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산행_ 가파름보다는 수려함의 수식어가 어울리는 가을 운악산
경기도의 산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 도봉산역이나 수락산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럼 많은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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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바위와 기암절벽을 붉게 물들인 운악산 단풍, 포천 운주사에서 가평 현등사로
경기도 포천시 회현면으로 연결된 운악산은 산세가 가파른 편이기도 하지만 가파르거나 험하다는 수식어보다는 수려하다는 수식어를 더 많이 쓸 만큼 산세가 아름답다. 특히 가을엔 경기 소금강으로 불릴 정도로 단풍이 곱거니와 기암절벽에 기기묘묘한 바위들, 크고 작은 폭포와 담으로 이루어진 계곡은 와본 이들로 하여금 다시 찾게 하는 절경의 연속이다. 가을 명성산이 억새로 잘 알려졌다면 가을 운악산은 수도권에서 손꼽는 단풍 명소라 할 만큼 곱디고운 가을을 연출하는 곳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탐방이 다소 불편한 점이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면이 없지 않은데 지역주민들이 앞장서서 국내 100대 명산이자 중부권 명산인 운악산을 알리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2002년부터 운악산 단풍축제를 열고 있다.
다른 지역의 축제와 달리 순수 민간이 주축이 되어 올해로 17회째를 맞는 운악산 단풍축제는 이제 탄탄한 가을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어쨌든 지역 이름을 걸고 단풍축제를 개최한다는 건 그만큼 운악산의 단풍을 내세울만하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즈음에 운악산을 다시 찾는다. 가을 운악산은 수려하고 화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전혀 요란스럽지 않고 수더분한 분위기로 이 계절을 살갑고 귀하게 여기도록 만드는 것 같다.
포천 운주사를 들머리로 잡아 정상으로 올랐다가 가평의 현등사를 날머리로 잡아 하산하는 코스를 택해 운악산의 가을에 푹 젖어들기로 한다.
가평 화악, 서울 관악, 파주 감악, 개풍 송악산과 함께 경기 5악의 하나로 꼽는 운악산은 특히 산세가 뛰어나 경기의 금강이라 불린다. 깎아지른 절벽에 눈을 떼지 못하고 가파른 바윗길을 오르노라면 비록 절정의 자태가 아닐지라도 그 수식어에 전혀 모자람이 없다.
암봉과 단애의 근엄한 위용
산은 그 지질 형태에 따라 보통 흙산과 바위산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이 책은 우리나라 산 중 암봉과 기암으로 유명한 바위산들을 추렸습니다. 그런 산들은 대개 험산 준령이라든가 악산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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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치폭포를 아래로 두고 약수터에 이르면 물을 찾게 된다. 송송 맺힌 땀을 훔치며 휴식을 취하다가 다시 걸으면 곧이어 대궐터가 나온다.
1100여 년 전 후삼국 시대, 고구려 부흥을 기치로 거센 바람을 일으킨 궁예는 이곳에 둘레 2.5km의 산성을 쌓았다. 깊은 골짜기와 기암절벽을 잇고 또 이어 쌓은 산성에서 궁예는 자신의 부하 장수였던 왕건에게 맞서 건곤일척의 전투를 치른다.
태봉국의 왕이 되어 천하를 호령하려 했건만 이 자리에서 반년을 버티다가 왕건에게 패하고 만다. 궁예의 마지막 전조를 보인 여기 궁예 성터의 성벽은 대다수 허물어져 산비탈 아래로 흘러내리고 말았다.
성터에서도 길게 고도를 높여 오르면 정상을 앞둔 갈림길에서 왼쪽 100m 거리의 애기봉이 있다. 여기 애기봉에서 어머니 품에 잠든 아가의 모습을 그렸다고 한다. 최고봉 만경대와 그 품속 애기봉의 모습처럼 운악의 암벽들은 저마다 붉은 가을 옷으로 곱게 치장하고도 여전히 푸름을 잃지 않은 소나무를 붙들어주고, 소나무는 절반이나 기울어진 몸으로도 오색 소매를 잡으려고 가지를 내뻗고 있다.
그리고 마저 올라 닿은 서봉(해발 935.5m)의 공터에는 이미 많은 등산객이 가을 운악산을 즐기고 있다. 동봉(해발 937.5m)까지도 가는 가을이 아쉬운 양 여기저기서 절정의 가을을 카메라에 담는 중이다.
