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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계곡_ 계절과 물과 바위와 나무가 한데 어우러진 모후산

장한림 2022. 8. 15.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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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의 산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 도봉산역이나 수락산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럼 많은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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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적벽과 화순온천이 있는 화순의 여름 모후산을 오르다

 

 

 

전라남도 화순군은 호남정맥에서 뻗은 지맥들로 이루어진 산악지대로 서부의 하천 유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역이 해발 400~900m의 산지로 이루어진 고장이다.

창랑천 주위 약 7㎞에 걸쳐 크고 작은 수려한 절벽이 자연적으로 형성되었는데 중국 양쯔강의 적벽과 흡사하여 화순적벽이라 이름 붙여졌으며 1979년 전라남도 기념물 제60호로 지정되었다.

인근에는 호남지방 유일의 온천으로 1982년에 처음으로 발견된 화순온천이 있다. 34℃ 내외의 수온을 유지하며 만성 피부염, 류머티즘, 위장병, 만성 신장염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1995년 현대식 종합온천장으로 개발되었다. 또 대표적인 민속놀이인 한천 농악은 1979년에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6호로 지정된 바 있다.

 

 

 

화순군의 중동부인 동복면과 남면에 위치하여 순천시 주암면과 송광면의 경계에 있는 모후산母后山을 찾았다. 화순이 가까워지면서 삼각 꼭짓점에 하얀 강우 레이더가 세워진 모후산이 계속해서 눈길을 잡아끈다.

본래 이름은 나복산이었는데 고려 공민왕이 왕비와 함께 홍건적의 난을 피한 이후 이름이 바뀌었다.

무등산과 조계산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곳곳에 유마사, 화순적벽, 주암호, 사평 폭포 등의 명소가 있고, 항상 맑은 계곡물이 넘쳐 관광객과 등산객들에게 주목을 받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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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정비된 유마사 주차장에 도착하여 유마사 입구에서 모후산 정상을 올려다보며 들어서게 된다. 낯선 미답지이지만 푸릇한 초록이 기분을 편안하게 해 준다.

유마사와 등산로 갈림길에서 일주문을 지나고 해탈교라는 조그만 석교를 건너 유마사維摩寺 경내로 들어서자 천년고찰은 절이 아니라 잘 가꾼 화원처럼 느껴진다.

 

 

 

대한불교 조계종 송광사의 말사로 백제 무왕 때 중국 당나라의 고관이었던 유마운과 그의 딸 보안이 창건했다고 한다.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이 이 절에 은거하면서 모후산과 백아산을 활동무대로 삼았다 하여 소탕 작전 때 모두 소실되었다가 근래에 중건하여 호남 최초로 비구니 승가대학을 개설하기도 하였다. 지금도 당시에 파놓은 참호가 발견된다.

유마사에서 나와 넓은 임도를 따라 오르다가 용문재와 집게봉이 나뉘는 정량암 갈림길에서 왼쪽 용문재로 방향을 잡는다. 

용문재까지 2km, 정상까지 3.4km를 남긴 계곡 삼거리를 지나고 원두막 삼거리에 이를 때까지도 밟는 소리와 간간이 벌레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산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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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영은 이러한 책들을 집필, 발행하였습니다. <장편 소설> 흔적을 찾아서(도서출판 야베스,2004년) 대통령의 여자 1, 2권(중명출판사, 2007년) 아수라의 칼 1, 2, 3권(도서출판 발칙한 상상,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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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철 바위를 오른쪽으로 두고 계속 용 문제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넓고 선명한 돌길에 꾸준한 오르막이 이어진다. 용문재 능선 안부에 이르러 숨을 몰아쉰다. 여기부터는 가을 색이 한풀 꺾인 모습이다.

오르다가 쉬고 있는 한 무리의 산객들을 만나게 된다. 배낭에 달린 리본을 보니 울산에 있는 산악회에서 온 사람들이다.

 

“멀리서 오셨네요.”

“수고 많심더.”

“고생 하이소마.”

 

좁은 땅덩어리지만 곳곳에 산이 있어 사는 곳 구분 없이 사람들을 모으는 곳이 산이다. 지역과 관계없이, 진보든 보수든, 기독교든 불교 신자든 전혀 차이 두지 않고 포옹하는 곳이 산이다.

 

 

 

용문재 팔각정부터는 정상의 강우 레이더 기지까지 모노레일을 따라 걷는다. 밧줄이 설치된 바위 구간도 있지만 대개 돌과 흙이 뒤섞인 길이다. 초록은 밑으로 충만하며 위로는 침몰하고 있어 조금 전과 달리 살짝 을씨년스러워진다. 경사 구간이 거듭되면서 나무들도 더 많은 잎을 가지로부터 흘려버리고 있다.

