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산행_ 오대산 소금강 물길까지 물들인 청학동의 가을
국립공원의 산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스물 두 곳의 국립공원이 지정, 관리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산들을 찾다 보면 그곳이 국립공원이고,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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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고개에서 노인봉 거쳐 소금강 계곡으로 하산하는 보석 같은 길, 가을 흠뻑 물들었는데 노을까지 붉어지네
이토록 아름다운 가을인줄 알았다면
쓰라린 멍든 아픔 묻을 수도 있으련만
소금강 붉은 노을은 그 무어로 가린다냐
오대산 노인봉과 백두대간 동대산으로 갈라지는 지점, 강릉 연곡과 평창의 경계에 비만 오면 땅이 질어진다고 해서 그 지명이 된 진고개는 노인봉을 거쳐 소금강 계곡으로 하산하는 보석 같은 길이다.
그 길을 가을에 걷는다면 금상첨화이자 화룡점정의 고사숙어로 비유할 만하다. 해발 960m의 고지이지만 평탄한 고원에 세워진 진고개 휴게소에서 노인봉까지 3.9km의 평탄한 길은 그 초입의 목초 지대부터 나른한 안락감을 준다.
여긴 높이로 먼저 인식하게 되는 산이 아니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넉넉한 외갓집 과수원을 둘러보는 것 같다. 마을 뒷산의 나지막한 오솔길처럼 혹은 수목원 산책로처럼 여유롭고 평화롭기 그지없다.
멀리 한가로운 정원 같은 황병산이 눈길을 잡아끈다. 가던 걸음이 자꾸만 멈춰지고, 멈춰 서서는 눈길 돌려 사방을 둘러보게 하는 곳이다. 걸으면서도 누군가 곁에서 보호해주는 느낌이 들게 하는 곳이다.
나의 산행기_ 도서 정보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https://www.bookk.co.kr/book/view/135227종이책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스물 두 곳의 국립공원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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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느낌을 받으며 사부작사부작 걷다 보면 어느새 노인봉 정상(해발 1338m)이다. 고도는 상당히 높지만, 전혀 수직적 높이를 인식하게 하지 않는다. 여느 산들처럼 솟구쳐 뻗어 올라 고개 치켜들어 가야 할 길 헤아리게 하지도 않는다. 하늘은 여지없이 맑고 푸르고 또 높다.
물 흐름소리와 단풍 물드는 멜로디가 적절하게 화음을 이루는 청학동 계곡으로
오대산국립공원에 속하는 소금강은 원래 청학산이었다. 율곡이 ‘청학산기靑鶴山記’에서 그 모습이 금강산과 흡사하여 작은 금강산, 즉 소금강이라고 표현한 데서 유래되었다.
산세의 수려함,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의 기준을 금강산에 두고 율곡은 표현했겠지만, 소금강은 눈에 차는 것뿐 아니라 귀에 담기는 것, 피부에 와닿는 것, 거기에 더해 마음으로 느끼는 감정까지 후련하게 하는 에너지를 내뿜는다. 소금강은 시절에 관계없이 올 때마다 그런 에너지를 흡입하게 해 준다.
정상 바로 아래 노인봉 대피소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낙영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소금강 계곡 최상류의 낙영폭포 물줄기는 예전 여름에 왔을 때보다는 엷어졌지만 그 흐름은 여전히 옹골차다. 노인봉에서 계속 허리 굽혀 내려서야 하는 소금강은 계곡에서건 나무숲에서건 여름이면 꽉 찬 푸름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고 지금은 흐르는 물살마저 색동옷을 입혀 흘려보낸다.
그 긴 하산로에서 거리 가늠할 틈 없이 여기저기 눈 돌리다 보면 어느새 가슴은 뻥 트여있고 귀에서는 물소리가 이명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낙영폭포가 그 시발점이라 할 수 있겠다.
