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의 고사를 되짚다 12_ 읍참마속泣斬馬謖
논공행상과 신상필벌
촉나라 제갈량이 위나라의 사마의와 일전을 치르기 위해 기산으로 진격 중이었다. 제갈량은 여러 전투장소 중 한 곳이 불안했는데 바로 가정 지역의 군량미 보급로였다.
이곳을 위군에게 빼앗긴다면 전투력을 크게 상실하는지라 누구에게 맡길지 고심을 거듭하였다.
“승상, 제가 그 지역을 지키겠습니다. 저를 믿고 맡겨 주십시오.”
마속이었다. 젊고 재주가 뛰어나 제갈량이 무척 아끼는 장수였다. 하지만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자 마속이 다시 간청했다.
“만일 실패한다면 어떠한 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제갈량은 마속에게 맡기면서 전략을 일러 주었다.
“가정은 삼면이 절벽이라 기슭에 진을 치면 위나라 군이 접근하지 못할 것이니 거기서 매복을 하게.”
군사를 이끌고 가정에 도착한 마속은 지형을 살피며 전략을 수정했다.
“이곳은 적군을 끌어들여 역습하기에 딱이야. 산기슭이 아니라 산꼭대기에 진을 쳐야 맞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내 진가를 보여주겠어.”
마속은 제갈량이 내린 명령을 어기고 산 정상에 진을 쳤다. 그런데 사마의가 이끄는 위군이 산기슭을 둘러싸고 식수를 차단해버리자 마속이 이끄는 촉군은 궁지에 몰리고 말았다. 결국 대패하고 돌아와 얼굴을 들 수 없는 지경에 처했다.
“마속은 훌륭한 장수임에 틀림없고 내가 무척 아끼는 장수지만 대의를 바로잡기 위해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많은 휘하 장수들의 진언에도 불구하고 제갈량은 마속의 목을 베도록 했다. 제갈량은 마속의 죽음을 지켜보며 소매로 얼굴을 가렸다. 그를 죽여야 하는 슬픔을 참지 못해 울었고, 대의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군사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얼굴을 가렸다.
“눈물을 머금고 마속을 베었다.”
제갈공명은 삼국지의 여러 장면에서 공과 사를 구별하여 공을 세운 이에게 후한 상을 내리고, 큰 죄를 지은 자에게 벌을 주는 모습을 보인다. 뛰어난 지략과 엄격한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적용으로 처음 그를 가벼이 보았던 관우와 장비까지 휘어잡을 수 있었고, 그를 아는 수많은 이들에게 추앙받는 재상으로 각인된다.
상을 주어야 할 때 상을 주고, 벌을 내려야 할 때 벌을 주는 것은 어느 조직사회나 다르지 않다. 논공행상, 신상필벌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으면 저항세력이 생겨나기 일쑤다. 역시 국가발전을 저해하고, 경영성과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권을 내놓고 나면 여지없이 친인척 비리로 이어지는 게 예정된 코스인 우리 시대였다. 새로 출범하는 정권, 혹은 조각組閣에 맞춰 중책을 맡은 이들, 벌거벗기 듯한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여 어렵게 나랏일을 맡게 된 이들이라면 회자해 볼만한 대목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