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어머니의 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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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국립공원 100경

국립공원 100경 중 제1경_ 설악산 국립공원 공룡능선

장한림 2022. 4. 28.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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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서북능선을 길게 통과해 공룡의 등에 올라타다

 

https://www.youtube.com/watch?v=9e5lcOREVis 

 

인제군은 강원도 중동부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영서 북부지역으로 우리나라의 중앙부에 자리하고 있다. 동쪽으로 기린면이 양양군과 접하고, 서쪽 끝으로 남면 수산리가 춘천시와 접해 있다. 또 남쪽으로 상남면이 홍천군과 접하고, 북쪽으로 서화면이 이북의 금강군과 인접해 있다. 인구는 3만 3천여 명으로 면적에 비해 인구밀도가 낮으나 귀농 및 귀촌을 위한 도시 사람들이 전입하며 증가 추세에 있다. 인제군의 5대 특산물로 황태, 풋고추, 오미자, 곰취를 꼽는다.

말할 것도 없이 인제는 자연 친화적 지역으로 봄엔 꽃과 야생화가 만발하고, 여름엔 시원한 피서지로 적격이며 가을이면 만산홍엽의 가을과 멋진 설경의 겨울이 사계절 최고의 자연미를 안겨주는, 그야말로 코로나 시대에 딱 부합하는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설악산 대청봉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청정계곡과 수려한 기암 묘봉으로 국내에서 손꼽는 관광지이다.

 

 

천상의 선녀들이 머문 인제 8경 중 제4경

 

내설악 쪽에서 설악산 자락을 오르면 폭포와 맑은 담, 푸른 소가 줄줄이 늘어선 십이선녀탕이 나타난다. 밤이면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고 올라가 선녀탕이라고 이름 지었는데 열두 개의 탕과 열두 폭포가 있어 십이선녀탕이라고 불러왔다. 그런데 실제로는 여덟 개만 눈에 띈다.

유구한 세월이 흐르며 거친 하상 작용으로 오목하게 파여 깊은 홀을 이루거나 너른 반석이 생겨 오르내리는 탐방객들의 걸음을 멈춰 서게 만든다. 탕수동계곡이라고도 하는 십이선녀탕과 그 일대가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98호이다.

인제·원통을 지나 한계리 민예 관광단지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46번 국도 타고 인제·원통을 지나 다시 백담사 방면 44번 국도로 가다가 남교리에서 멈춘다.

남교리 북천을 건너 설악산 서북능선을 향해 오르며 등반이 시작된다. 들머리에 들어서면서 크고 둥근 해가 떠오르며 세상을 밝혀준다.

 

 

설악산에서의 일출은 그 광경을 보는 곳이 어디든 장엄하다

 

 

설악산 서북능선은 지금 들머리로 잡은 남교리에서 대승령, 한계령을 지나 설악산 주봉인 대청봉에서 양양의 오색으로 내려서는 길을 말하는데 오늘은 오색으로 내려가지 않고 소청을 지나 공룡능선을 건너 설악동 소공원으로 내려서는 긴 행로를 코스로 잡았다. 출발 전에 소청 대피소를 예약해 놓았다.

 

폭포수가 힘차게 낙하한다

 

 

십이선녀탕으로 오르는 길은 점점 거칠고 경사가 심해진다. 그러면서도 수려하고 섬세한 내설악의 참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오색단풍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중추의 십이선녀탕도 그 아름다움에 탄성을 자아내지만, 지금처럼 녹음 짙푸르게 우거진 여름철에도 맑은 계류와 우렁찬 폭포수의 울림이 대자연의 신비로움을 그대로 표출해낸다. 동양에서도 손에 꼽는 청정계곡이다. 대승령과 안산에서 발원한 계류는 북서쪽으로 약 8㎞를 흘러 남교리까지 이어진다.

계곡 곳곳에 단풍나무, 전나무, 박달나무와 소나무 등이 고루 우거져 있다. 물을 건너는 곳마다 철교가 놓여 있는데 폭우가 쏟아지는 때에는 굉장히 위험스러워 보인다. 폭우로 물이 불어나는 바람에 이곳에서 가톨릭의대 산악부원 여덟 명이 사망한 적이 있었다.

