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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행_ 백두대간 황학산과 백화산에 흩날리는 눈발

장한림 2022. 12. 25.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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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이는 눈을 밞고 헤치며 오로지 앞으로 나아가는 황학산 눈밭

 

 

 

 

이화령梨花嶺은 경북 문경시 문경읍과 충청북도 괴산군 연풍면 사이에 있는 해발 548m의 고개로 중부내륙과

영남을 연결하는 관문이다. 고개가 가파르고 험한 데다 산짐승도 많이 출몰하여 예전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 넘어갔다 하여 이우릿재라 부르다가 고개 근방에 배나무가 많아 이화령으로 칭하였다.

아침 일찍부터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는데 산악회 버스가 이화령에 도착했을 때는 더욱 살점 굵은 눈송이로 변해 눈에 뜨일 정도로 푹푹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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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령 남쪽 6km 거리에 솟은 황학산은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을 접하면서 백두대간 상에서 백화산으로 이어진다. 겨울 백두대간에 들어서면 혹독하게 냉한 추위도, 발이 푹푹 빠지는 폭설도 축제의 소품에 불과하다.

스스로 원해서 산을 찾은 이한테는 맘껏 즐길 수 있는 놀이 공간이다. 경제적 풍요, 안락한 여유로움이 행복이라는 속세에서의 철학을 철저히 배척한다

호젓하게 펼쳐진 산마루에 억새밭과 참나무 숲길, 수많은 야생초를 찬찬히 둘러보며 대간의 한 구간을 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장순영의 부크크 커뮤니티

장순영은 이러한 책들을 집필, 발행하였습니다. <장편 소설> 흔적을 찾아서(도서출판 야베스,2004년) 대통령의 여자 1, 2권(중명출판사, 2007년) 아수라의 칼 1, 2, 3권(도서출판 발칙한 상상,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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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능선에 올랐어도 눈발은 그칠 기미가 없다

 

 

이화령에서 문경지역을 내려다보고 그 뒤로 눈발 때문에 더욱 흐릿한 악휘봉, 마분봉, 시루봉과 덕가산을 가늠하다가 터널을 빠져나간다. 이화령터널 좌측은 조령산으로 가는 길이고 우측에 황학산 들머리가 있다

황학산을 거쳐 백화산까지 10km, 눈길이라 실제보다 긴 거리가 될 것이다. 돌계단이 설치된 급경사 구간을 치고 오르면 철책이 나오고 그 우측으로 돌아 올라간다. 철조망 바깥의 산 사면을 따라 나아가는데 아이젠을 찼어도 경사면 오름길이라 이만저만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황학산과 백화산의 백두대간 능선 길은 약간의 암릉이 있긴 해도 대부분 평탄하여 걷기 좋은 길로 기억된다. 내리는 눈을 보며 이쯤에서 그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 버스를 타고 온 30여 명의 일행 간격이 점점 벌려지니 더욱 그렇다. 더 쌓이면 눈길을 만들며 진행하는 러셀 등반이 될 것이다

대간 능선에 올랐어도 눈은 그칠 기미가 없다. 사방 뿌옇게 흐려져 조령산 쪽으로나 백화산 쪽으로 시야가 막혀버렸다. 이 길은 산행로로서 이렇다 할 특색이 없는 평범하고 순탄한 능선인데 지금은 발이 푹푹 빠지는 설원으로 변해 길도 좁아지고 말았다. 한발 한발 걸음을 내딛는 게 점점 버거워진다

 

 

 

 

힘이 들면 다른 생각을 떠올리며 힘의 소모를 덜고자 하는가 보다. 같은 장소에서 극단의 기상을 접하자 엉뚱한 생각이 떠오른다. 같은 곳에서의 다른 상황, 똑같은 상황에 부닥친 두 사람의 처신, 의리를 택하느냐 아니면 변절하고 마느냐에 관한 심리 변화가 오묘하고도 흥미롭다.

 

 

 

시신을 어디다 숨겼지?”

난 죽이지 않았습니다.”

 

두 명의 공범이 수사관에게 신문을 받고 있다. 수사관은 그 두 사람을 각각 다른 방에 앉혀 놓고 귀가 솔깃한 제안을 한다.

 

네가 죄를 자백하면 최대한 정상을 참작해 너를 징역 10년으로 감해주겠다. 그러나 네가 자백하지 않고 네 공범이 자백해서 사실이 밝혀지면 넌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20년의 징역형을 살게 될 것이다.”

 

계속해서 수사관의 말이 이어진다.

