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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구봉산 출렁다리

장한림 2022. 3. 29.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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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봉과 암봉을 잇는 천하절경의 구름다리

 

주소 : 전북 진안군 주천면 

 

https://www.youtube.com/watch?v=o8c2tigODGo 

 

 

노령산맥의 지붕 운장산, 진안고원의 아홉 솟대 구봉산

 

전북 진안에는 주천면, 정천면, 안천면 등 주자학朱子學과 관련된 인물들의 지명이 유독 많다.

조선 중기 주자학의 선구자인 우암 송시열의 스승이 김장생이며 그의 스승이 송익필이다. 송익필의 호가 구봉이고 자가 운장이라 송익필로 말미암아 운장산과 구봉산의 이름이 지어졌다. 그가 이 두 산에 머무름으로써 산의 명칭이 정해졌으니 그가 어떤 인물인지는 알고 산으로 들어가야 할 듯싶다.

서얼 출신 유학자이자 정치인인 송익필의 가문은 출생 문제에 대한 시비와 아버지 송사련이 안당 일족과 사림 인사들을 역모로 몬 것에 대하여 세간의 비난을 받아 결국 관직을 단념하고 고향에서 학문연구와 후학 양성에 일생을 바친다. 

송익필은 율곡 이이, 송강 정철과 절친한 벗이었는데 율곡은 다가오는 국가의 환란을 짐작하고 선조에게 송익필을 끊임없이 천거하였다.

 

“송익필에게 병조판서를 맡기면 왜놈들은 공격할 마음조차 갖지 못할 것입니다.”

 

율곡에 대한 신임이 두터웠던 선조는 마침내 그를 만나보기에 이르렀고, 우여곡절 끝에 송익필과 대면하게 된 선조는 그의 학식과 경륜에 찬탄을 금치 못하였다. 그런데 선조가 보니 송익필은 눈을 감고서 말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까닭을 물어보았다.

 

“경은 왜 눈을 뜨지 않소?”

“제가 눈을 뜨면 전하께서 놀라실 것 같아 염려되어 이리하옵니다.”

“그럴 리 있겠소? 어서 눈을 뜨시오.”

 

이에 할 수 없이 눈을 뜨자 선조는 그만 그의 눈빛에 놀라 기절할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눈도 제대로 쳐다볼 수 없는 신하를 조정에 둘 수 없다 하여 송익필의 중용은 무산되고 말았다.    

 

      

왜 진안고원이고호남의 알프스인가를 실감하다   

  

운장산 서봉으로 오르는 들머리 피암목재는 하얗게 덮였던 눈이 산객들에 의해 단단하게 다져졌다. 눈길을 밟아 활목재까지 오르고 또다시 조릿대 무성한 등산로를 따라 금남정맥 연석산과의 갈림길까지 올랐을 땐 턱까지 숨이 차오른다. 구봉산까지의 거리와 시간을 의식해서인지 보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좀처럼 줄이지 못하고 걸어온 것이다. 

 

서봉은 진안고원을 두루 살필 수 있는 멋진 전망 장소다

서봉인 칠성대(해발 1120m)에 올라서야 호흡을 안정시키자 진안고원을 실감하게 된다. 호남의 알프스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눈앞의 연석산부터 멀리 지리산까지 골마다 운해가 고여 멋진 산그리메를 연출하는 장관에 눈을 떼지 못하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곧 닿게 될 운장대도 지붕만 살짝 드러냈다. 

서봉에서 구봉산까지 8.8km, 멋진 조망이지만 길게 붙들 여유가 있지 않다. 바로 시선을 거두고 여정을 이어간다. 구름에 가려진 시간이 길어 운장산雲長山이라 칭했다더니 오늘도 그 시간대에 속해 온통 안개구름으로 덮여있다. 

키 큰 산죽밭을 헤쳐 걷고 구름을 뚫고 걸어 운장대(해발 1126m)에 도착해서야 막 건너온 칠성대의 겨울 나신을 대하게 된다. 동봉도 몸체를 드러내고 마중 나온 모습이다.

빈 몸의 만월, 영하의 겨울 산을 걷는 고행을 문현미 시인은 그의 시에서 이렇게 함축했다. 그 고행의 여정을 산은 반갑게 맞아주고 푸근하게 감싸준다.

      

절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달을 정수리에 이고 가부좌 틀면

수묵화 한 점 덩그러니     

영하의 묵언 수행!     

폭포는 성대를 절단하고

무욕의 은빛 기둥을 곧추세운다.     

온몸이 빈 몸의 만월이다.  

   

 - 만월 / 문현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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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도 안개가 걷히는 중이다. 몇 해 전 여름에 운장산을 산행하고 저 아래 계곡에서 피서의 진수를 맛보았었다. 암벽과 숲에 둘러싸인 주자천 계곡은 차고 맑은 물이 12km를 흐른다. 특히 계곡 입구인 운일암 반일암은 뜨거운 여름에도 한기가 서릴 정도의 심산유곡이라 겨울에는 하루에 두 시간 정도만 햇빛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기암 절경을 이루는 계곡 깊숙이까지 들어가 거울처럼 맑은 옥수를 즐겼던 때를 회상하다가 점점 뚜렷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지리산과 덕유산까지 찬찬히 훑어보며 동봉인 삼장봉(해발 1133m)으로 넘어간다. 구름을 벗어난 햇빛이 아직도 남은 골의 안개까지 들춰내면서 진안고원의 산줄기들은 찬란한 은빛으로 반사된다. 

