 부르기도 한다.
도가 사상이 담긴 장자의 ‘인간세’ 편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높이가 하늘을 찌를 듯하고 굵기가 100 아름이나 되는 커다란 상수리나무는 배를 만들어도 될 정도의 굵은 가지가 꽤 많이 달려있었다. 목재용 나무를 구하러 다니던 이름난 목수 장석은 그 나무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그냥 지나치는 것이었다.
“나무를 찾아다니는 동안 아직 이처럼 크고 좋은 나무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찌 눈길도 주지 않고 그냥 지나치십니까?”
의아해하는 조수들이 묻자 장석이 대답했다.
“아직 나무 보는 안목이 멀었구나. 이건 쓸모없는 나무다. 이걸로 배를 만들면 가라앉고 관을 짜면 곧 썩게 된다. 문을 만들면 나무 진이 흐르고 기둥을 만들고자 하면 좀이 먹을 것이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나무라서 이처럼 길게 수명을 누린 것이다.”
조수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장석의 뒤를 따랐다. 혜자와 장자가 이야기를 나누는 또 다른 일화를 들어보자.
“우리 집 앞에 큰 나무가 있는데 몸통은 썩어 파였고, 울퉁불퉁하여 먹줄로 잴 수도 없지. 작은 가지는 꼬이고 비틀어져서 원이나 네모를 그리는 잣대에도 맞지 않는다네. 그래서 목수들조차 거들떠보지 않는 쓸모없는 나무라네. 어찌했으면 좋을지 고심 중이라네.”
혜자의 말에 장자가 반론을 제기했다.
“자네는 그처럼 큰 나무의 쓸모없는 부분만 탓하는군. 자네는 그 나무 곁에서 소일하거나 그 아래 누워 쉬기도 하지 않는가. 그렇게 그늘을 만들어 주면서도 도끼에 일찍 베이는 일도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럴진대 쓸모없음이 무슨 근심거리가 되겠는가.”
산의 나무는 쓰임새가 있어서 일찌감치 벌목을 당하게 된다. 계수나무는 약재로 쓰이니 베이고 옻나무는 칠로 쓰여 잘려 나간다. 사람들은 쓸모 있는 것만 골라 쓸 줄 알지 쓸모없는 것 가운데 쓸모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무용지용無用之用은 이처럼 쓸모없는 것이 때에 따라 크게 쓰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좋은 재목이라 일찍 베인 나무와 달리 쓸모없는 나무가 제 수명을 다 누려 거목이 된다는 것처럼 도가 사상의 깊은 철학이 담겨 있다.
허리가 심하게 굽은 꼽추를 보면 대다수 사람들은 사람 구실을 하지 못하고 살 것 같은 꼽추에게 동정이나 연민을 느끼기 마련인데 장자는 불구라서 부역에 끌려가지 않고 정부에서 구호금을 배당할 때 이득을 보는 면이 있음을 강조한다. 언뜻 쓸모없어 보이는 존재가 관점을 바꾸면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장자의 철학은 세상 만물은 도의 지배를 받는다고 본다. 도의 관점에서 볼 때 만물의 가치는 어떠한 차이도 없으며 유용하다거나 무용하다는 판단은 단지 인간의 가치관에 의한 터무니없는 결론일 뿐이라는 것이다.
즉 이원론적 사고방식을 초월하여 사물을 대하라는 게 주된 요점인데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이원적 사고방식은 쓸데없는 아집과 편견의 소산이다. 국지 주의, 민족주의, 특정 정당색, 지역색 등을 아우르는 사고방식이라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장자는 사물의 가치를 발견하려면 한쪽으로의 치우침을 경계해야 한다고 여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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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네들도 눈앞의 쓸모 있는 이득에만 관심을 초집중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득이 남지 않는 일은 쓸데없는 일로 치부되어 돈이 되지 않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시대에 관계없이 인간에게는 여러 가지의 다양한 본성이 내재되어 있어 어느 한 측면만 충족된다고 해서 행복해지지 않는다.
사람 간의 진솔한 유대감, 자연이나 사물과의 교감이 당장 주머니를 채우는 돈의 가치에 형편없이 미치지 못하는 것들이라고 판단하게 된다면 언젠가 무용지용이 될 수도 있는 것들이 무용지물이 되어 다시는 되쓰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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