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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헐거워 상고대조차 피지 않는 홀몸 아니었던가.
그런 육신 자체만으로도 고독에 사무칠 터인데
붉다 검어지는 해넘이자국은 몸서리 칠정도로
버겁지 아니한가.
시려 얼까보아 얼른 사그라지는 달그림자에
퀭하게 마른 팔뚝만 늘어뜨리다 눈의 무게조차 견디지 못해
차라리 고행이 거듭되는 여명이 서러워
핏기 더욱 잃지 않았던가.
얼마나 거친 묏바람이었기에 몸뚱이마자 부스럼투성인가.
기운 네 옆으로 비껴가며 거듭 곁눈질해 훔쳐보다가
나, 아예 널 보지 않은 걸로……
그냥 눈감고 지나치리.
핏기 없이 메마른 네 가지에 싹눈 터지거들랑
그때 다시 한 번 더 오마.
죽다 살아 몸 부풀리고 물까지 오르거들랑
나, 너 찾아와 손바닥 아프도록 박수 칠 것인즉
그쯤이면 너도 나도 의연하게 재도약 할 것이니
스스로 자아도취 한들 누가 오만하다 흉잡겠는가.
얼어붙었다 따뜻하게 온기 지닌다는 건
극한세파를 이겨냈음의 다름 아닐 것인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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