 

너와 네 공범이 모두 자백하면 둘 다 10년을 살고 나오겠지만 둘 다 굳게 입을 다문다면 경찰은 너희 두 사람을 풀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너희들이 풀려나는 길은 둘 다 묵비권을 행사해 증거 불충분으로 유죄를 입증시키지 못하게끔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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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어떤 선택을 취해야 하는가. 침묵한다면 그들은 둘 다 풀려난다. 그러나 두 사람은 각각 10년의 형을 받고 교도소에서 마주쳐 범행 전 의리로 똘똘 뭉쳐 공범이 되었던 자신들의 의기투합을 씁쓸하게 곱씹고 만다.

상대를 불신했기에, 두 사람의 공범은 혹여 자신 혼자만이 20년의 최고형을 받을까 봐 우려하였다. 그래서 자신에게 돌아올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택한 것이다

1950년대 과학자인 메릴 프러드와 멜빈 드레셔는 게임이론의 고전이 되는 모델을 고안했는데 바로 죄수의 딜레마론이다

 

 

 

10년형의 제안을 택한 공범들의 판단은 일견 비합리적이고 실패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들 공범의 선택은 합리적이다.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시키려는데 있어서의 걸림돌, 서로 속임수를 쓸 가능성이 있는 이기적 경쟁자들 간에 다반사로 일어나는 갈등을 연구한 것이 이 이론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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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에서 최고의 선택은 상호협력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확보하는 것이지만 죄수의 딜레마에서 이것은 불가능하다. 두 사람의 공범은 상대가 선택한 결정이 어떤 건지 알 수가 없다.

수사관으로부터 똑같은 협상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만 알고 갈등만 일으킬 뿐, 결국 상책은 의리를 지키는 게 아니라 변절하는 것, 자신을 희생하거나 상호 이익을 도모하기보다는 배반하는 쪽이 최상의 선택이라는 의외의 사실을 반증한다.

 

 

나 자신이 딜레마에 빠진 공범 중 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 조봉(해발 673m)에 닿았을 때는 눈발이 약해지긴 했으나 이미 걸음을 무디게 할 정도로 쌓인 후였다. 대간을 종주하는 산객들의 흔적이 곳곳에 주렁주렁 달려있다.

이쯤 어딘가에 물웅덩이 같은 고산 습지대가 있는데 분간하 못하고 지나치나 보다. 지금은 동면에 들어갔을 테지만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고 수북한 올챙이알을 보았었다

 

 

 

또 이 구간 명품 코스인 잎사귀 가느다란 풀밭 길도 눈에 묻혀 장소 구분이 어렵다. 한겨울이 아니라면 실크로드처럼 화사했을 능선이 스틱에 의존해야 할 만큼의 두터운 눈밭이다. 바위가 있는 트인 공간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흐릿하게나마 주흘산과 부봉을 짚어본다. 거기도 온통 하얗다가 간간이 점점 먹이 섞였을 뿐이다.

 

 

 

분지리 안말 갈림길에서 조금 더 지나 머리 부분만 살짝 드러난 황학산 정상석(해발 912.8m)을 보게 된다. 조봉의 정상석처럼 무릎 정도 높이의 표지석인지라 거의 눈에 묻히고 말았다. 눈을 쓸어내고 인증 사진을 찍는 모습이 마냥 순수해 보인다.

황학산을 지나면서 사면을 꽉 메운 눈꽃은 눈이 부실 정도로 멋지고 아름답다. 눈발 멎고 드러난 햇살에 화사하게 핀 설화와 은빛 상고대를 보여주려 푹푹 빠지는 설원을 걷게 했었나 보다.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스물 두 곳의 국립공원이 지정, 관리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산들을 찾다 보면 그곳이 국립공원이고,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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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산에서 백화산으로 가는 길도 여전히 발자국조차 없이 무릎까지 빠지는 구간이 허다하다. 마원리로 빠지는 탈출로가 있지만, 일행 중 누구도 그리 내려가는 사람은 없다. 이런 눈길에는 여럿이 함께 가는 게 상책이다.

이처럼 길을 놓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눈길 산행은 동반한 이들이 공통으로 운영해야 하는 게임과 다르지 않다. 모두가 같은 마음의 동반자일 때 끝까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으며 승리까지 챙길 수 있다

 

 

 

게임의 결과가 자신의 주관적 선택과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뿐 아니라 함께 게임을 하는 다른 사람들의 선택 때문에 결정되는 상황을 분석하는데 이용되는 게임이론을 여기서도 대입해 본다..

승자와 패자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면, 그리고 참여자가 다수라면 서로 협동하는 호혜적인 단합이 서로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만, 개개인의 충만한 이기심이 표출하게 되면 이러한 정의 결과는 나오지 않고 모두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생긴다.

 

세상이 그런 데야. 게임이론조차 극복 못 하는 곳이 사람 사는 세상이야.”

