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고 거친 데다 눈까지 쌓인 용문산의 가파름에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다
서울에서 동쪽으로 약 42km 지점에 위치한 용문산龍門山은 동서로 8km, 남북으로 5km에 걸치는 웅장한 산세를 지니고 있다.
서울에서 수시로 대중교통이 운행되는 데다 뛰어난 산세와 경관을 갖추고 주변의 유서 깊은 유적까지 더해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용문산이다.
최고봉인 가섭봉을 주봉으로 하여 동북쪽으로 5.5km의 도일봉( 해발 864m), 동쪽으로 4.5km의 중원산(해발 800m), 남서로 3.5km의 백운봉(해발 940m) 등 지봉이 연봉을 이루고 있다.
북쪽은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편이나 남쪽은 급격히 가파른 경사를 이루며, 첩첩이 쌓인 암괴들과 계곡이 무척 깊은 산이다.
경기도에서 네 번째로 높은 용문산은 겨울에 더욱 육중해 보인다
경기도에서 화악산(해발 1,468m), 명지산(해발 1,267m), 국망봉(해발 1,168m)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용문산은 그 주변에 가평 유명산을 비롯하여 중미산, 소구니산, 어비산 등을 거느리는 형세이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무척 차가운 날씨이다. 용문산의 적설을 보고 싶었나 보다. 배낭을 둘러메고 무작정 찾아 나선 곳이 양평이다. 양평이나 가평은 서울에서 멀지 않아 가끔 이런 식으로 뜬금없이 방향을 잡곤 했지만 한겨울 눈 쌓인 용문산을 찾는 건 좀 이례적이긴 하다. 그렇게 찾아 나서기엔 너무 험준하고 된비알이 심한 산이기 때문이다.
어떻든 넓은 주차장에 식당과 상가, 숙박업소 등 각종 위락시설과 편의시설이 갖춘 용문산 관광단지로 들어서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이틀 전에 내린 눈이 음지마다 수북하게 쌓여있다.
관광단지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크게 용문봉을 거쳐 정상인 가섭봉으로 가거나 용문사를 지나 가섭봉으로 직접 오르는 코스가 있다. 어느 쪽이건 고도가 높고 거친 편이다. 오늘은 그나마 난이도가 덜한 용문사길을 택해 가섭봉에서 돌아내려 오기로 했다.
관광단지로 들어서서 친환경농업박물관과 독립운동 기념비를 지나 용문사 일주문을 통과하고도 용문사까지 1km를 더 걸어 들어간다.
용문사 대웅전 앞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호)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랗게 물들었을 텐데 지금은 갈색 가지만 길게 뻗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우람하고 탄탄한 근육질 기둥을 뽐낸다.
나이가 약 1100살 정도로 추정되는 이 은행나무는 높이 67m, 뿌리 부분 둘레 15.2m로 나무가 차지하는 면적이 260㎡나 된다. 통일신라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다가 심었다는 전설과 의상대사의 지팡이를 꽂은 것이 자라서 나무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또 1907년 정미 의병항쟁 때 일본군이 용문사에 불을 질렀는데 이 나무만 타지 않았다고 하며 나라에 큰일이 일어날 때마다 소리 내어 알렸다고도 한다. 조선 세종 때 정 3품 당상관 품계를 받을 만큼 중히 여겨져 왔고 생물학적으로도 자료 가치가 높다.
천태산 영국사, 운길산 수종사, 치악산 구룡사의 내로라하는 은행나무들도 여기 용문사 은행나무한테는 견줄 대상이 되지 않는다.
왼쪽의 상원사 방면 능선길이 아닌 오른쪽 마당바위 방향을 택한 건 400여 m 더 긴 코스이긴 하지만 다소나마 고도를 낮춰 오르려 함이다. 눈이 쌓여 다소 보수적이고 소심한 선택을 하게 된다.
상원사 갈림길에서 조금 더 올라서자 시원스레 트인 조망이 가슴을 후련하게 한다. 약간 비스듬한 기울기의 넓적한 마당바위는 평균 높이가 약 3m, 둘레 19m 정도라고 적혀있다.
마당바위를 지나면서도 여전히 모난 돌길에 눈길이 이어진다. 밧줄 난간을 조심스럽게 걸으면서는 추위를 잊고 만다. 더욱 심한 고도에 호흡마저 거칠어지니 추위를 느낄 겨를이 없다.
힘들기는 하지만 용문산 등산은 하늘을 오르는 기분이 들게 한다. 눈길, 돌길에서 힘겹게 걸음을 옮기다가 하늘이 열리고 세상이 트이면서 하늘에 닿는 느낌을 받는다.
뾰족하게 솟은 추읍산 뒤로 얼어붙은 듯 가라앉은 남한강이 시야에 잡히고 용문사도 저만치 내려다보이니 부쳤던 기운이 보충된다. 다시 장군봉 삼거리에서 긴 나무계단을 올라 펜스에 달린 수많은 리본을 보고 정상인 가섭봉(해발 1,157m)에 닿는다.
양평군 용문면과 옥천면에 모두 접한 용문산은 우람한 산세와 울창한 수림에 걸맞게 산 아래에 두 군데의 자연휴양림을 거느리고 있다. 동북쪽 기슭의 산음 자연휴양림과 남서쪽 기슭의 설매재 자연휴양림이 그곳이다. 본래 미지산으로 불렸었는데 태조 이성계가 날개 단 용이 드나드는 산이라 하여 용문산으로 바꿔 불렀다.
유명산, 중미산과 방향을 바꿔 중원산을 가까이 바라볼 수 있다. 또 왼편으로 용문봉, 전면 아래로 상원사 방향의 감미봉이 이곳 정상을 향해 능선을 뻗고 있다. 곧 만나게 될 백운봉은 한국의 마터호른이란 수식어에 어색하지 않게 우뚝 솟은 자태가 카리스마를 풍긴다.
용문산 정상은 비교적 넓고 평탄하다. 용문산 북서 일대는 고도 700∼1,100m의 약 4㎢에 이르는 고위평탄면이 나타난다. 남쪽 산록 계곡에는 용문사, 상원사, 윤필사, 사나사 등의 고찰이 있다.
가섭봉에서 장군봉으로 향하는 주 능선 정상 일대에는 군부대와 통신기지국을 비켜 우회해야 한다. 오늘은 그 길에 잠시 시선만 주고 예정했던 대로 원점 회귀하기로 한다.
구름 속을 들락날락거렸던 태양이 길게 이어지며 창연한 햇살을 뿜어내자 산 아래 하얀 겨울 흔적들이 금세라도 녹아내릴 것만 같다. 유명산과 중미산 쪽으로도 마루금이 짙게 드러나고 있다.
중원산과 도일봉, 추읍산 등 양평 일대의 산들을 찬찬히 둘러보다가 하산 코스로 걸음을 내딛는다.
때 / 겨울
곳 / 용문산 관광단지 - 용문사 - 가섭봉 – 원점회귀
https://www.youtube.com/watch?v=2alAr7i0iW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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