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설악 최고의 절경, 오색에서 주전골 거쳐 만경대까지의 단풍 탐방
천연기념물로써의 브랜드 가치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설악산의 남쪽 관문 오색약수터
남설악 주전골 입구 오색천 아래 너럭바위의 암반 세 군데 구멍에서 철분 함량이 많은 알칼리성 약수가 솟는데 거기 옹기종기 모여선 관광객들이 찔끔찔끔 고이는 물을 뜨는 게 보였다. 여기가 오색약수터이며, 이 지역이 양양군 오색리이다.
강원도 양양군 서면에 있는 지질 지형인 오색약수는 2011년 1월 13일, 대한민국의 천연기념물 제529호로 지정되었다. 토양에 흡수된 물이 나트륨과 철분을 용해한 후 기반암 절리를 통해 솟아나며, 보통 약수가 암설층에서 솟는데 반해 오색의 약수는 특이하게도 기반암에서 솟아난다.
나트륨 함량이 높아 특별하게 강한 맛을 내며 약수의 빛깔도 특이하다. 수소이온 농도가 무척 센 6.6pH의 알칼리성이며 칼슘, 마그네슘, 철, 나트륨이 골고루 포함되어 위장병이나 신경쇠약, 피부병, 신경통 등에 효험이 있다고 전해진다. 약수에 가재나 지렁이를 넣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죽는다고 하니 이 약수는 어쩌면 보약과 사약의 성분을 같이 지닌 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된다.
원래 두 군데의 약수터가 있었는데 제1약수터는 약수교 인근에 있고, 제2약수터는 거기서 주전골 방향으로 약 1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2013년 수해 때 제2약수터는 토사에 묻혀버리는 바람에 지금은 제1약수터만 남아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들어 제1약수터도 분출량이 급격하게 줄어들더니 끝내 말라버리고 말았다. 이런 상황이 되자 양양군 측과 지역주민들이 제2약수터의 분출지점을 다시 발굴해 복원시키려 애쓴다는데 오색약수터의 옛 영화를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곳 오색에서 설악산 최고봉인 대청봉을 가장 가까운 거리(5km)로 오를 수 있다. 그만큼 무자비(?)한 가파름이다. 또 주전골에서 만경대에 이르는 남설악 유람을 시작할 수 있으며, 등선대를 거쳐 흘림골로 빠져 나갈 수 있다. 오색에서 주전골을 통해 만경대 전망대를 탐방하고 돌아내려 오는 왕복 거리는 약 6.3km로 4시간 내외의 소요시간을 감안하면 무난하다.
수많은 불상이 도열한 듯 다채로운 기암묘봉마다 붉고 노란 단풍으로 치장한 주전골
오색약수터에서 용소폭포까지를 주전골이라 부른다. 주전골은 계곡에 들어서면 불상 1만 개가 늘어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여 만불동 계곡이라고도 칭해왔다.
예로부터 불교에서는 잡귀가 미치지 못하는 강한 것을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여겼다. 십이폭포, 용소폭포 등 주전골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하여 금강문이라 부르는데, 아마도 여기부터 잡귀의 출몰이 없다고 여겼었나 보다.
용소폭포 입구의 시루떡 바위가 마치 엽전을 쌓아 놓은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주전골이다. 또 다른 설화는 옛날 이 계곡에서 도둑들이 승려로 가장해 위조 엽전을 만들었다는 게 그 유래라고도 전해진다.
주전골은 지금 그 유래와 관계없이 일단 들어서면 시야에 잡히는 것마다 눈에 담거나 카메라에 담기 바빠 걸음이 더뎌지는 곳이다. 그만큼 설악산에서도 손꼽는 단풍명소이다.
조각하고 다듬어 빚은 듯한 바위들, 여름엔 너무나 투명하여 햇빛조차 꺾어버리는 계곡 물흐름, 가을이면 오밀조밀 현란하여 가늘게 눈을 좁혀야 할 단풍들. 이런 곳이 주전골인데 돈, 도둑, 위조 등의 허접스러운 용어들로 유래를 꾸민다고 해서 주전골의 품위가 격하될리 없다.
새로 개방한 남설악 만경대에서 만 가지 경관을 눈에 담다
남설악 만경대萬景臺는 양양군 서면 오색리 남설악 해발 560m에 위치한 자연 전망대로 만 가지의 다양한 경관을 볼 수 있다고 하여 그렇게 이름이 붙었다.
1970년부터 원시림 보존을 위해 탐방객 출입을 제한하다가 46년 만인 2016년 10월부터 재개방되어 일반인 탐방객의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만경대라는 명칭은 국내 명산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편이다. 설악산만 해도 남설악 만경대 외에 외설악 화채능선 만경대, 내설악 오세암 만경대 등 세 개의 만경대가 있고, 서울 북한산, 포천 운악산, 전주 남고산성 등에도 만경대가 있다.
남설악 만경대는 본래 망경대라는 명칭과 혼용되어 사용되었었다. 2016년 양양문화원이 만경대라고 표기되어 있는 향토지, 양주지 등을 근거로 이의를 제기하자 설악산 국립공원 측에서 이를 받아들여 만경대를 공식 명칭으로 채택했다.
남설악 가을 만경대에서 눈길을 거두고 등을 돌리는 것은 커다란 슬픔이다. 마치 가을을 아주 보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만큼 설악산은 감성을 산처럼 키워놓고, 남설악 단풍 길은 속 깊이 애잔함을 고이게 한다.
때 / 가을
곳 / 오색약수 주차장 – 오색약수터 – 주전골 입구 - 금강문 – 용소폭포 – 용소탐방안내센터 – 만경대 – 원점회귀
https://www.youtube.com/watch?v=Enhgj0ek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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