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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산행_ 발 내딛는 곳마다 추색 완연한 대둔산

장한림 2022. 10. 10.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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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과 충남 두 지자체에서 도립공원으로 지정한 대둔산, 그 산에 마구 뿌려진 오색 물감


티 한 점 없이 고운 하늘이다.
거침없이 맑은 이 하늘 밑에서 누군가를 미워하고
생각이 무엇엔가 슬픔을 느낀다면 무척 불행할 거란 든다.
그런 하늘이 눈부시게 머리 위로 펼쳐져 있다.


대둔산大芚山의 원래 명칭은 한듬산이다. 한듬산, 인적 드문 오지 두메산골의 험준하고 큰 산이라는 의미이다. 혹자는 계룡산과 지척에 위치하고 두 산의 형상이 적잖이 닮았지만 산태극, 수태극의 커다란 명당자리를 계룡산에 빼앗겨 한이 맺혔다 해서 한듬산이라는 뜻풀이를 내놓기도 했는데 그 풀이의 합리성엔 쉬이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그건 그렇고 만해 한용운은 이렇게 말했다.

“태고사를 보지 않고는 천하의 명승지를 논하지 말라.”


대둔산은 충청남도와 전라북도 두 도에서 동시에 도립공원으로 지정한 산이다. 충남 금산에서의 대둔산 오름길, 진산이니 명산이니 아무리 칭송해도 모자람 없는 대둔산으로 들어선다.

 

 

충청도의 산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 도봉산역이나 수락산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럼 많은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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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의 산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 도봉산역이나 수락산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럼 많은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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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하게 가을이 쌓인 산마루, 하늘 맞닿은 산정에도 완연한 추색

 


배티재에서 산비탈을 가로질러 진산면 행정리에 소재한 옛 절 태고사太古寺로 향한다. 양옆으로 커다란 바위 벼랑이 보이고 그 사이로 비좁게 통과할 수 있는 틈이 있다. 그 왼쪽 바위에 붉은 한자로 석문石門이란 글씨가 각인되어있는데 조선 중기의 대유학자 우암 송시열이 썼다고 전해진다.
원효는 태고사의 절터를 발견하고 너무 기뻐 사흘 동안이나 춤을 추었다고 한다. 12승지의 한 곳인 태고사의 빼어난 풍광을 강조한 듯하다. 경내의 전단 향나무로 조성된 삼존불상을 개금改金할 때는 청천벽력 같은 뇌성이 치며 폭우가 쏟아져 금칠을 말끔하게 벗겨내었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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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둘러보니 원효가 어깨춤을 들썩일 만큼 빼어난 비경에 둘러싸여 있다. 임진왜란 전적지이기도 한 태고사에서 나와 한적하고 평범한 산길을 오르다가 낙조대, 칠성봉의 암릉에 이르면서 세상사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고 절로 벌어지는 입에서 탄성만 흐른다. 일몰의 장관을 보여주는 낙조대는 충남 논산에 속한다.


진산珍山 중의 진산鎭山이라 표기한 동국여지승람, 사흘을 둘러보고도 발길을 뗄 수가 없다던 원효대사의 표현이 조금도 과장스럽지 않다. 눈과 바람이 깎아내고 비로 씻어 햇빛으로 말린 조각품들의 전시장에 들어선 것 같다.

 

나의 산행기_ 도서 정보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https://www.bookk.co.kr/book/view/135227종이책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스물 두 곳의 국립공원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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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협곡은 또 어떠한가.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수려한 자연미에 초절정의 단풍까지 곁들이니 그야말로 금상첨화의 특급 산행이라 할 수 있겠다. 등산이라기보다는 관광이라는 말이 적합할 정도로 다리보다 눈이 바삐 움직이게 된다.


주된 행사인 시상식 장면보다 행사장에 입장하여 레드카펫red carpet을 걷는 스타들에게 이목이 쏠리는 것처럼 대둔산 레드카펫에 눈을 떼지 못하고 걷다 보면 어느새 정상이다.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스물 두 곳의 국립공원이 지정, 관리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산들을 찾다 보면 그곳이 국립공원이고,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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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은행잎 가을 수북한 산마루
어지러 비록 뒤돌아 내려 보진 못하지만
긴 세월 아련한 추억 새록새록 떠올리며
꽃밭 거닐듯 구름 밟듯 다다르니 어느새 하늘일세


개척 탑이 세워진 대둔산 정상 마천대(해발 878m)는 하늘과 맞닿았다 하여 원효대사가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 마천대만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정상도 흔치 않다. 오늘 가을 절정의 대둔산은 아래로 명물이랄 수 있는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이 울긋불긋한 단풍 속에서 많은 사람을 실어 나르는 중이다.