 

“북한의 개마고원도 이만큼 멋질까.”

 

뜬금없는 생각을 하다가 한참을 걸어 각우목재 임도로 내려섰다가 걸음을 빨리해 곰직이산에 닿는다.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은 리본이 없었거나 누군가 표지판에 낙서처럼 써놓지 않았다면 곰직이산인지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여기서 마이산의 두 개의 말귀,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을 눈에 담고 다시 임도로 내려섰다가 복두봉(해발 1018m)으로 올라간다. 운장산 자연휴양림으로 가는 임도가 구불구불 이어져 있고 2.7km 거리의 구봉산 정상과 그 너머 용담호까지 시야에 잡힌다.  

 

        

설경과 운해단풍이 일품인 아홉 봉우리

 

첩첩 산줄기 끝으로 길게 늘어선 지리산의 신체를 더듬으며 흠뻑 추억에 젖어든다. 왼편의 중봉과 천왕봉에서 반야봉과 노고단까지 이어지다가 길게 서북 능선까지 애무하며 지리산에 대한 연정에 달라짐이 없음을 확인한다.

복두봉에서 비교적 완만한 경사를 내려왔는데 구봉산 정상 1km를 남긴 오르막부터는 꽤 가파르고 날이 바짝 섰다. 모자를 벗은 산객들의 머리에서 김이 오른다. 여기도 지리산처럼 정상이 천왕봉(해발 1002m)이며 구봉산의 9봉에 해당한다. 지금 보고 느끼듯 설경과 운해, 단풍을 꼽는 구봉산은 아홉 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진 산이다.

방향이 틀어졌으나 용담댐 너머로도 웅장하기 이를 데 없는 지리산과 덕유산을 아우를 수 있고 만덕산, 명덕봉, 대둔산을 뚜렷이 내다볼 수 있다.

내려다보는 1봉과 8봉이 오밀조밀한데 9봉을 뺀 여덟 봉우리의 고도차가 별로 없지만 오르내림의 경사가 심한 편이다. 그사이에 얹힌 듯 보이는 출렁다리가 아찔하게 느껴진다. 여기에서는 용담호 담수가 선명하다. 반가운 초면이지만 오래 지체할 수 없어 천왕봉과 악수를 하고는 바로 내려선다.

 

8봉에서 지나온 7봉 쪽을 바라보며 숨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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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찍한 공터에 산죽이 풍성한 돈내미재 갈림길을 지나 8봉으로 향한다. 하산로에서 비켜나 자칫 그냥 지나치기 쉬운 8봉(해발 780m)을 찾아 올라서 천왕봉에 손을 흔든다. 다시 갈 방향을 살피는데 송익필 선생의 형형한 눈빛을 본 것처럼 정신이 바짝 들고 만다. 절벽과 절벽의 이음, 온통 암벽으로 형성된 봉우리들이 하얀 적설과 함께 긴장의 끈을 붙들게 하는 것이다. 조심조심 커다란 노송이 눈에 띄는 7봉(해발 739.8m)에 닿았다.

    

천 길 단애 몸 비틀어 기대서서

얼어붙은 솔향 대신 눈가루 흩날리며

세월에 몸 맡기니 짙은 운해 걷히면서

황토색 속살 의젓하게 드러난다   

  

암봉 옆으로 설치된 계단에서 암벽에 밀착한 소나무들을 보며 6봉(해발 732m)을 지난다. 5봉에서 돌아보면 구봉산 아래로 이어진 8봉부터 6봉까지의 하얀 산세가 섬세하고도 무척 아름답다. 5봉에서 4봉으로는 아까 위에서 보았던 구름다리를 건너야 한다. 

구봉산의 상징물이라 할 수 있는 붉은색의 산악형 보도 현수교가 해발 740m 고지에 있어 사방 조망이 가려지지 않는다. 길이 100m, 폭 1.2m 규모로 150명까지 교차 통행이 가능하다. 

4봉(해발 752m)으로 건너 2층 전망대 누각인 구름정에서 안개 걷힌 산야를 둘러보고 3봉(해발 728m)으로 넘어간다, 돌무더기 쌓인 2봉(해발 720m)을 찍고 튼실하고 멋진 소나무가 있는 1봉 정상까지 떨어지듯 내려섰다가 오르기를 반복하게 된다. 1봉에서 주차장이 내려다보이자 절로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된다. 바쁘게 몰아쳐 걸어온 두 산이다.

잠깐 되돌아가 1봉과 2봉 사이의 하산로로 내려선다. 다시 올려다보는 구름다리가 멋지기도 하거니와 무언가 색다른 의미를 시사한다. 암릉과 암릉을 연결하는 이음이 세상의 서로 다른 것들을 하나로 잇는 것처럼.

 

내려와서 올려다보는 구봉산 일대가 아스라하다

 

때 / 겨울

곳 / 피암목재 - 활목재 - 칠성대(서봉) - 운장대 - 삼장봉(동봉) - 각우목재 - 복두봉 - 구봉산 천왕봉 - 8봉 - 1봉 – 양명 마을 - 구봉산 제2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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