첫 번째 독탕을 지나고 북탕과 무지개탕을 연이어 지난다. 올라갈수록 골이 깊어지면서 물소리도 더욱 우렁차게 들린다. 오른쪽으로 안산이 펼쳐져 계곡을 감싸면서 아늑한 느낌을 준다.

일곱 번째로 모습을 드러낸 복숭아탕 앞에는 많은 등산객이 삼삼오오 모여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다. 폭포수에 암벽이 파여 복숭아 혹은 하트 모양을 형성하고 있는데 알려진 그대로 십이선녀탕의 백미다.

 

십이선녀탕의 하이라이트인 복숭아탕은 역시 명불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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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선녀탕을 한껏 음미하고 대승령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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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사이로 곱게 물든 단풍과 암벽이 옥빛 계류와 조화를 이뤄 장관을 연출했던 수년 전 가을의 추억을 더듬게 한다. 조선 22대 왕 정조 때의 실학자이자 문신, 성해응은 ‘동국명산기’에서 설악산의 여러 명소 중 십이선녀탕을 첫 손으로 꼽았었다.

 

‘설악산 최고 승지가 어디메뇨. 누가 묻거든 십이선녀탕의 절경을 들기 전에는 아예 설악의 산수를 논하지 말라.’

 

한찬석이라는 사람은 1960년, ‘설악산 탐승 인도지’에 그렇게 기록했다. 계속되는 오름세에 땀도 흘리고 힘이 들기도 했지만 십이선녀탕 계곡의 볼거리로 인해 피로를 덜 수 있었다. 여덟 번째 마지막 탕을 지나 대승령으로 향한다.

 

 

여름을 뚫고 서북능선을 길게 섭렵한다

 

지금까지 올라왔던 길과 달리 대승령까지는 능선길이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가리봉과 주걱봉의 응원가가 이명처럼, 혹은 바람 소리처럼 귓전에 울리는 것 같다.

 

멀리 가리봉과 주걱봉을 바라본다

 

대승령은 서북능선 중에서 내설악과 외설악으로 갈라지는 분기점이라 할 수 있다여기서 내려서면 대승폭포를 지나 장수대에 이르게 된다대승령 주변에는 희귀종의 새들이 많다고 하는데 오늘은 가만히 귀 기울여도 아무런 새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개성의 박연폭포금강산 구룡폭포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폭포의 하나로 꼽는 대승폭포는 높이 800m 지점에서 88m의 물기둥이 낙하하여 장관을 이루는데 천연기념물 제171호로 지정되어 있다.

신라 경순왕이 피서를 즐겼다고 전해지는 대승폭포 앞의 넓은 반석에는 조선 선조 때 양봉래가 쓴 구천은하九天銀河라는 암각 글씨가 새겨져 있다.

 

“대승아!”

 

옛날에 부모를 일찍 여읜 대승大勝이라는 총각이 절벽에 동아줄을 매달고 내려가서 바위에 피는 버섯인 석이를 따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그의 이름을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에 놀라 석이를 따다 말고 올라가 보니 지네가 동아줄을 쏠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목숨을 건진 후로 이 폭포를 대승폭포라 불렀는데 지금도 이 폭포수 소리를 들으면 ‘대승아’라고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대승령을 지나 가리봉을 왼편으로 두고 오른편으로 한계령 너머 점봉산을 두고 걷게 되는데 점봉산에는 운해가 깊이 깔려 있다. 칠형제봉도 점봉산 앞에서 점점 운해에 덮이는 중이다.

대승령에 3.2km를 걸어 1408m 봉에 이르렀다. 이정표에 여기서 귀때기청봉까지 2.8km가 남았음을 표시하고 있다.

 

애추 너덜지대를 통과하는 게 무척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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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봉과 단애의 근엄한 위용

산은 그 지질 형태에 따라 보통 흙산과 바위산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이 책은 우리나라 산 중 암봉과 기암으로 유명한 바위산들을 추렸습니다. 그런 산들은 대개 험산 준령이라든가 악산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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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때기청봉을 앞두고 애추의 너덜 바윗길을 지나는 게 무척 고되다. 바람이 자고 햇볕이 내리쬐어서인지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음을 의식하게 된다. 쉴만한 곳도 눈에 띄지 않는다. 조심스러운 바위 지대를 통과하고 나서야 크게 숨을 몰아쉰다.

