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절리의 해안 절벽과 어우러진 서해
충남 서산시 대산읍 독곶리에 소재한 황금산黃金山은 항금산亢金山이라 불리다가 금이 발견되면서 황금산이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굴금과 끝굴, 금을 캤던 두 개의 동굴이 남아있다
섬과 육지 사이의 얕은 바다에서 바람이나 파도 혹은 조류 등에 의해 모래나 자갈이 해안에서 바다 가운데로 부리처럼 길게 뻗어 나가 육지와 연결된 섬을 육계도陸繫島라 하는데 황금산은 원래 섬이었지만 독곶리와 바닷가에 모래가 쌓여 이루어진 사빈沙濱이 연결되면서 육계도가 되었다.
황금산 동쪽은 연안을 따라 흐르는 해류에 의해 해저의 모래나 자갈 등이 운반되면서 퇴적된 육계사주와 습지로 이루어져 있었고 서쪽은 해식애와 파식대가 발달하여 바위 절벽으로 형성되면서 서해와 접해있다.
총 여섯 구간의 아라메길 3구간 시점에 해당하는 이 지점에서 황금산 정상까지 1.02km이니 부담 여부를 논할 거리도 아니라 하겠다. 곧바로 보이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나무계단을 버리고 왼쪽 능선으로 오른다. 나뭇가지마다 수많은 리본이 달려있다.
표고도 낮고 코스도 길지 않은 황금산이지만 시원한 바다를 조망하고 코끼리바위 등 해안절벽을 즐길 수 있어 해안 등반코스로 주목을 받고 있다
관광버스가 빼곡하게 세워진 주차장에서 상가와 식당 지대를 빠져나가면 너른 산행로 입구가 보이고 서산시 아라메길이라는 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아라메는 바다를 뜻하는 고유어 아라와 산을 뜻하는 메를 합한 서산 트레킹 코스이다.
완만한 능선에 돌무더기가 수북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당이 보인다. 정상에 세워진 황금산사黃金山祠이다. 예로부터 황금산에는 산신령과 임경업 장군의 초상화를 모신 조그마한 당집이 있어 인근 주민들이나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들, 약초 캐는 사람들과 소풍객들이 풍년이나 풍어 또는 안전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내고 치성을 들여왔다. 안내판에 적힌 그 유래를 이어 옮겨본다.
산신령은 산하를 지켜주시는 신으로, 임 장군은 철저한 친명 배청으로 명나라에 구원병을 요청하러 떠날 때 한 번은 태안을 거쳐 갔기에 이곳과 연관이 있다.
또한, 바다 한가운데에서 생수를 구하거나 가시나무로 조기 떼를 잡아 군사들의 기갈을 면하게 하는 등 초능력을 지녔던 애국적인 명장이었지만,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였기에 사후에 영웅 신으로 모시게 된 것이다.
황금 바다와 멀지 않은 연평 바다 사이를 오가는 조기 떼를 놓치지 않으려고, 임 장군을 모신 연평도의 충렬사에 대립하여 이곳에 모셨던 것으로서 왜정 때부터 퇴락하기 시작하여 거의 형태도 없었던 것을 1996년에 삼성종합 주식회사의 일부 도움을 받아 서산시에서 복원하여 황금산이라 이름 짓고 매년 봄철에 제향을 지내고 있다.
소금물을 마시는 건지 소독하는 건지 바닷물에 코를 담근 형상이다. 자연적 풍화 현상에 의해 코끼리 모양으로 깎인 주상절리인데 얼핏 보면 코끼리보다 더 코끼리처럼 생겼다
황금산사 뒤편에 돌탑 무더기가 있는데 황금산의 높이를 적어놓은 정상석(해발 156m)이다. 내려다보이는 바다에 대해서도 황금산은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전설 속 황룡이 연평도 근해로 간 조기 떼를 몰고 와 고기가 많이 잡혀 황금 바다라 불린다고 적혀있다.
여기서 능선을 따라 내려서는데 황금을 캐는 광부가 된 기분이다. 사거리에서 약 1km 떨어진 끝골까지 쭉 이어간다. 쉼터에서 바로 눈 밑으로 대산 석유화학공단이 나타난다.
황금산은 밀물과 썰물 때에 따라 트레킹이 달라질 수 있는 곳이다. 갈림길에서 왼편 산행로를 따라 내리막을 걸어 해안에 이른다. 경사 급한 바위지대에서 해안을 따라 이동하였다가 황금산의 명소인 코끼리바위 쪽으로 방향을 튼다. 다시 등로를 따라 올랐다가 바닷가로 내려가는 길이다.
해안 가득 수북하고도 잔잔하게 깔린 몽돌을 밟으며 절벽으로 다가선다. 밑에서 올려다보니 위험스러워 보이기는 하지만 바위마다 밟을 곳이 많고 밧줄이 튼튼하다.
길지 않은 시간에 아담한 숲길과 몽돌 자갈길, 해안절벽 등반의 묘미를 모두 만끽하게 해 준 황금산에서의 트레킹을 마칠 수 있다.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서해도 환경적 피해가 없기를 기대하며 능선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낮은 언덕을 올라 헬기장에서 먼바다에 시선을 담갔다가 갈림길까지 간다.
오른쪽 끝골로 내려가다 보니 해안절벽이다. 밑의 해안은 거대한 절벽과 암초로 인해 해안 이동이 불가하다는 걸 알고 다시 올라섰다.
등산 마니아들에게 오른다는 건 아침 식사를 하는 것처럼 일상적인 일이다. 오르는 공간이 보이면 거기가 바위인건 절벽이건 오르고 싶어진다.
올랐다는 건 역시 식사를 마치고 물을 마시는 것처럼 시원하고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바다와 산이, 사람과 자연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조화로움의 극치를 이루는 앙상블, 그곳이 산임을 새삼 깨닫게 해 준 트레킹이다.
때 / 봄
곳 / 대산읍 황금산 주차장 - 탐방로 입구 - 황금산 - 몽돌해변 - 코끼리바위 - 원점회귀
https://www.youtube.com/watch?v=iumaP5sRYo0
https://www.bookk.co.kr/aaaing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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