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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백가에서 익히다 10_ 수주대토守株待兎

장한림 2022. 5. 2.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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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영은 이러한 책들을 집필, 발행하였습니다. <장편 소설> 흔적을 찾아서(도서출판 야베스,2004년) 대통령의 여자 1, 2권(중명출판사, 2007년) 아수라의 칼 1, 2, 3권(도서출판 발칙한 상상,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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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가는 춘추전국시대 때 부국강병과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엄격한 법치주의를 주장한 제자백가의 한 유파로 진나라의 중국 통일에 기여한 사상이다. 그 대표적 이론가들로는 한비자, 상앙, 신불해, 이사 등이 있다.
당시 법가는 유가와 대립하였는데 유가를 폄하하기 위한 우화를 많이 만들어냈다. 그중 토끼를 소재로 삼은 이야기가 있다.
송나라에 온종일 농사일에만 전념하는 부지런한 농부가 있었는데 한참 밭을 갈고 있던 중 난데없이 토끼 한 마리가 달려오더니 커다란 나무 그루터기에 부딪쳐 나뒹구는 것이었다.

“저 놈이 낮술을 마셨나. 왜 저래?”

농부가 자빠진 토끼한테 다가갔더니 죽어 있었다.

“횡재했네. 통통하게 살찐 토끼 한 마리를 거저 얻었어. 여기서 지키고 있으면 토끼가 줄줄이 와서 머리를 받겠는 걸. 힘들게 농사 지을 필요가 없겠어.”

그날부터 농부는 농사일을 아예 팽개치고 그루터기를 지키는 게 일과였다. 부지런하던 사람이 빈둥빈둥 나무 그늘에 누워있으니 마을 이웃들이 의아해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무슨 일 있는가. 왜 요새 일도 안 하고 여기서 얼빠진 사람처럼 시간을 죽이고 있는가?”
“토끼 사냥 중이라오.”
“아니 하늘이나 쳐다보고 누워서 어떻게 토끼를 사냥한다는 건가?”

농부가 며칠 전 토끼가 저절로 그루터기에 와서 부딪쳐 죽은 얘기를 전했다.

“여기서 기다렸다가 나가떨어진 토끼를 주워 담으면 되니 이 포대자루만 있으면 사냥하는 것과 다를 게 없지요.”

하지만 그때처럼 농부가 기다리던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농부는 주변 사람들에게 비웃음거리만 되었고, 그 사이 밭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농사까지 망치고 말았다.
나무 그루터기에서 토끼를 기다린다는 의미의 수주대토守株待兎는 힘을 들이지 않고 요행을 바라거나 되지도 않을 일에 큰 기대를 하는 착각이나 어리석음을 빗대는 고사이다. 나무에서 고기를 바란다는 연목구어나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린다는 속담과 맥락을 같이 하는 말이다. 수주대토는 단순히 요행을 바라는 것을 포함해 자신의 좁은 식견으로 아둔한 고집을 내세우는 경우에도 통용되는 말이다.
유가 사상론자인 공자나 맹자는 요순堯舜 시대를 가장 이상적인 정치의 시기로 꼽았다. 반면 법가인 한비자는 요순을 이상으로 하는 왕도 정치가 시대에 뒤떨어졌다면서 이 수주대토의 비유를 들었던 것이다.

“라떼는?”

옛날에 좋은 방법론이라 해서 현재에도 그걸 칭송하고 적용하는 건 그루터기 옆에서 토끼를 기다리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이 맞다는 논리로 한비자는 ‘오두五蠹’ 편에서 수주대토를 언급하며 시대 흐름을 따르지 않고 예전의 낡은 관습을 고수하려는 공자와 맹자를 꼰대 취급한 것이다.
오두라 함은 나라를 좀먹는 다섯 가지 부류의 사람들로 학자, 논객, 협사, 측근, 상공인을 적시했다.
당시 유가와 법가의 논쟁은 그들끼리의 다툼이고, 지금은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이 행운만 바라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로또에 올인하여 당첨되기를 기다리며 일확천금을 꿈꾸거나 공부는 하지 않고 연필 굴리기로 성적을 높이려 한다면 수주대토를 인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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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에는 한 번의 큰 이익을 취한 후 또 그런 일이 생기기를 기대하며 목돈을 몰아넣은 뒤 무작정 기다리는 걸 두고 존나 버틴다는 뜻의 ‘존버’ 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상승하는 것을 두고 생긴 말이다.
또 ‘인디언 기우제’를 수주대토와 같은 의미로 활용하기도 한다.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꼭 비가 온다는 것인데 그들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멈추지 않으니 어찌 그런 신통한 일이 벌어지지 않겠는가.
우리는 보통 존중하고 보존해야 할 옛 것을 전통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비효율적이거나 불합리한데도 그저 답습만 하는 걸 수구守舊로 표현하기도 한다. 보수와 진보가 양면적 장단점이 있듯이 상황에 잘 맞추어 옛것을 현시대에 맞게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옳은 방안이겠으나 그 또한 칼로 무를 베듯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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