설악산 곳곳의 마루금 아래로도 운해가 깔리기 시작한다. 금세 무쌍한 변화를 보여주는 설악산답게 깎아지른 암봉 군락이 나타났다가는 푸르디푸른 수림이 펼쳐지고 다시 운해에 가려지는 것이다.

대승령에서 6km를 걸어 귀때기청봉(해발 1578m)에 도착했다.

 

“내가 설악산에서 제일 높아.”

 

이 봉우리가 설악산의 최고봉이라고 으스대다가 대청봉·중청봉·소청봉의 삼형제한테 귀싸대기를 맞아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 귀때기청봉에는 바람이 무척 드센데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바람이 매섭게 불어 그 이름이 명명되었다고도 한다.

 

귀때기청봉에 도착하여 배낭을 내려놓고 에너지를 보충한다

 

 

다시 걸어 한계령 삼거리에 이르렀다. 여기서 하산하면 바로 한계령 휴게소이다.. 휴게소 옆 계단을 오르면서 여기로 올라와 대청봉으로 향할 수 있는데 그렇게 길을 택한 등산객들을 배려하여 고속버스나 시외버스가 잠시 정차하여 내려주기도 한다.

완만하게 이어지던 서북능선이 끝날 즈음 고도가 가파르게 높아진다. 서북릉 끝 지점에 있는 봉우리여서 명칭으로 굳어진 끝청봉(해발 1604m)에 이르렀다. 여기서 공룡능선을 시야에 담게 되고 중청봉, 대청봉을 바라볼 수 있다. 외설악의 멋진 비경이 조망되는 곳이다.

 

내일 이어가게 될 공룡능선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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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환희가 서리고 희열이 고여 있는 설악 3봉으로

 

 

중청에 이르러 울산바위, 천불동, 공룡능선, 속초항 등을 두루 조망하노라니 가슴이 뿌듯해지는 걸 느낀다.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 산 1-24번지’ 

 

대청봉과 중청봉 사이의 안부에 있는 중청대피소의 주소다. 외설악과 속초시, 동해를 두루 조망할 수 있는 전망 좋은 위치에 빨간 우체통에 세워져 있다. 정식 명칭 ‘설악산 대청봉 우체통’의 안내판에 이렇게 적혀있다. 중청대피소에 무거운 배낭을 풀어놓고 설악 최고봉인 대청봉에 다녀오기로 한다.

 

‘1708M, 5604 Ft 이 우체통은 국토의 근간인 백두대간 마루금에 위치한 우리나라 최고最高의 우체통입니다. 명산 설악을 찾는 국민들을 위하여 속초우체국과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가 공동으로 설치 운영하고 있으며, 여러분이 보내는 편지와 엽서는 매주 1회 수집하여 우체국을 통해 전국 각지로 보내고 있습니다. 설악의 아름다운 추억을 우편엽서에 담아 보시기 바랍니다.’

 

엽서 대신 우체통을 어루만지며 두고두고 오로라처럼 생성될 추억을 담아 넣고 600m 떨어진 대청봉으로 걸음을 옮긴다.

 

‘양양이라네!’

 

해발 1708m, 강원 최고봉이자 한라산, 지리산에 이어 표고로는 남한 3위의 산. 그러나 설악산은 명함에 찍힌 직함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산이 아니다. 설악산은 그 자체로 존재가 주목받고 오르는 이로 하여금 자존감을 지니게 하는 그런 곳이다. 운무가 걷히면서 드러난 외설악 천불동의 장관을 보며 자기 자신도 모르게 입이 벌어진다. 

운해가 차오를 때나 맑은 날이나 설악 정상에서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엷은 안개가 오락가락 시야를 가렸다가 열어주기를 반복한다. 늘 느끼는 거지만 정상은 그만큼 땀 흘린 자에게만 자리를 내어준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와서는 만끽할 수 없는 희열이다.

 

대청봉에서 천불동계곡과 그 너머 속초 앞바다를 조망한다
 

다시 중청대피소로 내려가 내일 가게 될 공룡을 다시 살펴보니 등줄기에 날이 잔뜩 서있다. 소청으로 향하면서 내려다보는 설악골에 여전히 안개가 머무르고 삼각 상투 화채봉이 흐릿한 걸 보니 내일 공룡능선에 이를 즈음엔 날이 쾌청할 거란 생각이 든다.

소청대피소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자 온몸이 나른해진다. 여기서 꿀맛 같은 저녁 식사를 하고 어둠이 가라앉는 설악의 품에서 고단했던 하루를 마감한다.