 

 

 

오랜 날들을 얼어붙어 유리알처럼 단단하게 굳은 상고대가 막막해지려는 기분을 달래준다. 막 매달려 솜털처럼 두툼한 눈꽃들이 커다란 위안이 된다. 일행들과 거리 폭을 가까이 유지하며 앞으로 나아가자 백화산 정상이 보이고 그 우측으로 이어진 대간도 희미하게 드러났다

조금 후 오늘 산행 중 가장 위험한 바위 구간에서 정체된다. 쌓인 눈과 얼음으로 발을 내딛는데 조바심이 나는 사면 길이다. 그리 긴 암릉은 아니지만 설치된 밧줄을 붙들고 아주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먼저 내려선 사람이 뒤따라 내려오는 사람을 받쳐주고 또 다른 바위 오르막은 밑에서 받쳐주어 밧줄을 잡고 올라서면 손을 내밀어 잡아당겨 준다. 눈과 얼음만 아니라면 그 정도는 아니었겠지만, 추위를 잊고 이마에 땀이 흐를 만큼 간담이 서늘했던 순간을 모두 무사히 넘어섰다

남자들이 번갈아 가며 선두에 서서 눈길을 만들어간다. 발자국이 보통 깊이 팬 게 아니다.

 

 

 

암봉과 단애의 근엄한 위용

산은 그 지질 형태에 따라 보통 흙산과 바위산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이 책은 우리나라 산 중 암봉과 기암으로 유명한 바위산들을 추렸습니다. 그런 산들은 대개 험산 준령이라든가 악산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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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산 정상 100m 아래의 옥녀봉 갈림길에 이르러서 모인 일행들이 함께 휴식을 취한다. 여기서 희양산까지의 거리가 8.7km라는 표식이 있다. 예정대로 일단 정상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 마원리로 하산할 것이다

백화산 정상(해발 1063.5m)에서 일행들의 표정이 밝아진다. 서로 도움을 주며 호혜적으로 올라선 정상이기 때문에 마음마저 훈훈해지는 것이다.

 

 

 

이기는 길만이 살길이라는 격한 경쟁의 선거판에서 선거가 끝난 후 과연 누가 이득을 보았는가. 당선자일까? 그들은 이미 서로를 비방하는 흑색선전으로 일관한 데다 당선만을 위해 온갖 물리적 힘을 동원하는 통에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입고 말았다.

저 자신만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은 끝내 자신뿐 아니라 모두에게 마이너스 결과를 초래하였다. 상호 협조가 없이 이질감만 드러냈기 때문이다

 

 

 

케이크를 놓고 다투는 두 아이, 입찰 현장에서의 건설업자들, 이들에게는 함께 고된 산행을 하는 이들과는 확연히 다른 공통된 목표가 있다. 탐욕과 불신이 가득한 사회에서 이들이 원하는 목표는 딱 하나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케이크를 차지하기 위해, 입찰 참여자들은 상대를 따돌리고 자신이 낙찰받기 위해 행동한다. 그게 여의찮으면 서슴없이 담합을 제안한다. 우리가 사는 현실은 이처럼 이기적 선택을 강요받게 되는 상황에 숱하게 부딪힌다.

 

 

 

문경과 괴산에 걸쳐 있는 백화산白華山, 하얀 천을 씌운 듯 보여 붙여졌다는 이름값을 오늘 톡톡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괴산군에서는 가장 높은 산인 백화산에서 이기적 선택에 흔들리지 않는 교훈을 어렴풋이나마 깨우쳤기 때문이다.

정상에서 바라본 문경 들녘도 온통 설국이다. 부근에 황학산 뿐 아니라 이만봉, 시루봉, 희양산 등의 높은 봉우리가 많지만, 오늘은 조망을 기대하기가 요원하다

 

 

 

 

마원리로의 하산로도 경사진 내리막은 무척이나 미끄럽다. 스틱으로 두드린 후에 걸음을 내디디고 따라오는 뒷사람을 위해 낮은 나뭇가지를 들어준다. 종착지에 닿을 즈음엔 다리뿐 아니라 온몸이 뻐근하지만 모두 만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안전한 완주를 넘어 일심동체, 상호 배려의 신비한 빛깔을 그 산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다 내려와서도 영롱한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경직된 근육이 이완될 때까지는 황학산에서 백화산으로 이어지는 대간의 한 구간에 있는 것처럼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 버겁고 시린 눈길이 아니라 티 없이 깨끗하고 훈훈한 눈길의 여운으로, 뿌듯하고 개운한 기억으로 남아 황학산과 백화산에서의 겨울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때 / 겨울

곳 / 이화령 휴게소 - 조봉 - 황학산 – 마원리 삼거리 – 옥녀봉 삼거리 - 백화산 – 마원리

 

 

 

https://www.youtube.com/watch?v=iY9iSHhJU1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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