 

 

 

강우 레이더 관측소에 전망대와 벤치가 놓여있어 등산객들의 쉼터로 제공되고 있다. 관측소에서 조금 떨어진 모후산 정상(해발 918m)에서 둘러보니 온 산야가 수줍음을 타고 있다. 바야흐로 가을은 제 색깔을 한껏 발산하며 세상을 물들이는 중이다.

고개를 돌리자 뚜렷하진 않지만, 노고단부터 천왕봉까지 지리산 주 능선이 보인다. 언제 어디서 보아도 고향산천처럼 아늑하고 정다운 느낌을 주는 풍광이다.

 

 

 

함께 종주했던 계원이와 은수도 떠올리다가 무등산으로 방향을 바꾼다. 무등산과 길게 물길을 잇는 주암호 뒤로 조계산까지 호남의 명산들이 부드럽게 마루금을 잇고 있다.

또 동복댐이 있는 쪽도 가늠해보는데 어느 고을 환갑잔치에서 방랑시인 김삿갓(김병연)이 지은 시 한 수가 떠올라 웃음을 짓게 한다.

     

저기 앉은 저 노인 사람 같지 않으니 彼坐老人不似人 피좌노인불사인

아마 하늘 위에서 내려온 신선이겠지 疑是天上降眞仙 의시천상강진선

여기 있는 일곱 아들 모두 도둑놈이니 其中七子皆爲盜 기중칠자개위도

서왕모 선도 복숭아 훔쳐 수연 열었네 偸得碧桃獻壽筵 투득벽도헌수연   

  

첫 구절에 환갑연을 맞은 아버지를 사람 같지 않다고 하니 아들들이 가만히 있었겠나. 때려죽일 듯 대들자 둘째 구절을 듣고는 화가 풀렸다가 도둑놈 취급받은 아들들이 다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런데 넷째 구절에서 천 년에 한 번 열려 먹으면 장수한다는 복숭아를 언급해 아들들의 정성을 한껏 추켜세우자 거하게 술대접을 받았다는 유명한 일화가 떠오른 것이다. 그가 이곳 동복 마을에서 생을 마쳤다.

 

 

 

 

나의 산행기_ 도서 정보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https://www.bookk.co.kr/book/view/135227종이책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스물 두 곳의 국립공원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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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동복댐을 만들면서 상류의 노루목적벽이 25m나 잠겼다고 한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하며 깎아 세워진 단애 절벽의 절경에 반해 김삿갓이 이곳에서 방랑을 멈추고 생을 마쳤을 정도이니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가. 산과 물의 조화로움을 새삼 각인시킨다.

 

“하나의 근본에서 만 갈래로 나누어지는 것은 산이요, 만 가지 다른 것이 모여서 하나로 합하는 것은 물이다.”

 

신경준은 ‘산수고 山水考’에서 이렇게 언급하였다. 산과 물은 다른 기능을 가지긴 하였지만 하나로 조화되는 통일체로 보았음이다. 우리 민족은 용의 맥을 짚어 산을 찾고, 산을 찾으면 다시 물을 찾아냈다. 그래서일까. 산에 만든 수많은 정자는 전망 좋은 산 중턱, 물이 보이는 곳에 만들어져 있다.

 

 

 

산과 물을 둘러보고 중봉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내리꽂은 듯한 급경사를 내려서게 된다. 산죽밭을 걸어 올라서서 중봉에 다다랐다가 또 너덜 비탈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집게봉을 들렀다가 하산하려 했으나 도중에 만난 이 지역 산객의 충고를 받아들여 바로 뱀골 계곡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뱀골 계곡에 들어서서 철철 바위 구간에 이르자 다시  초록 향연이 한창이다.

 

 

 

뱀골을 온전히 빠져나오면서 길이 수월해졌다. 계곡 삼거리로 돌아와 집게봉 삼거리를 지나면서도 펑탄하여 편안한 길이다. 생태 숲 갈림길을 지나고 유마사를 또 지나면서 모후산 정상을 올려다본다.

 

 

    

               

때 / 여름

곳 / 유마사 주차장 - 유마사 - 합수점 삼거리 - 용문재 - 모후산 - 중봉 - 뱀골 - 철철 바위 – 합수점 삼거리 - 유마사 - 원점회귀

 

 

 

   https://www.youtube.com/watch?v=r-zNQfpyT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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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영은 이러한 책들을 집필, 발행하였습니다. <장편 소설> 흔적을 찾아서(도서출판 야베스,2004년) 대통령의 여자 1, 2권(중명출판사, 2007년) 아수라의 칼 1, 2, 3권(도서출판 발칙한 상상,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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