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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험한 기운이 넘치는 강화도 수호신 마니산
마니산은 국내에서 가장 기가 센 산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고도는 높지 않은데 다녀오면
그때마다 영험한 기운을 받는 것만 같다.
고개 들면 파란 천기가 온몸으로 스미는 것 같다.
강화도는 제주도, 거제도, 진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내에 소재한 약 15개 섬 중 주도主島이다.
강화대교와 신 강화대교에 이어 초지대교의 연륙교로 이어져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의 섬 진입이 더욱 수월해졌다. 인천광역시 강화군을 행정 주소로 하는 강화도에는 마니산 외에도 진강산, 고려산, 혈구산, 별립산 등 400m대의 산들이 있다.
강화군 화도면에 소재한 마니산은 인천광역시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본래 고가도라는 섬의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었는데, 강화도의 가릉포와 고가도의 선두포를 둑으로 연결하면서 강화도와 한 섬이 되었다고 한다.
위치상 한반도의 중앙인 마니산으로부터 한라산과 백두산까지의 거리가 같다고 한다. 1977년에 국민 관광지로 지정된 바 있다.
전국 체육대회의 성화가 채화되는 참성단
오늘은 태영, 병소, 영빈, 세 친구와 함께 마니산을 좀 더 길게 걷는 코스를 잡아 화도면 동막리의 분오리 돈대 주차장으로 왔다.
김포가 집인 태영이가 가양역까지 차를 몰고 와 수월하게 들머리까지 올 수 있었다. 주차장 곁에 분오리 어판장 버스정류장이 있어 대중교통으로도 접근이 어렵지 않다.
돈대墩臺란 평지보다 높은 곳에 보루처럼 축조한 일종의 성곽 시설이다. 주로 적이 침입하기 쉬운 요충지에 설치하여 포를 쏘거나 사방을 정찰할 수 있게 만들었다. 강화도에는 해안 중심으로 50여 개의 돈대가 남아있는데 분오리 돈대도 그중 하나다.
마니산에 들어서기 전에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제36호인 분오리 돈대에 올라 본다. 조선 숙종 때 설치한 외곽 포대로서 다른 돈대들이 진이나 보에 속했던 것과 달리 분오리 돈대는 강화 군영에서 돈장을 별도로 설치하여 지키게 할 만큼 중요한 돈대였다고 한다.
강화도의 대다수 돈대가 사각형이거나 원형인 데 반해 분오리 돈대는 자연 지형을 그대로 이용하여 축조해서인지 초승달 모양이다.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강화도가 요새화되기 시작했어.”
“인조 때 오랑캐한테 지독한 수난을 당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
1636년 병자호란 이후 강화도를 한강 어귀의 요새로 만들고 해안경비를 강화하고자 1679년 숙종 때 48개의 돈대를 축조하였다.
한기를 거둬들이지 않고 내내 망설이던 겨울이 막 물러서려는 계절의 문턱에서 한껏 바람을 들이마시고 내려다보니 널따란 개펄 너머 수면 위로 신도, 시도, 모도가 나란히 떠 있고 동막 해변은 냉기 가득하여 적막하기까지 하다.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와 좁은 등산로를 찾아 축축한 낙엽을 밟으면서 마니산을 오른다.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등산로에 잔설이 남아있고 헐벗은 나목들 가지 틈으로 파란 하늘이 시리도록 맑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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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춥긴 하지만 봄기운이 물씬 풍기지?”
“꽤 추운 겨울이었어. 눈도 많았고.”
“지난달에 오대산 종주하려다가 추워서 포기했던 걸 생각하면 난 지금도 떨려.”
“그러고 보니 딱 그때 그 멤버일세.”
연말 마무리 산행으로 오대산 환 종주 코스를 잡았었다. 상원사에서 비로봉을 올랐다가 상왕봉을 지나 두로령에서 더 이상의 진행을 멈췄다. 폭설과 체감온도 영하 20도가 넘는 추위에 두로봉과 동대산을 남겨두고 원점 회귀한 게 바로 두 달 전이다.
“그때 패자들이 다시 뭉친 거군.”
최근의 추억을 새기며 오르다 보니 469m 봉과 참성단이 눈에 들어온다. 다소 험한 바위 구간을 우회하여 나무계단이 설치된 삼거리에 이른다. 700m 아래로 정수사가 있고 오른쪽 아래 1.8km 떨어진 함허동천을 통해 올라올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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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잠겨 있는 곳’
함허동천은 조선 전기의 승려 기화가 정수사를 중수하고 여기서 수도했다고 해서 그의 당호인 함허를 따서 붙인 명칭이다. 계곡의 바위에 기화가 썼다는 함허동천涵虛洞天이란 글자가 남아있는데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잠겨 있는 곳이라는 의미란다.