 

이른 아침 공룡사냥에 나서다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이른 새벽에 일어나 컵라면으로 아침을 때웠다. 소청에서 희운각으로 가는 길, 산중 아침나절인데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무덥다. 희운각 대피소 바로 아래 계곡에서 흘린 땀을 씻어낸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공룡의 등줄기를 올라타게 된다. 이제부턴 모든 게 쭉쭉 솟아있다. 내설악과 외설악을 가르는 공룡 우리에 들어서며 설악산이 왜 남성미가 강한지를 보게 된다. 

공룡 제1봉 신선대에 올라서자 귀까지 먹먹해지는 건 대뇌의 모든 사고를 중지하라는 신호다. 오로지 눈으로만 보고, 본 그대로 느끼라는 알람이다.

보고 누리며 감상의 시야와 감동의 폭을 더욱 넓히라는 의미이다. 

 

저 숱한 봉우리들을 넘고 또 넘어야 한다

 

낙차 심한 절벽을 타고 오르는 반투명 안개가 걷히면서 환히 드러난 천화대에 절로 탄성이 터지고 땀을 식히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미소를 머금게 된다. 멀리 역광 받은 화채능선이 은빛 그림자 드리우고 모습 드러낸 화채봉과 왼편 달마봉이 살갑게 손짓한다.

천화대의 으뜸 범봉을 필두로 왕관봉, 희야봉을 지척에서 접하니 언제나처럼 가슴이 뜨거워진다. 송곳처럼 날 세워 파란 천을 뚫고 쭉쭉 뻗어 하늘 향해 악수를 청하는 역발산기개세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장군봉, 유선대를 접하고 설악골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건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큰 기쁨이며 환희다.

지금부터 가야 할 길, 1275봉, 나한봉과 마등령. 힘겨우면 마라톤 완주코스가 될 수 있고 즐기면 일품 코스 요리일 수도 있는 곳. 그게 바로 공룡의 극단 양면이다. 아직 많은 길이 남아있고 숱한 고봉들을 넘어야 하지만 공룡능선이기에 그럴 것이다. 부담감보다는 들뜬 기분에 당장은 걸음걸이도 가볍다.

신선대를 내려서면서 공룡의 품 안으로 파고들게 된다. 아니 빨려 들게 된다. 외설악 공룡의 등에 올라탔다는 사실만으로도 특권을 누리는 셈이다. 바삐 가려거든 절대 설악엔 오지 마시라. 설악은 걸음보다 눈이 바쁜 곳이기 때문이다. 가다 멈추길 반복하며 다양한 형태의 공룡 닮은 바위들을 보게 되는 공룡능선의 품 안은 특히 그러하다.

 

쭉쭉 위로 솟구쳐 하늘을 찌를 것처럼 보인다

 

공룡의 등줄기가 무척 날카롭다

 

느닷없이 운무가 피워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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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너덜 바윗길, 쇠줄 잡고 오르내리길 여러 차례 반복하며 1275봉 아래에 이른다. 볼 때마다 느끼지만 1275봉은 한결같이 의연하고 듬직하기가 이루 표현할 수 없다.

공룡능선을 단순히 등산로의 한 구간으로 여겨 그저 걷기만 한다면 더더욱 힘에 겨운 곳이다. 공룡능선은 걸음보다 눈을 움직여 보이는 장면마다 담아두며 부차적으로 걸음을 옮기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유람하듯, 소요하듯 느긋하게 말이다.

봉우리들과 나무와 하늘과 구름의 어우러짐이 천상의 무릉도원이라 부를만하다무릉도원을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도 오고 싶어 했던 이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고인다.

여길 지나 정면으로 나한봉을 마주하게 되는데 공룡능선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 바로 이 구간부터가 아닐까 싶다그만큼 체력소모가 클 즈음이다.

미끄럽기까지 해서 더 버겁지만, 간간이 싱그러운 햇빛과 하늘을 찌르는 암봉들의 자태가 펄펄 기운 넘치는 충만한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거대한 바위를 꺾어 돌면 색다른 비경이 펼쳐지므로 바로 거기, 그 자리에 시선이 머물게 된다. 이곳을 함께 지나는 이들의 그 자리에서 시선이 합쳐지게 되는 것이다. 공룡은 자기 등에 찾아온 모든 이들을 함께 태웠기 때문이다.

