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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에서 읽는 역사 이야기_ 탑사의 불가사의한 탑들

장한림 2022. 5. 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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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역사를 읽다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이나 휴일, 도봉산 역이나 수락산 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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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설화 그리고 현실이 신비롭게 버무려져

<마이산 - 탑사의 불가사의한 탑들>

 

 

전라북도 무주, 장수와 함께 무진장이라는 머리글자로 표기되는 진안에 다시 왔다.
햇살 고운 봄날, 이들 세 고장에 있는 명산들을 헤아려보게 된다. 무주군의 덕유산과 적상산, 진안군 운장산과 구봉산, 장수군의 장안산. 대다수 한두 번 이상씩 와본 산들이다. 몇 해 전 겨울에 와본 이후 두 번째로 명승 제12호이자 전라북도 도립공원 마이산을 찾는다.



절대 가경 속에 신비한 설화들을 지닌 마이산



진안 IC를 빠져나오기도 전에 청명한 하늘 위로 솟은 숫마이봉(동봉)과 암마이봉(서봉)이 신비하고도 야릇한 모습을 드러내며 반긴다. 암마이봉이 숫마이봉을 마주 보지 못하고 등 돌려 고개 숙인 것처럼 보이는 건 아마도 전해 내려오는 설화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 눈을 피해 한밤중에 올라갑시다.”

하늘나라에서 쫓겨나 지상에서 두 아이를 낳고 속죄의 세월을 보내며 살던 부부가 다시 하늘로 갈 때가 되어 남편이 사람들 눈을 피해 한밤중에 하늘로 오르고자 했다.

“승천은 새벽 동틀 무렵에 하는 게 맞아요.”

아내는 새벽을 고집했다. 아내의 의견을 받아들여 D-day 새벽에 승천하고자 했는데 마을 아낙네에게 그 광경을 들켜 결국 그 자리에서 바위산으로 굳어버리고 만다. 진안읍에서 마이산을 보면 동쪽의 숫마이봉은 양쪽에 자식을 안고 있는 모습이고, 서쪽의 암마이봉은 죄책감을 가누지 못하고 반대편으로 고개를 떨어뜨린 모습이다.
마이산은 계절에 따른 특성을 부각해 계절마다 각각 다른 이름을 지니고 있다. 봄에는 두 봉우리가 안개를 뚫고 나온 쌍돛대처럼 보인다 하여 돛대봉, 여름엔 울창한 수림을 뚫고 나온 용의 뿔처럼 보여 용각봉, 가을은 말의 귀를 닮아 마이산, 겨울에는 눈이 쌓이지 않아 먹물을 찍은 붓끝 같아 문필봉이라고 부른다.

금강산이나 설악산이 그러하듯 계절마다 별칭을 갖는 산은 사람들로부터 극진한 예우를 받고 있음이라 하겠다. 오늘은 역사와 전설을 지닌 봄철의 명산, 돛대봉을 오르게 된다.

곱고도 고운 봄빛깔일세
내내 오므렸다 기지개 켜듯하니
살맛나는 시절일세
비에 젖고 햇살에 마르다
바람에 찢기었어도
산중 비탈진 언덕에서
피어나는 바이올렛이라
짙고도 아련한
향기 풍기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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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영의 부크크 커뮤니티

장순영은 이러한 책들을 집필, 발행하였습니다. <장편 소설> 흔적을 찾아서(도서출판 야베스,2004년) 대통령의 여자 1, 2권(중명출판사, 2007년) 아수라의 칼 1, 2, 3권(도서출판 발칙한 상상,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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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미산성 들머리에 파릇하게 돋는 새순은 마치 겨울이 진작 자취를 감추어 제 세상을 만난 양 만면에 웃음 띤 모습이다. 진달래도 활짝 피어 한 해 만에 만나는 객들을 반긴다. 500m가량 올라와서 납작한 돌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 성벽을 보게 되는데 이곳이 함미산성 터이다.

성터를 지나 잠시 마른땅을 걷다가 암석 구간의 전망 바위에서 숨을 돌린다. 오밀조밀 모여 촌락을 형성한 마령면 평지리 마을 주변의 전답이 깔끔하게 개간된 걸 내려 보다가 다시 경사 급한 암반 지대의 철제 난간을 붙들고 광대봉(해발 609m)에 오른다.
마이귀운馬耳歸雲이란 마이산을 둘러싼 구름이 서서히 걷히는 모습을 일컫는 말인데 진안의 빼어난 절경을 일컫는 월랑 8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친다. 안개구름을 뚫고 볼록 솟은 두 개의 마이봉과 비룡대를 마주 대하면서 마이귀운의 참모습을 직접 눈에 담게 된다.