산과 물이 조화를 이뤄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곳으로 계곡 아래에는 사계절 관광지로 잘 알려진 함허동천 야영장이 자리 잡아 캠핑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몇몇 친구들과 함허동천에서 야영하고 새벽 마니산에 올랐던 지난여름을 떠올리고는 469m 봉에 이른다. 469m 봉에서 보는 참성단에도 희끗희끗하게 겨울 흔적이 남아있다.
파란 하늘을 모자처럼 쓰고 능선을 걸어 참성단 중수비 앞에 선다. 참성단 개축 사실을 기록한 비문은 1717년인 조선 숙종 43년에 중수하였다는 걸 확인시킨다.
“북한산성도 숙종 때 개축했다던데.”
“숙종 대왕이 꼼꼼했었나 봐. 그때 부실하게 허물어진 곳을 많이 손봤더군.”
“하하하! 도성 방어를 강화하기 위함이었지만 말이 되는 얘기네.”
표지목봉에서 강화도의 두루 조망이 가능하다
14세에 즉위하여 46년간 재위한 조선 19대 왕이다. 왕권 강화를 위한 환국 통치, 남인을 축출하고 서인을 등용한 이른바 ‘삼복의 변’, 후사를 위해 세 번째 얻은 왕비 장희빈으로 압축되는 숙종의 다양한 이미지가 비문을 읽으면서 세심한 일면을 부각한다.
참성단 중수비를 거쳐 마니산 표지목이 있는 일명 표지목봉(해발 472.1m)에서 석모도의 해명산, 낙가산, 상봉산을 눈에 담는다.
“석모 대교가 개통되어 석모도 들어가기가 편해졌다는데.”
“저 산들도 한번 다녀와야겠다는 얘기지?”
“봄엔 고려산 진달래도 보고 싶고.”
번거롭게 배를 타지 않아도 갈 수 있는 곳이라 곧 방문하게 될 것이다. 곧 진달래가 만발할 고려산과 혈구산, 진강산까지 더듬어본다. 김포 쪽으로 오목하게 솟은 봉우리는 문수산이다.
여기서 조금 더 걸어가면 참성단塹星壇(사적 제136호)인데 봄과 가을에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쌓은 제단이라고 전해진다. 이곳에서 전국 체육대회의 성화가 채화되며, 매년 개천절에 단군에게 제를 올린다.
“줄자 가져왔지? 여기 좀 재봐.”
단의 아랫부분인 기단基壇은 지름 4.5m의 원형이고 상단은 사방 2m의 네모꼴로 되어있다.
“언제 만든 걸까?”
“글쎄. 추정컨대……”
이 단의 축조 연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아 확실치 않으나 대략 4000년이 넘는 유물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그 위치나 구조로 보아 천문대나 기상대와 비슷하여서 후세에 와서 이러한 용도로도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고려 권근의 ‘양촌집’에 태조 왕건 이전부터 단군에 제를 올렸다는 구절이 있으니 최소한 1000년이 넘도록 제사를 지내온 셈이다. 조선시대 도교 행사의 하나인 마니산 초제도 여기서 지냈었다.
고려사, 세종실록지리지, 태종실록 등의 기록에 의하면 마니산의 원래 이름은 우두머리라는 뜻의 두악頭嶽으로 민족의 머리를 상징하는 영산으로 칭해 왔다.
참성단은 11월부터 3월까지의 동절기에는 10시부터 16시까지, 4월부터 10월까지 하절기에는 9시 30분부터 16시 30분까지 개방한다고 적혀있다. 참성단 돌탑에 수령 150년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소사나무(천연기념물 제502호)가 균형 있게 가지런히 가지를 펼치고 있다.
장봉도를 내려다보고 멀리 영종도의 백운산을 가늠하고는 하산로 삼거리로 내려서서 매표소까지의 등산로인 단군로로 방향을 잡는다. 삼칠이(372) 계단을 내려선 후 전망대에 이르러 바다와 마을을 보다 가까이 내려다본다. 참성단에서 1.3km를 내려오면 단군로 갈림길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리산 관광지 등산로 종점이란 팻말이 걸려있다. 우측 매표소로 내려서면서 마니산 산행을 마치게 된다.
마니산은 국내에서 가장 기가 센 산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고도는 높지 않은데 다녀오면 그때마다 영험한 기운을 받는 것만 같다. 고개 들면 파란 천기가 온몸으로 스미는 것 같다.
“아무 데나 돗자리를 펴도 먹고살 수 있을 것 같아.”
“천기누설하면 한 끼도 못 먹고 벼락 맞는 수가 있어.”
때 / 늦겨울
곳 / 분오리 돈대 주차장 - 469m 봉 - 표지목봉 - 참성단 - 372계단 - 단군로 - 매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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