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산행_ 가을에 더욱 명산이 되고 성산으로 존재감 드러내는 가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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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서성재, 상왕봉, 합천 해인사를 잇는 가을 가야산에 요동치는 단풍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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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국립공원 제9호로 지정된 가야산伽倻山은 예부터 해동 10승지 또는 조선 팔경의 하나로 널리 알려졌으며 가야산 국립공원의 면적은 76.256㎢이다.
가야산은 선사시대 이래 산악 신앙의 대상지이자 고려 팔만대장경을 간직한 해인사를 품에 안은 불교 성지로서, 그리고 선인들의 유람과 수도처로서 민족 생활사가 살아 숨 쉬는 명산이자 영산으로 존재해왔다.
가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38년 가까이 탐방 금지구역으로 묶여있던 절경의 만물상 구간을 가을에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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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탐방로 입구는 초입부터 급한 돌계단 오르막이다. 야성미 넘치는 터프함과 아름다운 여성미를 함께 지닌 가야산이기에 버겁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바위에 올라서서 크게 바람을 들이마시고 내려다보는 발아래 백운리 마을이 소담스럽다. 역시 산을 병풍 삼고 바람막이 삼은 산 아랫마을들은 하나같이 안정감 있고 평온하다.
국립공원의 산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스물 두 곳의 국립공원이 지정, 관리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산들을 찾다 보면 그곳이 국립공원이고,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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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은 역시 명산이고 성산임에 이의를 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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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림 사이로 많은 바위가 줄을 잇고 반대편으로는 굴곡 심한 마루금이 선명하여 가야산은 이제부터 더 많은 것들을 보여주려 하는 게 느껴진다.
아니나 다를까, 만물상이 시야에 들어오고 왼쪽으로 상아덤부터 요철凹凸 심하게 굴곡으로 이어진 바위들이 붉은 가을을 배경 삼아 우람한 근육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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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스물 두 곳의 국립공원이 지정, 관리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산들을 찾다 보면 그곳이 국립공원이고,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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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탐방로는 초입부터 오르막과 내리막을 일곱 번이나 반복해야 하는 험준한 구간이다. 더불어 가야산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는 구간이기에 들뜬 마음으로 만물상에 진입한다.
나아가는 길이 가파른 바위 비탈이라 쉴라치면 그때마다 뒤돌아 곳곳을 둘러보게 된다. 앞만 보고 오르다가 언제 저 멋진 곳을 모르고 지나쳤나 싶은 곳이 만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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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개의 형상을 두루 살피려면 발만큼이나 눈도 바빠진다. 게다가 가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오색찬란한 풍광이 이어지고 있다.
숱한 바위와 바위를 감싼 녹지대는 갈색으로 채색되면서도 바위와의 밀착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길게 이어지는 계단처럼 안전을 위한 인공시설물이 꽤 많은데도 순수한 자연의 품격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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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이어 돌고 돌면 또 바위를 끼고 돌게 된다. 38년 가까이 감춰졌던 비경이다. 수고롭지 않고서야 어찌 그러한 비경을 접할 수 있겠는가. 화강암과 화강편마암으로 이루어진 가야산의 바위들은 더더욱 그 형세마저 극도의 멋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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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불꽃처럼 이어진 바위 군락의 중심인 제단 바위에 이르러 그 후방에서 보이는 곳곳을 마구 끌어당겨 카메라에 담는다. 일품의 전망장소이자 쉼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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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계단을 올라 지나온 불꽃 바위 지대 만물상을 돌아보는 건 행복이자 아쉬움이다. 막 먹어 치운 아이스크림처럼 여운을 남게 한다. 행복의 여운을 담고 상아덤으로 향한다. 가야산은 그곳의 경관이 눈에 띌 때마다 걸음을 빨리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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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바위 군락과는 확연히 틀린 숲길을 통해 올라서서 바라본 상아덤 일대 역시 멋진 풍광으로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칠불봉을 포함해 정상 일대도 파란 하늘을 이고 있다.
돌아본 수석 전시장 만물상은 거대한 바위 열차처럼 끝도 없이 칸을 잇고 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여기 만물상을 보지 못한 채 어떤 이유로든 산행을 중단했다면 그건 아쉬움을 넘어 불운이란 생각까지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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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덤으로 오르려면 봉우리를 두어 번 넘어야 하는데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계단을 오르게 된다. 올라와 숨을 고르면서 첩첩산중을 살피다가 실금처럼 가느다란 팔공산 마루금을 눈에 담게 된다.
가야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만물상능선과 이어져 천하절경의 산행로를 꾸미는 기암 봉우리 상아덤은 서장대라고도 불리는데 상아덤이 본래의 이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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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골에서 정상에 오르는 성터에 우뚝 솟아 400리를 내다볼 수 있는 가망사백리可望四百里 성봉聖峰이라고 안내판에 소개하고 있다.
천신과 산신의 밀회 장소이자 가야산 최고의 능선 상아덤에서 가야의 전설을 더듬고는 서성재로 향한다. 가야산성 서문에 해당하는 고개인 서성재로 내려서는 길은 커다란 바위들을 땅에 박아 걷기 좋게 정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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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찍한 쉼터에 서성재 지킴 터라고 적힌 작은 초소가 있다. 만물상 코스와 용기골 코스가 이곳 서성재에서 합류한다. 백운동 들머리에서 3.6km, 칠불봉까지 1.2km 남은 지점이다. 원점회귀할 경우엔 지금처럼 만물상으로 올라 정상을 다녀와서 여기 서성재에서 용기골 방향으로 하산로를 잡으면 수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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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보기에 바위 절벽 같은 칠불봉에도 계단이 놓여있다. 계단 끄트머리에는 벌거벗은 두 그루의 나무가 가지를 추켜올려 수고했다고 치하해준다.