광대봉에서 마이귀운의 실상을 바라본다



발아래 펼쳐진 너울진 바위 봉우리들을 넋 놓고 보노라면 신세계에 들어선 기분이다. 야트막한 산 숲 사이 보흥사 주변에 활짝 핀 벚꽃까지 눈에 들어오면서 바야흐로 봄은 마이산을 위해 존재하는 계절처럼 착각에 빠지고 만다.
더 심하게 기운 경사 구간을 내려가 보흥사 갈림길에서 고금당 방향으로 나아간다. 광대봉을 돌아보고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닿은 안부에서 침목 계단을 올라 오른쪽 소로로 진행하자 금색 지붕이 보인다. 고금당이다.
바위 경사면에 절묘하게 세운 고금당은 고려 말의 고승이며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선사가 세운 암자로 지금은 목탑 형식의 독특한 건물에 황금색을 입혀 눈길을 잡아끈다. 금당사와 탑영 저수지 위로 보이는 마이산은 광대봉에서 볼 때와 달리 크게 방향이 틀어져 있는데 그 풍치 또한 가히 절경이다. 좀처럼 눈을 떼지 못하고 발길도 굳어진다.
바로 아래 나옹선사가 수도했다는 자연 석굴, 나옹 굴도 황금색을 입혔다. 동학 농민항쟁을 주도했던 녹두장군 전봉준의 딸이 10년 동안이나 숨어 지냈다고도 하며, 1905년 일본이 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한 을사늑약(제2차 한일협약)이 체결되자 1906년 항일 의병 결사 창의 동맹이 시작되었던 애국의 성지이기도 하다.
고려 말 이성계가 이 산에 왔을 때 신으로부터 금척金尺을 받았던 꿈에서의 모습과 흡사하여 조선 개국의 성지로 삼았다는 일화가 전해지기도 하는데 산의 형상이 그 금척을 묶어놓은 모습이라 당시 용출산으로 불리던 것을 속금산束金山으로 명명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성계는 이렇게 시로 묘사했다.


동으로 달리던 천마 이미 지쳤는가,
몸통만 가져가고 두 귀는 남겼는가,

두 개의 봉우리 하늘로 솟아있네.

 

 



태종 이방원은 아버지의 이 시를 음미하고 그때부터 다시 마이산으로 고쳐 불렀다. 고금당 뒤편 산행로를 따라 걷다가 비룡대 방향으로 진행한다. 내려다보이는 남부 주차장엔 관광버스가 가득하고 만발한 벚꽃이 주변 산자락을 연분홍으로 물들이는 중이다.
여기서 다시 가파른 철 계단을 올라 나봉암(해발 527m)이라고도 부르는 비룡대 전망대에 오른다. 용이 날아든다는 비룡대는 마이산 높은 지대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바꿔 말하면 비룡대에 올라서면 마이산 대부분이 관측 가능하다는 것이다. 비룡대에서 보는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은 이제까지 보이던 아기자기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형상을 하고 있다. 우람한 숫마이봉이 암마이봉의 어깨를 딛고 고개를 내밀어 그 앞으로 늘어선 바위 봉우리들을 눈여겨보는 분위기이다. 마치 카멜레온처럼 변신을 거듭한다.

 

비룡대에서 바라본 숫마이봉과 암마이봉은 또 다른 형상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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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100대 명산 탐방기와 산행안내가 글, 사진, 동영상과 함께 상세히 수록된 채널입니다.



