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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8경의 한 곳이며 속리산국립공원에 속하는 군자산과 남군자산
푸른 소나무들이 도열한 가로 단애가
마치 커다란 동양화의 액자를 걸어놓은 듯하다.
급한 내리막을 조심스레 내디디면서도
자꾸 눈이 간다.
충북 괴산군 칠성면 쌍곡리에 소재하여 칠성 평야 남쪽으로 펼쳐진 군자산君子山은 예로부터 충북의 소금강이라 불려 왔을 정도로 산세가 빼어났다.
산을 끼고 흐르는 쌍곡계곡은 퇴계 이황과 송강 정철로부터 사랑받았던 괴산 8경의 한 곳이며 남군자산과 함께 속리산국립공원에 속한다. 서쪽으로 달천이 산자락을 에워싸고 흐르며 북으로는 칠성 평야가 군자산을 받쳐주고 있다.
삼국시대에는 이곳에서 많은 전투가 벌어졌다. 칠성 평야에서 신라와 백제군의 패권 다툼이 있었을 때는 전투에 진 장수가 느티나무에 머리를 박고 자결하였다고도 한다.
쌍곡계곡의 2곡이라 부르는 소금강은 기암절벽 지대로 그중에서도 하늘 벽은 금강이라는 이름을 무색하지 않게 한다. 소금강 주차장에 내려 하늘벽을 올려다보고 산행을 시작한다.
모자란 아침잠을 산악회 버스 안에서 보충했는데 도착하여 눈을 뜨니 머리도 개운하고 몸도 가벼운 느낌이다.
군자의 위용을 넉넉하게 갖춘 산이다
들머리로 진입하자마자 가차 없는 오르막이다. 노송이 즐비하다던 산악 대장의 안내 멘트 그대로 멋진 소나무들이 반겨준다. 어느 산이든 소나무는 절벽에서 그 풍모를 빛낸다. 이 산의 깎아지른 절벽도 소나무와의 어울림으로 더욱 도드라진 질감을 보여준다.
첫 조망터에서 보배산을 오르는 들머리인 서당골이 눈에 들어오고 막 제철을 벗어나 한가로워진 쌍곡계곡이 내려다보인다. 10km의 계곡 곳곳에 풍부한 수량의 맑은 계류와 기암, 그리고 소나무가 선경을 이루어 여름철에는 많은 피서객이 찾는 곳이다. 1996년에 충북의 유명한 계곡을 대상으로 수질검사를 실시했는데 쌍곡계곡의 물이 최고의 수질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오른쪽으로 소금강 절벽을 끼고 오르자니 많은 이들이 이 산의 산세에서 덕을 쌓은 군자의 모습을 느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암릉과 소나무가 정겹게 조화를 이루어 후한 덕을 풍기는 산인지라 더 그렇고 그런 걸 제대로 읽어내는 사람들이 바로 산을 좋아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산악인은 대자연에 동화되어야 한다는 노산 이은상 선생의 글귀가 떠오른다. 노산은 1967년 한국산악회 제4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돌아가시던 해인 1982년까지 여섯 대에 걸쳐 회장직을 맡았다.
시인이자 산악인인 노산은 취임에 맞춰 우리나라 산악인들의 인구에 회자되고 산행 지침이 되는 산악인의 선서를 썼다. 이 100자 선서문은 많은 산에 석비로 세워져 산객들의 걸음을 붙들어 세우고 있다.
산악인의 선서
산악인은 무궁한 세계를 탐색한다.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정열과 협동으로
온갖 고난을 극복할 뿐,
언제나 절망도 포기도 없다.
산악인은 대자연에 동화되어야 한다.
아무런 속임도 꾸밈도 없이
다만 자유, 평화, 사랑의 참 세계를 향한
행진이 있을 따름이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선서문을 되뇌며 오르는데 느닷없이 가고파의 첫 구절을 읊조리게 된다. 이은상 선생이 뇌리에서 사라질 즈음 제법 거칠고 심한 경사가 이어지더니 여기저기 산양의 배설물이 눈에 띈다. 절벽을 좋아하는 산양의 기질을 배설물을 통해 되뇌게 된다.
쉼터를 지나 계단을 통해 암벽을 우회하여 오르자 역동적인 산세의 보배산과 칠보산 능선이 뚜렷하다. 첩첩산중에 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지는 마루금이 장관이다.
이 산에서 기도하면 옥동자를 얻는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돌을 던져 바위를 맞추면 아들을 낳는다는 아들바위가 있으며 음기가 세어 자식을 잘 낳는다는 전설이 전하는 기도 터에는 무속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760m 고지에 이르면서 엷은 안개마저 걷히자 월악산 영봉과 신선봉, 조령산 등 중부내륙의 명산들이 철철 흐르고 군자산 정상 일대가 시야에 잡힌다. 정상 바로 못미처 날카롭게 바위가 서 있고 그 옆으로도 시원스레 시야가 트였다. 아래로 마을만 보이지 않는다면 첩첩산중 오지이다.
