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어머니의 품이다

등산과 여행은 과거와 미래에서 지금으로 복귀하는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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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국립공원 100경

국립공원 100경 중 제2경_ 덕유산 국립공원 향적봉 상고대(2-1)

장한림 2022. 4. 28.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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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영각사에서 구천동으로_ 혹한의 동상 산행(2-1)

 

덕유산, 북쪽부터 백두대간이 속리산을 지나 추풍령을 거쳐 여러 고산을 빚어놓고 지리산에 바통을 건네는 곳.

 

예약한 택시를 타고 내린 남덕유산 들머리, 영각사 진입로- 이때가 정확히 새벽 5시 50분.

 

어젯밤

들어본 적도, 와본 적은 더더욱 없는 한적한 시골

바쁘게 지나간 한 주 잠시 돌아볼 겨를 없이 곧바로

고속버스에 몸 실어

세 시간여 밤길 달려 내린 서상이라는 마을

풍경조차 가늠할 수 없는 자정 무렵

선유장, 이름보다 훨씬 빈약한 여관에서

한림 청풍 처음처럼 반 병씩에 객잠 청한다.

언제 잠들었나 싶게 알람 울리고

출정하는 군인처럼 등산화 조여 맨다.

깜깜한 어둠, 세찬 새벽바람, 흩날리는 눈발,

눈 쌓이고 얼어붙어 더욱 길고 더욱 험할 이 산,

우린 왜 빨려가듯 이 산으로 들어가는 것일까.

두 번, 산에 갈 때 두 번 기도하라고 했던가.

하나님! 우리가 원해 온 곳입니다.

우리가 원한 그대로 이 산에 녹여질 수 있게 하소서.

하나님! 저와 제 아우 청풍이 평생 이 산을 그리워할 수 있도록

이 산이 우릴 사랑하게 하소서.

 

이제부터 고행일 수 있는 이 산, 아직 어둠에 덮인 이른 새벽, 대략 27km의 눈길,

이 산 들머리, 영각통제소에 들어서며 코끝 찡하고 가슴 저려오는 건 왜일까.

 

첫 계단을 오를 무렵 동이 트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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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철계단, 우리 발자국은 곧 지워지겠지만 눈꽃을 가르고 쭈욱 솟은 이 철계단은 우리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으리.

 

2.6km 거리에 1,440m 고지... 얼어붙을 듯 추워서였을까. 얼마나 가파른 곳이었는지는 올라와서 팻말을 보고야 안다.

마치 목화밭 같은 설경... 저  철계단을 오르면 남덕유산 정상이 좀 가까워지려나.

 

너무 추워서일까. 해도 더디게 올라오는 것 같다.

 

반딧불이로 유명한 덕유산답게 역시 한겨울에도 반딧불이가 자생하고 서식하는 양

 

http://pf.kakao.com/_xahxdG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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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붙은 듯한 봉우리로 가파르게 설치된 계단이 공포심을 느끼게 한다.

눈보라 동반한 강풍이 아무리 마파람 쳐서 훼방 놓더라도 어찌 오르지 않을 쏜 가.

 

산정 높이 올라 보게 된 일출...

아침나절, 날이 흐리고 눈발이 날려 산보다 더 높은 구름 위로 태양이 솟기 시작한다.

 

넘덕유산 정상까지 약 1시간 소요되었다.

냉기冷氣 지독하나 상 찡그리지 말게나. 휘 돌아보면 보이는 모든 게 순백純白 아니던가.

 

이제부턴 능선길, 덕유산 16km 주능선엔 1,000미터 이하로 낮아지는 구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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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굽이굽이 얼마나 많은 고개를 넘어야 하나.

눈안개가 뿌연 능선길-산에선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가끔은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덕유산 능선은 노고단에서 뻗은 지리산 주능선, 설악산 서북릉, 소백산 주능선과 함께 남한 땅을 대표하는 장쾌한 능선으로 꼽힌다.