오대산, 소백산과 더불어 왜적의 전화를 입지 않아 화재, 수재, 풍재의 삼재가 들지 않는다는 가야산답다. 칠불봉에서 사방 둘러보니 역시 성산이라는 칭호가 무색하지 않다. 지리산을 맨 뒤로 첩첩 겹친 산그리메의 조망은 덕유산이나 지리산에서 보는 풍광에 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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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행기_ 도서 정보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https://www.bookk.co.kr/book/view/135227종이책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스물 두 곳의 국립공원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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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에서 가야산을 볼 때도 멋지기는 마찬가지다. 금오산, 팔공산 혹은 비슬산 어딘가에서 가야산은 한 송이 연꽃처럼 보이기도 하다가 겹겹 솟은 봉우리 아래로 하얀 구름이 깔리면 둥둥 섬이 떠 있는 바다가 된다. 거기서 가야산을 보노라면 거대한 선박의 항해사가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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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봉인 상왕봉이 소의 머리를 닮았다 해서 우두봉牛頭峯이라고도 불린다. 칠불봉에서 내려와 상왕봉으로 걷는데 성주에서 합천으로 건너가는 접점 지역에 여기부터 해인사 경내지이며 사적지, 명승지인 문화재 구역이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12 교구 본사인 해인사의 소유지가 얼마나 큰가를 짐작하게 해 준다.
상왕봉의 상왕은 열반경에서 모든 부처를 의미하는데 결국 가야산이라는 명칭은 이 지방의 옛 지명과 산의 형상, 산악 신앙 및 불교 성지로서의 다양한 의미를 함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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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왕봉 꼭대기에는 움푹 팬 샘이 있으며 그 샘에 고인 물은 얼어붙었다. 건강한 소의 코에서 늘 땀이 흐르듯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가야 우비정牛鼻井이다. 그리 청량해 보이지 않는 우비정의 샘물 대신 물병을 꺼내 갈증을 씻고 정상을 떠난다.
이제부터는 하산길이다. 하도 많이 올라와서 그런지 하늘에서 내려서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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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바로 밑에 있는 봉천대奉天臺는 하늘에 기우제를 지내던 암봉인데 가야 19명소에 속한다. 정상에서 벗어나자 완만한 경사의 편안한 길이 이어진다. 격하게 소란스러운 마음으로 올라왔다가 차분하게 가라앉은 마음으로 내리막길을 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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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 몰골의 석조여래입상을 보게 되는데 목 부분이 잘렸고 발과 대좌도 없어져 원형을 잃었다. 균형을 잃은 경직된 자세, 평면적이고 소극적인 조각 수법 등 형식화 경향이 현저한 여래상이라고 적혀있다. 그런데도 보물 264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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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지킴 초소까지도 무난하게 내려왔다. 해인사 앞에 외나무다리가 놓여있다. 숭유억불 정책이 시행되던 조선시대 때 양반이 말을 타고 법당 앞까지 들어오는 행패를 막기 위해 만들었다는데 언제부턴가 이 다리를 건너야 극락에 도달한다는 속설이 사족처럼 붙어 전해 내려오고 있다. 대단한 업그레이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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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海印은 불교 경전인 화엄경에서 진실한 세계를 의미한다. 해인사 경내에 들어서면 이 큰 사찰의 수많은 이력 중에서도 국보 제32호인 팔만대장경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몽골족의 침입으로 나라가 혼란에 빠지자 고려 조정은 평화를 소원하면서 백성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부처님의 말씀을 목판에 새기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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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자 쓸 때마다 한 번씩 절을 하였으며 삼십여 명의 장인이 경판 8만 1258장에 무려 5238만 2960자를 거꾸로 새겨 넣었는데, 글자의 형태가 정교하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마치 한 사람이 쓴 듯 일정하며, 단 한 글자의 오탈자도 없다니 고려 인쇄술이 얼마나 높은 수준이었는가를 인식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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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유로 해인사는 가야산의 품에 안김으로써 거찰에 명찰이 되었고 가야산은 해인사를 옷자락 속에 둠으로써 명산에 영산으로 거듭났다. 어마어마한 시너지다.
해인사 초입의 갱맥원부터 상왕봉의 우비정까지 19개의 가야 명소가 있는데 합천군민들은 합천 팔경 중 가야산, 해인사, 홍류동계곡을 세 손가락 안에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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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골짜기에서 발원하여 봄에는 꽃으로, 가을에는 단풍으로 물이 붉게 흐른다고 하여 붙여진 홍류동 계곡은 철마다 각기 다른 풍광을 보여준다.
주변의 천년 노송과 함께 제3경 무릉교부터 제17경 학사대에 이르기까지 십리 길에 걸쳐 수많은 절경을 접할 수 있다.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걸음을 떼기 싫은 가야산이다. 어느 계절에든 가야산은 그런 곳이다. 벚꽃 만발한 봄에 다시 오겠노라고 마음에 새기고는 가야산과 또 해인사와 아쉬운 작별을 고한다.
때 / 가을
곳 / 백운동 탐방센터 - 백운교 – 가야산성 터 - 만물상 - 서장대 - 서성재 - 칠불봉 – 상왕봉 - 봉천대 - 극락교 - 해인사 - 치인리 – 치인 주차장
https://www.youtube.com/watch?v=pXePRjnMVj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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