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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산행_ 가을에 가장 예쁜 산길, 선암사에서 송광사를 잇는 조계산

장한림 2022. 11. 10.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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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단풍잎이 낙엽 되어 흙과 뒤섞이는 만추 고운 시절의 아름다운 풍광, 순천의 명산 조계산

 

 

소백산맥의 말단부에 자리한 조계산曹溪山은 봄엔 벚꽃, 가을이면 단풍이 특히 절경으로 1979년 전라남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지형상 광주 무등산, 영암의 월출산과 삼각형을 이룬다. 국내에서 가장 큰 사찰인 송광사가 있어 송광산으로 불려 왔다.

 

 

 

영호남을 연결하는 전라남도 동부의 교통 요지인 순천시는 2000년대 이후 관광도시로 발돋움했는데 2013년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한 이후 박람회가 열렸던 오천동과 풍덕동 일대가 2015년 국가 정원 1호로 지정되었다. 바야흐로 우리나라가 내세우는 첫 정원이다.

시의 중앙부에 솟은 조계산을 비롯하여 계족산, 갈미봉, 용계산, 봉두산, 희아산, 문유산, 국사봉, 수리봉, 고동산, 금전산, 모후산, 망일봉, 한동산 등 해발고도 1000m 미만의 산들이 곳곳에 솟아 이들 산줄기가 이 지역 주요 하천의 분수령이 되었다.

 

 

 

전라도의 산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 도봉산역이나 수락산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럼 많은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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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순천을 대표한다는 조계산을 찾았다. 태고종 선암사에서 시작해 조계종의 송광사에서 마치는 산행을 잡다 보니 문득 등산복 대신 승복 차림이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산악회 버스에 함께 탄 일행 중에도 승복을 입거나 스틱 대신 단장을 준비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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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붉은 단풍잎이 낙엽 되어 흙과 뒤섞이는 만추의 선암사 가는 길은 고즈넉하고도 아름답다. 노상 그래 왔듯 이름난 사찰이 있으므로 표를 끊는다. 장승이 서 있는 숲길을 지나 부도를 왼편으로 두고 아치 모양의 돌다리 승선교(보물 제400)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반원형의 다리 아래로 보이는 2층 누각의 강선루가 그럴듯한 장면이라 거기에 카메라 초점을 맞추었다가 승선교를 건너 강선루를 지나고 연못 안에 있는 섬 형태의 삼인당을 또 지나 선운사 경내로 들어선다.

  

 

 

나의 산행기_ 도서 정보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https://www.bookk.co.kr/book/view/135227종이책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스물 두 곳의 국립공원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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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 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정호승 시인의 바로 그 선암사이다. 1424년 조선 세종 때 7종이던 불교 종파를 선종과 교종의 두 종파로 묶어 조계종, 천태종, 총남종을 합해 선종으로 하였고, 화엄종, 자은종, 중신종, 시흥종의 4종을 합쳐 교종으로 한 선교양종으로 혁파하였다. 선암사는 백제 때 아도화상이 창건한 사찰로 현재는 선교양종禪敎兩宗의 대표적인 가람이다

절집 화장실로서는 국내에서 가장 크다기에 시인은 거기서 실컷 울고자 했나 보다. 살짝 가을을 타긴 하지만 눈물을 보이기 싫어 해우소를 그냥 지나친다

 

 

 

선암사에서 대각암大覺庵으로 올라가다가 바위에 새긴 불상을 보게 되는데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157호로 지정된 마애여래입상이다. 7m 높이의 바위 면에 옴폭 들어가게 새긴 불상의 머리에는 상투 모양의 머리 묶음이 솟아있다.

조금 더 지나 대각암에서 그곳의 고려 시대 승탑(보물 제1117)까지 둘러보고는 장군봉으로 길을 잡아 걷다가 돌무더기가 있는 향로암 터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선암사의 암자 중 적멸암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곳에 있는 암자 터이며 인근 주민들은 행남 절터라고 부른단다. 선암사에서 거리상 2km 남짓 올라온 곳이다

 

 

 

이곳을 지나서도 길은 꾸준하게 경사가 이어진다. 너덜 돌길과 나무계단을 거푸 걷게 되는데 험하지는 않지만 가파름은 여전하다. 늦가을 정취가 물씬한 숲길이어서일까. 걷는 이들이 꽤 많은데도 무척 조용한 편이다

정상을 400m 남겨두고 조망이 트였다. 아래로 상사호의 굽이도는 물길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지만 한여름처럼 강인한 반사의 기운은 아니다. 주변 산야는 모두 낮게 가라앉아 곧 다가올 겨울에 움츠린 듯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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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신하게 낙엽 쌓인 숲길과 통나무 계단을 오르면 또 돌탑이 보인다. 조계산 정상인 장군봉(해발 884m)이다. 전라남도 채종림으로 지정된 조계산이라더니 과연 산 전체가 울창한 활엽수림으로 수종도 다양하다. 봄철의 벚꽃, 동백, 목련과 철쭉, 울창한 여름 숲, 색 고운 가을 단풍, 겨울 설화 등이 계곡과 어우러져 사계절 모두 독특한 경관을 이루는 남도의 명산으로서 손색이 없을 듯하다.