온산 붉게 물들인 가을 대향연의 시기에 감성을 보듬노라면 산에서는 계절의 정점도 중심지가 아니고 저무는 계절 또한 모퉁이가 아니며, 시간이 다 흐른 후의 파장도 전혀 있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인생사 떠남과 보냄, 다시 만남의 차이 또한 고개 갸웃거려 생각 바꾸면 그다지 다를 게 없지 않다고 여겨진다.
‘꽃 같은 봉우리 높이 솟아 은하수에 닿았고……’
양사언의 시에서처럼 구름을 뚫을 듯 바위 봉우리들이 높이 솟구쳐 있다 하여 운악雲岳이라 명명했다고 한다.
운악산 만경대는 금강산을 노래하고
현등사 범종 소리 솔바람에 날리는데
백년소 무우폭포에 푸른 안개 오르네
나의 산행기_ 도서 정보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https://www.bookk.co.kr/book/view/135227종이책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스물 두 곳의 국립공원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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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악산 석비를 보니 산허리 휘감아 운무 흐르는 날이었다면 거기 새긴 시구에 딱 부합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떠나서도 어느 날 별안간 재회하게 될 운악산이다.
제 몸 살라 영혼 깃들었던 가을 잎
활짝 펼치었다 슬금 오므라들더니
진통 떨치려 함인가, 스스로를 떼어내네.
은빛 엷은 햇살 풋풋하여
만추 만경대와 하늘 사이 고즈넉 능선길
눈에 차는 것마다
깊은 오수에 빠진 듯한데
아아, 나만 그런가 보다.
가슴 뚫어질 듯
애수에 젖어드는 건.
내려가는 길인데 다시 바윗길을 오르게 된다. 만경대의 암릉에서 사방 휘저으며 바라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솔솔 하늬바람이 일어 폐부까지 시원하게 해 준다. 그리고 다시 내려가면서 두루 보게 되는 운악산 단애와 기암들, 그리고 거기 박힌 소나무 분재들이 자꾸만 허리춤을 잡아끈다.
강건하고도 꼿꼿하게 솟은 미륵바위는 보는 이로 하여금 꽉 들어찬 충만감을 심어준다. 여러 갈래 세로 주름을 세운 병풍바위는 운악산의 존재감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남근바위, 코끼리바위 등 운악산 내리막길은 바위 전시장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기암괴석들이 늘어서서 제 개성을 발산한다.
특히 운악산의 상징이랄 수 있는 수직 병풍바위의 깎아내린 절벽은 붉게 덧칠한 색감 중에도 그 아찔한 느낌이 왔던 이를 다시 오게끔 잡아끄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능선과 암릉, 내리막길 눈에 보이는 것마다 다시 만날 것을 예정하게 만드는 곳이 가을 운악산이다.
장순영의 부크크 커뮤니티
장순영은 이러한 책들을 집필, 발행하였습니다. <장편 소설> 흔적을 찾아서(도서출판 야베스,2004년) 대통령의 여자 1, 2권(중명출판사, 2007년) 아수라의 칼 1, 2, 3권(도서출판 발칙한 상상,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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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를 기다리다 바위가 된 총각으로 의인화한 눈썹바위를 지나고 포장도로에 이르면 거기 현등사가 있다.
가평군의 향토 문화재 제4호이기도 한 현등사는 서기 527년에 신라 법흥왕이 불교를 공인하고, 그로부터 13년 후인 540년에 인도에서 불교를 전하기 위해 온 승려 마라 하미를 위해 지은 사찰이다. 조선 중기의 도학자인 서경덕의 부도가 있고, 임진왜란 전에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국교 교섭에 대한 선물로 보낸 금병풍 한 점이 보관되어 있었는데 6·25 한국전쟁 때 분실되었다고 한다.
지나가는 것은 없고 오직 남겨지는 것이 있을 뿐이며 다시 회귀할 약속 또한 분명하게 새김으로써 늦가을 해거름 내리막길에서도 진한 해후를 상념 하게 된다.
포천에서 올랐다가 가평 날머리로 내려와 뒤돌아본 운악산도 아쉬운 표정으로 배웅하는데 그 표정에서 어느 날 별안간의 재회를 읽게 된다. 그런 운악산에서 깨끗한 향기가 뿜어 나는 걸 느낀다. 순결하여 무척이나 감미로운 향기여서 자꾸만 돌아보게 된다.
때 / 늦가을
곳 / 포천 운주사 - 궁예 대궐터 - 애기봉 - 운악산 서봉 - 동봉 - 만경대 - 눈썹바위 - 가평 현등사
https://www.youtube.com/watch?v=qxbSbAE_G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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