 

 

 

나한봉이 보이자 공룡의 등줄기에서 내려서는 기분이다

 

 

흘린 땀을 씻어내면 다시 땀이 주르륵 흐른다. 공룡능선의 마지막 고봉인 나한봉은 고도 1276m로 1275봉보다 1m가 더 높다. 나한봉을 지나고 공룡능선을 빠져나오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지만, 살짝 아쉬움도 고인다. 역시 설악산은 아껴 먹는 초콜릿 같은 곳이다.

지나고 나면 아쉬움이 가득 고이는 곳이다.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고 해서 몸이 무거워지거나 마음에 부담을 주는 곳이 아니다.

지나온 길 돌아보니 능선 곳곳마다 발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있는 듯하다. 안개가 덮고 운해가 가려도 그 자취는 오로라처럼 찬란한 추억으로 늘 광채를 발할 것만 같다. 구름이 깔리고 비가 쏟아질지라도 말이다.

 

암봉과 숲 사이로 작은 소로가 사람이 다니는 길이다. 이곳의 주인은 대자연이다. 우린 그저 잠시 길을 빌려 쓰는 나그네일 뿐이다.

 

 

공룡의 등에서 내려섰어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정중앙에 우뚝 솟은 화채봉 왼쪽으로 칠성봉과 권금성을 바라보고 마등령으로 향한다. 설악골을 중심으로 외설악의 전경이 드넓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세존봉이 코앞에 우뚝 솟아있으며 속초 해안이 손에 잡힐 것처럼 가깝다.

마등령에서 설악동 소공원으로 가는 길이 절대 만만치 않다. 체력소모가 클 즈음이라 특히 내리막 거친 비탈에 긴장의 끈을 놓아서 안 된다.

백두대간 마등령은 금강굴, 비선대, 와선대를 지나 신흥사로 내려가는 외설악과 오세암, 백담사로 내려가는 내설악 그리고 북쪽 미시령으로 뻗는 출입 통제구간의 연결점이자 경계이다.

말 등에 올라 동해와 북면의 황철봉, 지금까지 온 공룡능선을 두루 둘러보다가 예정대로 외설악 소공원 쪽으로 길을 잡는다.

금강굴을 지나고 비선대 위로 장군봉과 유선봉, 적벽의 3형제봉 머리 위로 햇살이 창연하다. 클라이머들이 장군봉의 속살을 파고드는 게 보인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의 건장함을 몸소 실감하게 된다.

 

클라이머들이 장군봉 암벽을 타고 오른다

 

 

올라가는 것도 의미로움이요,

내려가는 것 또한 의미일지니

부디 멈춰 고여있지만 마시라

생명처럼, 심장의 박동처럼

움직이고 또 움직이시라

 

소공원에 다다르자 낯익은 모습들이 모두 하나같이 반겨주는 느낌이다. 케이블카가 오르는 권금성과 그 뒤로노적봉이 내려다보며 미소를 흘린다.

1987년 통일을 기원하며 108톤이나 되는 청동을 들여 10년 만에 완성한 석가모니 상, 늘 무뚝뚝하고 근엄한표정의 통일대불 청동좌상이 엄지를 추켜세우며 수고했노라고 치하해준다.

설악동 소공원의 상징, 곰 조각상까지 닿으면서 대장정을 마친다

설악이여! 그대들 멋진 봉우리들이 존재함으로 인해 산을 좋아하는 이들이 행복할 수 있나니. 곳곳에 숲과 바위와 계곡이 있으므로 오고 또 올 수 있으리니.

 

 

 

때 / 여름

곳 / 남교리 탐방안내소 – 십이선녀탕 계곡 – 대승령 – 귀때기청봉 – 한계령 삼거리 - 끝청 – 중청대피소 - 대청봉 - 중청 - 소청대피소 - 희운각 대피소 - 공룡능선 시점 - 신선대 - 1275봉 - 나한봉 - 마등령 – 금강굴 – 비선대 – 설악동 소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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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영의 부크크 커뮤니티

장순영은 이러한 책들을 집필, 발행하였습니다. <장편 소설> 흔적을 찾아서(도서출판 야베스,2004년) 대통령의 여자 1, 2권(중명출판사, 2007년) 아수라의 칼 1, 2, 3권(도서출판 발칙한 상상,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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