가야 할 연산봉과 천자암봉 쪽을 번갈아 바라보고 바로 내려선다. 시장기가 몰려들기 시작할 즈음이다. 조계산의 명물인 보리밥집을 들르기로 일행들 간에 의견이 일치됐기 때문에 작은 굴목재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장순영의 부크크 커뮤니티

장순영은 이러한 책들을 집필, 발행하였습니다. <장편 소설> 흔적을 찾아서(도서출판 야베스,2004년) 대통령의 여자 1, 2권(중명출판사, 2007년) 아수라의 칼 1, 2, 3권(도서출판 발칙한 상상,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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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노아의 방주에서 삼보사찰 송광사까지  

 

 

오늘 산행 중 최고의 조망 장소인 배바위船岩에 이르러 그 명칭의 유래를 읽게 된다. 간략히 정리하면 홍수로 조계산 아랫마을이 물에 잠기게 되자 마을 사람들은 이 바위에 배를 묶어 피신한 덕분에 살아남았다고 한다

1960년대 이전에 조계산을 오르내리던 인근의 마을 주민들은 배바위에 조개껍데기가 붙어 있다고 말했다는데 주민들의 말을 그대로 믿고 싶다.

 

 

 

노아의 방주나 다름없는 배바위에서 상사호를 내려다보면 세상을 잠기게 했던 물이 거의 빠진 느낌이다. 마을과 선암사도 물기가 말라가고 있다. 사방 트인 곳마다 산세는 부드럽고 우거진 숲은 대개 갈색으로 바뀌었다.

배바위는 신선바위仙巖라고도 일컫는데 옛날 신선들이 이 바위에서 바둑을 두었고, 그래서 선암사의 명칭이 유래하였다고도 전해진다. 바둑보다는 노아의 방주에 더 비중을 두고는 배바위를 떠나 작은 굴목재 사거리에서 보리밥집으로 향한다. 송광사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그리 크지 않은 협곡에 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저무는 가을을 붙들려는 하소연처럼 들린다. 조계산의 청정계곡 장박골로 천년 불심 길과 합류하는 지점이다.

천년 불심 길은 남도 삼백 리길 9코스로 명명한 길이며 선암사와 송광사로 갈라지는 삼거리이다이어 두 곳의 보리밥집에 이르는데 위에 있는 집은 윗집이고 아래에 있는 집은 첫 집이라 적혀있다. 윗집에 자리 잡았는데 산행 중 먹는 음식이라 그런지 정갈하면서 맛도 괜찮은 편이다

식수를 보충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선암사와 송광사가 각각 3.3km 떨어진 오르막길에 배도사 대피소라는 아담한 쉼터를 지나고 낙엽 밟는 소리만 요란한 숲길을 지루하게 걸어 천자암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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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이 흐르는 천자암에서 시선을 끌어당기는 건 곱향나무라고도 하는 쌍향수雙香樹(천연기념물 제88)이다. 두 그루의 나무가 기둥 줄기를 비틀어 꼬인 모양으로 접해있다.

전설에 의하면, 고려 시대 보조국사와 담당국사가 중국에서 돌아올 때 짚고 온 향나무 지팡이를 이곳에 나란히 꽂은 것이 뿌리를 내리고 가지와 잎이 나서 자랐다고 한다. 왕자의 신분이었던 담당국사가 스승인 보조국사에게 절을 하는 모습으로 비유하였는데 얼핏 보아도 두 나무가 다감하게 엉켜있다

 

나무에 손을 대면?”

 

보통 이럴 때는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식으로 겁을 주어 주의시키는 게 보통이다. 슬쩍 손을 내밀어 두 그루의 나무를 쓸어보며 웃음을 흘린다. 나무에 손을 대면 극락에 간다고 적혀있기 때문이다

 

 

 

천자암 종각에서 멀리 산그리메를 내다보고 다시 걸음을 옮겨 정적이 감도는 편백 숲길로 들어선다. 크게 숨을 들이마셔 피톤치드를 음미하고는 다시 대나무 숲길을 지나고 송광사로 들어선다.

승보사찰僧寶寺刹 송광사는 국내 최대의 사찰로 불보사찰佛寶寺刹 통도사, 법보사찰法寶寺刹 해인사와 함께 삼보사찰에 해당한다. 16국사國師를 배출한 유서 깊은 절로 60여 동의 건물이 있다

 

 

 

16국사와 관련하여 송광사松廣寺 자를 파자하면 十八公으로 18국사를 뜻하므로 추후 두 명의 국사가 더 배출될 거라고 해석한다. 국사라는 제도가 사라진 요즘 세상과 달리 예전에는 그럴듯하게 받아들였을 것처럼 느껴진다

큰 가람답게 전해지는 설화도 많고 보물급 문화재도 엄청나게 보유하고 있다. 보조국사가 모후산에 올라 날린 나무 솔개가 지금의 송광사 대웅전 뒤에 내려앉자 그 자리를 명당으로 여겨 치락대鴟落臺라 칭하고 송광사를 세웠다고 한다. 사찰에는 목조 삼존 불감(국보 제42)을 비롯한 세 점의 국보, 송광사 경패(보물 제175), 송광사 약사전(보물 제302) 12점의 보물, 8점의 지방문화재 등을 보유하고 있다.

 

 

 

거기 더해 이 일대에 연산봉을 비롯한 여러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서 절경을 이루고 있어 송광사 내팔경內八景과 외팔경이 정해져 있을 정도이니 하늘 아래 그 무엇 하나 부러울 게 없는 사찰일 것이다

전혀 불자가 아님에도 송광사 일주문을 빠져나오니 양손에 쥔 스틱 두 개를 꽂아놓으면 거침없이 반야심경이라도 읊조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때 / 가을

곳 / 선암사 - 향로암 터 - 장군봉 - 배바위 - 작은 굴목재 - 장박골 - 보리밥집 - 배도사 대피소 - 천자암 - 운구재 - 송광사 – 매표소

 

 

https://www.youtube.com/watch?v=p9nW9SGU2Mg 

 

 

산에서 전설을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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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역사를 읽다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이나 휴일, 도봉산 역이나 수락산 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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