도마재를 지나 남군자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그 너머 조항산, 백악산과 속리산 주 능선까지 넘볼 수 있다. 아래로 쌍곡계곡이 실타래처럼 늘어졌고 가까이 보개산, 칠보산으로부터 희양산, 백호산, 악휘봉 등 준령들의 흐름이 넉넉하게 이어진다. 남쪽 작은 군자산 너머로 대야산이 자리 잡았고 그 너머로 속리산 연봉들이 선을 긋는다. 다들 안면이 있어 친근감이 드는 산들이다.
군자산 정상(해발 948m)은 우거진 잡목으로 시계가 가려져 있다. 군자산을 큰 군자산이라 부르고 남군자산을 작은 군자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형님! 바로 떠납니다.”
“차라도 한잔 대접해야 하는데 미안하구먼. 길이 험하니까 조심하게.”
우거진 초록 숲이 점차 갈색으로 변하는 중이다. 군자산에서 지체하지 않고 조금 내려서자 암릉 위로 거칠 것 없이 트인 조망 장소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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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바라보는 일대의 산들의 산그리메가 일품인 장소로 흔히 괴산의 35 명산이라 일컫는 산들을 가늠해볼 만한 곳이다. 땀깨나 흘리며 산행했던 왼쪽 덕가산에서 백두대간 장성봉으로 이어지는 산그리메에 시선을 담갔다가 길을 이어간다.
삼거리봉(해발 876m)에서 돌아본 군자산은 다시 보아도 군자의 위용을 갖춘 모습이다. 최고봉으로서의 자태가 어느 고봉에 모자람이 없다. 여기서도 쾌적한 시야를 유지하며 도마재에 이르렀다. 군자산만을 산행할 때는 이곳 도마재에서 도마골로 하산하게 된다.
남군자산으로 잇는 길은 더욱 좁고 거칠다.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 때라 고온다습하여 땀까지 흐른다. 바위를 넘고 우회하며 남군자산(해발 872m)에 도착했을 때는 몸이 축 처지는 느낌이다. 작은 바위들로 형성된 암봉으로 사방 전망의 막힘이 없는 정상 지대이다. 닿자마자 대야산과 중대봉이 확연하게 시야에 잡힌다.
군자산보다 덩치가 작아 군자산 남봉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육산의 부드러운 산세와 적당한 골격의 암릉과 기묘한 바위들이 조화를 이루고 빼어난 조망을 지녀 등산객이 많이 찾는다. 북으로 군자산의 산세가 늠름해 보이고 동쪽으로 살짝 방향을 틀면 보배산, 칠보산, 악휘봉으로 연결되는 백두대간이 빼곡하게 줄을 이었다. 또 대야산과 그 너머로 속리산 문장대로 길게 능선이 이어진다.
한동안 휴식을 취하고 정상 바로 아래의 삼거리에서 내려서자 평평한 710m 고지에는 칠일봉이라고 적힌 자연석을 나무에 기대 세워놓았다.
다시 세 개의 바위가 놓인 삼형제 바위에 이르렀다. 마치 다른 곳에서 옮겨놓은 것처럼 기이한 바위들이 몰려있다. 상어 바위를 지나 코를 바위 아래로 늘어뜨린 코끼리바위의 코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데 여기서도 두루 시야가 트였다.
다시 칠일봉으로 올라 제수리재로 방향을 잡는다. 편안하게 내려서다가 다시 오르막이 이어지는 695m 봉에서 능선을 따라 트인 공간을 걷는다.
푸른 소나무들이 도열한 가로 단애가 마치 커다란 동양화의 액자를 걸어놓은 듯하다. 급한 내리막을 조심스레 내디디면서도 자꾸 눈이 간다. 여기서 내려서니 막장봉 들머리이기도 한 제수리재이다.
자동차 도로인 보람원 입구에서 조금 더 걸으면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의 경계 지역인 하관평 마을이다. 마을까지 내려와 흙길을 걷는데도 바윗길을 내딛는 것 같다. 온통 암벽으로 이루어진 산을 산행하고 내려왔을 때의 느낌과 더불어 군자의 신분으로 길게 대로를 걸어온 기분에 사로잡힌다.
하관평 마을에 대기 중인 산악회 버스에 오를 때도 군자의 풍모를 잃지 않으려 어깨를 쭉 펴고 당당한 모습을 갖추게 된다.
때 / 늦여름
곳/ 군자산 등산로 입구 - 전망대 - 군자산 - 도마재 - 846m 봉 - 남군자산 - 칠일봉 - 삼형제 바위 - 제수리재 - 하관평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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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MxqdIiCdYI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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