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대웅전 뒤로 병풍처럼 둘러쳐진 고창 삼인리 동백나무 숲 선운사 절문 앞에 늦도록 앉아 있었네 꽃들은 모두 한 곳을 바라다보고 있었네 죽음이 이미 와 있는 방문 앞보다 더 깊고 짙은 어딘가를 향하고 있는 꽃들 동백을 홀로 바라본다는 일은, 큰 산 하나 허물어져 내릴 만큼 고독한 일 어쩌면 기억도 아득한 전생에서부터 늑골 웅숭깊도록 나는 외로웠네 - 김형미 - 동백冬栢은 겨울에 꽃을 피워 붙인 이름이다. 반쯤은 피고 반쯤은 진 선운사 동백나무 숲은 그림 같은 한 컷의 장면으로 긴 인생을 표현한다. 댕강 잘리듯 떨어져 나간 동백의 모습은 봄비처럼 떨어지는 봄꽃의 낙화보다 더 철학적이다. 누군가는 이 그림을 보고 물러날 때를 아는 절개 굳은 선비의 기상을 그리기도 하고, 또 누구는 젊은 같은 꽃 사태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