다시 암마이봉 입구로 향한다. 바위 봉우리처럼 보였던 암마이봉은 이제 거대한 산으로 바뀌었다. 마이산은 암벽들이 곳곳 움푹하게 파여 있는데 타포니taffoni라고 하는 풍화열 현상에 의해 거대한 역암 덩어리로 변모되었다고 한다. 자갈이 진흙이나 모래에 섞여 단단히 굳은 퇴적암을 역암이라 하는데 이 일대가 호수였던 약 1억 년 전 상류에서 흘러내린 자갈이 모래 등과 섞여 퇴적되었다가 수천 년에 걸친 지층의 융기, 단층 현상 등으로 솟아올랐다는 것이다.
그런 암마이봉 담벼락을 끼고 돌뿐 그 품으로 들어서진 못한다. 길을 막아 놓았다. 암마이봉과 숫마이봉 중턱에 갈라진 틈의 화암굴에서 샘물이 솟는다고 한다. 확인하고 싶었는데 암마이봉 정상(해발 685m)까지 450m라고 표시된 표지판 앞에서 아쉬움만 남기고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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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장수였던 이성계가 왕조의 꿈을 꾸며 기도를 드렸다는 은수사를 들러본다. 숫마이봉의 시선을 따라 배꽃이 활짝 핀 청실배나무(천연기념물 제386호)에 눈길을 멈춘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기도의 증표로 씨앗을 뿌려 자란 나무라고 한다.
18m 키의 이 청실배나무 아래에 물을 담아두면 고드름이 거꾸로 솟는다는 말을 믿어야 할지 한참을 고심하다가 300m를 더 내려가 관광객들이 붐비는 탑사로 들어선다.
초입에 용궁이라는 샘이 있는데 100여 년 전 이갑룡 처사가 식수로 사용하던 우물로 이곳에서 나는 샘물이 섬진강의 발원지라고 한다. 이 용궁에 뿌리를 박은 줄사철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80호로 이갑룡 처사가 1910년 탑을 쌓을 때 식수한 것이란다.
탑사라는 사찰 명답게 수많은 돌탑이 쌓여있는데 대웅전 뒤로 높고 뾰족한 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월광탑, 일광탑, 천지탑이라고 명명된 탑들이다. 바로 가까운 거리에 효령대군의 16대손인 이갑룡 처사의 석좌상도 보게 된다. 효령대군은 조선 3대 왕 태종 이방원의 둘째 아들로 책 읽기를 즐기고 활쏘기에 능해 태종을 따라 항상 사냥터에 다녔으며 효성이 지극했다. 형인 양녕대군이 세자에서 폐위되자 자신이 세자로 책봉될 것으로 생각했으나 동생 충녕(조선 4대 세종대왕)이 세자로 책봉되자 불교에 심취하게 된다.
1860년 전주 이 씨 가문에서 태어나 1957년 98세에 세상을 떠난 이갑룡 처사는 탑을 쌓기 위해 30여 년간 인근 30리 안팎에서 돌을 날라 기단 부분을 쌓았고 상단 부분에 쓰인 돌은 각처의 명산에서 축지법을 사용하여 날라 왔다고 전해진다. 천지 일월과 음양오행의 이치, 제갈공명의 팔진 도법에 따라 이곳에 석탑들을 쌓으며 탑사를 준공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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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의 산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 도봉산역이나 수락산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럼 많은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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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세에 마이산에 입산한 이 처사는 당시 임오군란이 일어나고 전봉준이 처형되는 등 암울한 세상을 한탄하며 백성을 구하겠다는 구국일념으로 돌탑을 쌓기 시작한다. 마이산에 탑을 쌓은 후 독립운동 비용으로 황소를 전달했다고 전해진다.
돌탑은 두 가지 유형으로 쌓았는데 하나는 같은 크기의 돌들을 첩첩이 수십 개 쌓아 올린 외줄 형의 탑이고 다른 하나는 크고 작은 돌들로 3~4미터 높이의 기단부를 만들고 그 위에 외줄 탑을 세워 놓은 피라미드형 돌탑임을 알 수 있다.
시멘트나 접착제를 바르지 않고 순수하게 손으로 쌓은 돌탑이 거센 비바람 몰아쳐도 쓰러지지 않아 불가사의하게 여겨지는데 이 돌탑들은 1976년 마이산 탑이라는 명칭으로 전라북도 지방기념물 제35호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볼수록 하나씩 탑을 쌓으며 돌을 든 손이 떨리지 않도록 숨을 고르고 차곡차곡 쌓아 올렸을 이갑룡 처사의 간절함이 느껴진다.
마이산 탑사는 CNN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로 선정한 바 있다. 지금도 이갑룡 처사의 3대손 혜명 스님과 4대손 진성 스님이 이곳 탑사를 지키는 중이라고 한다.

또 탑사에는 이갑룡 처사가 신의 계시를 받아 기록했다는 30여 권의 신서神書가 있으며 모든 재난과 재앙을 막아준다는 부적도 전해지고 있다. 사적비에 적힌 기록에 의하면 언젠가 신서를 해독하는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언을 하고 있다. 아직은 때에 이르지 않았나 보다.
대웅전을 돌아 나오다 한차례 더 놀라게 되는데 암마이봉을 타고 기어오르는 능소화를 보면서이다. 줄기를 암마이봉 암벽에 밀착시켜 가지와 가지를 위로 뻗어 올리고 있는 모습이 마치 영원한 생명력을 지켜보는 느낌이 들게 한다.

탑사에서 나와 탑영 저수지 수변을 걸으며 벚꽃의 화려함을 만끽하면서도 마이산의 기이한 현상들이 아른거린다.


때 / 봄
곳 / 함미산성 입구 - 함미산성 - 광대봉 - 고금당 - 비룡대 – 암마이봉 입구 - 은수사 - 탑사 – 탑영 저수지 - 탐방안내소 – 남부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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