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어머니의 품이다

등산과 여행은 과거와 미래에서 지금으로 복귀하는 움직임이다

등산과 여행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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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죽음 3

절반의 삶, 절반의 죽음 14_ 우연 그리고 필연

절반의 삶, 절반의 죽음 14. “농주나 한잔할까? 많이 마시면 산행에 지장 있으니까 맛이나 보자.” “그래요.” 노란색의 걸쭉한 농주가 맛깔스러워 보인다. 감자전을 안주 삼아 한 잔씩을 들이켰다. “혼자 오신 것보다 훨씬 낫죠?” “응? 그래….” 늘 혼자였다. 정후는 한동안 외롭고 서글퍼서, 병상에서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리워서 시간 날 때마다 어머니 산소를 찾곤 했었다. 어머니를 뵙고 돌아서도 외로움이 가시거나 서글픔이 사라지지 않았다. 어머니의 빈자리를 메워주었던 경화 고모, 정후에게 경화 고모의 결혼식은 두고두고 진한 서글픔으로 기억되는 일 중의 하나였다. 희고도 고운 웨딩드레스로 치장한 천사의 모습, 고모는 막 고등학교에 입학한 정후를 끌어안고 울었다. 닦아도 멈추지 않는 ..

창작 글 2022.03.27

절반의 삶, 절반의 죽음 13_ 우연 그리고 필연

절반의 삶, 절반의 죽음 13. 우연 그리고 필연 “오늘도 일하는 거야? 기특한데!” “서울에 오니까 딱히 갈 곳도 없고…, 그래서 나왔어요.” “왜 그이가 서울에 있지 않아?” 정후는 현주의 애인을 그이라고 불렀다. 현주는 정후의 말을 흘려 넘기고 “휴가 떠나세요?”하고 물었다. “응.” “산에 가시나 봐요?” 정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독일로 떠나기 전에 정후는 꼭 한 번 지리산을 종주하고 싶었다. 입대하기 전, 이틀의 시간을 내어 종주했던 지리산의 추억이 생생했다. 유평 대원사에서 구례 화엄사까지의 횡단은 혼자만의 추억으로 남았었다. 이번엔 그때와 역으로 등반로를 잡았다. 이른바 화대종주,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의 산길을 일컫는다.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토요일 오전, 마무리해놓은 서류를 동남아 각 지사에..

창작 글 2022.03.27

절반의 삶, 절반의 죽음 8_ 옥빛 사랑, 적색 욕구

절반의 삶, 절반의 죽음 8. 은연중 자신과 오정태 전무와의 만남을 합리화시키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는 아니었을까. 숨죽이며 감춰둔 비밀이 버거웠던 걸까. 현주는 말을 꺼내놓고도 괜한 입놀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정후는 두부 썰듯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대다수 불륜이고 유희에 불과할 뿐이지.” “어떻게… 그렇게 단정하세요?” 현주는 귀를 쫑긋하고 다음 대답을 기다렸다. “현주는 그걸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비록 미혼남녀는 아닐지라도 진심이 통하고 그리운 감정이 솟구친다면 그건 사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현주를 힐끔 쳐다본 정후는 창을 내렸다. 바람이 시원했다. “솟구치는 감정의 빛깔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 그 감정이 맑은 옥빛이면 사랑이고, 탁한 적색이면 추접스러운 욕구일..

창작 글 202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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