노인봉에서 발원하는 연곡천의 지류인 길이 13km에 달하는 청학천으로 맑은 물과 급류, 폭포, 암반, 암벽이 이어진다. 마의태자가 은거하여 망국의 한을 풀고자 쌓았다는 아미산성을 비롯해 구룡연, 비봉폭포, 무릉계, 옥류동, 만물상, 선녀탕, 망군대, 십자소, 세심폭포 등의 절경은 금강산 못지않아 계절을 불문하고 찾는 이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이들 장소를 포함한 소금강 일대 23㎢는 오대산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5년 전인 1970년에 이미 명승지 제1호로 지정되었다.
광폭포와 삼폭포를 지나고 철제 난간의 긴 다리를 건넌 다음 그보다 더 긴 다리를 또 지나 백운대에 이르러서야 한 차례 숨을 돌린다.
바위에 걸터앉아 물살 잔잔한 계류에 발을 담그며 가장 편안한 자세를 취해 가라앉을 만큼 가라앉은 가을의 무게에 마냥 도취해보다가 등산화 끈을 조이고 다시 계곡을 내려선다.
강원도의 산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 도봉산역이나 수락산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럼 많은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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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빛의 침봉들이 높이를 다퉈 하늘을 찌르지만, 하늘은 푸근히 감싸 안는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귀면암과 눈인사를 나누고 향로암, 일월암, 탄금대 등 기암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만물상을 내려서서 구룡폭포에 이른다.
구룡소에서 나온 아홉 마리의 용들이 제1폭 상팔담에서 9폭 구룡폭까지 폭포 하나씩을 차지했다니 아마도 어미용으로부터 균등하게 상속을 받은 모양이다. 8폭 하단에는 조선조 우의정을 지낸 미수 허목이 구룡연九龍淵이라고 멋지게 휘갈겨 새긴 전서체 글씨가 남아있다.
다시 마의태자가 군사훈련을 시키며 밥을 먹고, 율곡 이이가 고향인 강릉에서 공부하러 여기까지 왔다가 끼니를 때웠다는 널찍한 암반의 식당암도 주변 풍치가 무척 곱다. 소금강은 계곡을 꺾어 접어들 때마다 다양한 기암이 현란하게 펼쳐진다. 자꾸 바라보다가 돌아서서도 다시 돌아보게 한다.
그러다가 일곱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고 화장까지 곱게 해서 하늘로 올라갔다는 연화담을 지나게 된다. 천연기념물 산천어가 살 정도로 맑고 찬 물이 담긴 이곳에 물이 불어나면 이름 그대로 연꽃이 활짝 핀 모습이라고 한다.
화강암 계곡이 열 십十 자 모양으로 갈라진 십자소의 생기 넘치는 푸른 물을 보고 무릉계를 지나 청학 산장까지 내려서자 어느덧 긴 소금강 물길을 모두 지나왔다.
철철 물 흐르는 소리가 귓전을 맴도는가 싶더니 울긋불긋한 단풍이 환영처럼 눈앞에 아른거린다. 가을 소금강을 길게 내려서면 속세에 내려와서는 이비인후과와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할 것 같다.
아마도 한동안 소금강 청정 옥류의 세찬 흐름이 아른거리게 될 것이다. 다시 해가 바뀌어 단풍철이 되면 나는 또다시 청학동의 유혹을 견뎌내지 못하고 배낭을 꾸릴 것이다. 계절이 바뀌면 그 철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는 것처럼 말이다.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스물 두 곳의 국립공원이 지정, 관리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산들을 찾다 보면 그곳이 국립공원이고,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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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충전시킨 에너지 덕분인지 피로감은 전혀 없이 몸도 마음도 말끔하게 정화된 느낌이다. 소금강은 찾는 만큼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이 거꾸로 가는 것처럼.
그렇게 물살과 오색단풍에 세월을 띄워 흘려보내고 나니 더욱 청년다워진 느낌이 든다.
때 / 여름
곳 / 진고개 휴게소 - 노인봉 - 낙영폭포 - 광폭포 - 백운대 - 만물상 - 구곡담 - 구룡폭포 - 연화담 - 십자소 - 무릉계 - 소금강 분소
https://www.youtube.com/watch?v=naeC_kPbp5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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