시선을 멀리 뻗으면 맑은 날에는 진안 마이산, 지리산 천왕봉, 서해안 변산반도가 펼쳐진다는데 오늘은 그만큼 청명하지는 않다. 그래도 찬찬히 사방을 둘러보면 시야에 차는 것마다 구름 뚫고 하늘 아래를 내려다보는 기분이다. 역시 대한 8경에 들 만큼 매혹적인 절경이다. 가히 이럴 진데 계룡산에 맺힌 한풀이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산이 언제 그 속을 비춰 미간을 찌푸리거나 등 돌린 적 있던가. 역시 사람들이 저들의 속내를 드러내 산을 소품 삼은 것에 불과한 것이다.


대둔산 곳곳마다 큼직한 기상과 호연지기를 뿜어내는 것이 역시 한듬산의 ‘한’은 크고 넓다는 의미였음을 확인시킨다. 그게 맞을 것이다. 그게 맞는 거라고 믿고 싶다. 보라, 주변 산마다 그 봉우리들이 대둔산을 향해 늘어서고 대둔산은 자애롭게 그 봉우리들을 끌어안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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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m 높이에서 양옆 절벽, 임금바위와 입석대 50m를 잇는 금강구름다리에서는 사진 찍기도 수월치 않다. 역시 수많은 인파의 행렬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전혀 짜증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환한 웃음과 소란한 즐거움이 살갑게 와닿는다.


그래서였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여기 대둔산은 감성이 무디어 웃음이 인색한 사람들, 무뚝뚝하여 접근하기가 껄끄러운 이들과 함께 오고 싶은 곳이란 생각. 그런 사람들이 가을 대둔산에 오면 눈가 가득 미소를 지을 것 같고, 감탄을 연발할 것 같다. 대둔산은 그렇게 찾는 이들과 쉽게 가까워지고 오래도록 연을 이어가는 그런 산이다.
휘돌아 굽이치며 걸음 뗄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산세의 움직임은 산행 내내 지루하거나 고될 여지를 없애준다. 그게 가을 대둔산이다.

 

 

장순영의 부크크 커뮤니티

장순영은 이러한 책들을 집필, 발행하였습니다. <장편 소설> 흔적을 찾아서(도서출판 야베스,2004년) 대통령의 여자 1, 2권(중명출판사, 2007년) 아수라의 칼 1, 2, 3권(도서출판 발칙한 상상,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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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 가을이 아니더라도 아무 때고 또 오고 싶은 산이다


티 한 점 없이 고운 하늘이다. 거침없이 맑은 이 하늘 밑에서 누군가를 미워하고 무엇엔가 슬픔을 느낀다면 무척 불행할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런 하늘이 눈부시게 머리 위로 펼쳐져 있다. 이런 하늘 아래에선 어느 러시아 민요의 가사처럼 백만 송이 꽃이라도 피워야 한단 생각이 스친다.
이토록 고운 하늘을 보면서는 지나온 삶의 티끌들을 툭툭 털어내고 명명 덕明明 德의 구절을 음미해야 어울릴 거란 느낌이다. 담긴 무거움은 모두 털어내고 노랑나비 날갯짓에 바람이라도 일 듯한 청명한 기운으로 채우고픈 오늘, 하늘빛 너무 고와 왈칵 눈물이라도 쏟아질 듯한, 그런 가을에 대둔산에 있음이 행복하다.


만경대를 위로하여 깎아지른 절벽 군락이 또한 일품이다. 세 명의 선인이 능선 아래를 굽어보는 모습과 흡사하여 삼선바위라 명명했다. 찾는 이들이 거길 오를 수 있게끔 50도의 경사각, 계단 127개, 40m 길이로 세운 삼선계단은 현기증을 일으키게 한다.


다양한 볼거리 중에서도 장군봉을 휘감아 치장한 단풍들이 가을 대둔산의 백미가 아닐까 싶다. 마치 승전하고 돌아온 장군이 임금으로부터 하사 받은 꽃 갑옷을 걸친 모습에 견주고 싶어 진다. 장군도 기분 좋게 마신 전승주에 취기가 잔뜩 올랐는지 만면에 홍조를 띠고 있다.


원효대사처럼 사흘을 둘러볼 수는 없지만 세 번째 다녀가는데도 아무 때고 또 오고 싶은 산이다. 겨울철, 하얗게 변신한 대둔산을 다시 보겠노라고 마음에 새기면서 아쉬움 가득 고이는 대둔산의 가을을 묵연히 올려다본다.


때 / 가을
곳 / 배티재 - 태고사 - 낙조대 - 칠성봉 - 마천대(대둔산 정상) - 약수정 - 구름다리 - 장군봉 - 칠성봉 전망대 - 낙조산장 - 태고사


https://www.youtube.com/watch?v=eO1anQjZ6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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