동으로 산줄기들이 중첩되면서 자아내는 아름다움과 남으로 가로로 뻗은 지리산 능선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산행 내내 계속되는데 완전히 개이지 않은 기상과 혹한 때문에 그 즐거움은 조금 감소될 듯.

 

덕유산 능선길에 자주 나타나는 눈꽃 터널 또한 지친 몸에 에너지를 부어주는 볼거리라 할 수 있다.

 

삿갓골재 대피소에 도착했다. 덕유산 1박 2일 종주코스 중 절반 거리쯤 된다는 여기서 1박을 하는 게 보통이다. 

덕유산은 사방이 뚜렷하게 다른 조망을 보인다. 지나온 길 남덕유는 굵고 힘찬 산줄기들로, 북쪽 적상산 쪽을 바라보면

마치  맹수의 몸짓을 연상시키는 우람한 산봉들로, 서쪽은 광대하고도 아늑한 벌판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런 변화무쌍한 조망 때문일까. 얼굴에 동상이 걸릴 만큼 춥지만 종주산행이 그다지 힘들거나 지루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오전 11:50분경 햇반과 돼지고기 제육으로 식사를 마치고 다시 출발한다.

지금까지 왔던 길보단 훨씬 낫군. 날씨도 좀 풀린 듯하고...

 

‘산그리메’라고 하지. 산봉우리들의 중첩된 능선의 아름다움을 어느 시인은 그렇게 표현했단다.

덕유산에 오르면 이 산그리메가 유별나게 아름다운 것 같다. 앞산 그림자는 어둠처럼 짙고, 그 뒤 감청색에서 남색으로 차차 엷어지다가 종내는 하늘과 합해지고 마는.

겹겹 산릉들은 마치 안젤리나 졸리처럼 풍만한 미인의 교태를 떠오르게 한다. 그렇게 파도처럼 펼쳐지던 능선의 어느 지점에서인가 삼각파三角波처럼 격하게 치솟는 봉우리를 보면, 그 섹시한 아름다움은 극에 달한다.

 

목화 터널길 앞에서 잠시 멈춰 선다.

 

덕유산 능선을 하염없이 걷다 보니 그간 사랑했던 이들이 하나 둘 떠오르더라.

십 수년, 단 한 번도 생각나지 않던 이들까지 주마등처럼 펼쳐지곤 한다. 그다지 많지 않았던  시간들, 참으로 편하게 웃을 수 있었던 순간들이 USB에서 꺼낸 파일처럼 열리더니 그 웃음소리가 환청처럼 귓전을 울리곤 하는 것이다.

 

그나마 칼바람이 수그러진 듯하다.

오늘의 해는 오로지 추위를 가려주는 역할이 다인 듯싶다.

 

1시 방향에 창창하게 햇빛이 비추고, 11시 방향에선 상현달이 허옇게 드드라지고...

지척에 위치한 해와 달을 보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닌데... 덕유산은 많은 걸 보여주고 많은 걸 생각나게 한다.

 

등산로 야트막하게 뻗은 나뭇가지에 대략 10번은 걸린 듯...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여 걷는 일이 많은 것도 행보에 큰 부담을 준다.

 

 

https://www.bookk.co.kr/aaaing89

 

장순영의 부크크 커뮤니티

장순영은 이러한 책들을 집필, 발행하였습니다. <장편 소설> 흔적을 찾아서(도서출판 야베스,2004년) 대통령의 여자 1, 2권(중명출판사, 2007년) 아수라의 칼 1, 2, 3권(도서출판 발칙한 상상, 2008년)

www.bookk.co.kr

 

 

힘은 들어도 경관을 이루는 설목들이 피로를 덜어준다.

 

목화밭에 앉은 김에 푹 쉬었다가 가세.

 

 

<덕유산 영각사에서 구천동으로_ 혹한의 동상 산행(2-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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